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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추풍·낙연 사태”…여당 “윤석열 쇼 원치 않아”

여야 국정조사 공방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때 사진을 배경으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화상 의원총회에서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때 사진을 배경으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윤석열 국정조사’ 공방이 국회를 뒤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27일 당 지도부와 초선 의원들까지 나서며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판사 사찰 문건을 공개한 윤 총장의 인권 무감각증”(김태년 원내대표)이라며 ‘윤석열 때리기’를 이어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도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여당 내부 반응은 부정적이다.
 

주호영 “추미애 장관 광인 전략”
국민의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이낙연 “윤석열 국조” 재차 강조
문 대통령은 나흘째 침묵 모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온통 망가뜨리고 있다”며 “이쯤 되면 광인 전략인지, 광인인지 헷갈리는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1시간쯤 뒤엔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으로 인한 법치 문란 사건 진상 규명’이라고 명명한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국민의힘 103명, 국민의당 3명, 무소속 4명 등 의원 110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5일 ‘추미애 법무부’의 요구로 단행된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 물품에 여권 인사 수사 첩보가 포함됐다고 한다”며 압수수색물 검증을 요구했다. 김은혜 대변인 등 초선 의원들은 ‘대통령 질의서’를 들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다. 청와대는 방역을 이유로 만남을 거절했고, 김 대변인은 “질의서를 받을 때까지 1인 시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거대 여당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6월엔 국회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모두 내줬고 7월에는 민주당이 임대차 3법 법안 등을 단독 처리하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최근에는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압박에 시달렸다. 주 원내대표가 “무력감과 모멸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하지만 윤 총장 사태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게 국민의힘 지도부의 주장이다. “윤 총장 혐의가 충격적이다. 국정조사를 검토해 달라”는 이낙연 대표의 발언도 국민의힘 기세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이른바 ‘추풍(秋風)·낙연’ 사태가 당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으로 청와대를 겨냥할 명분도 생겼다. 국민의힘은 당 회의 때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배경 현수막(백드롭)으로 잇따라 걸고 있다. 이날 백드롭의 문구는 지난해 7월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 때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가 27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가 27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 가운데 이낙연 대표는 이날 화상으로 연결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법관 사찰 의혹을 국회가 방치하면 공범자”라며 윤 총장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국정조사 시점에 대해선 “법무부의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당 분위기는 다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5~26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이 윤 총장 출석을 요구하자 “징계받은 사람을 왜 국회로 부르냐”(백혜련 의원)고 맞섰다. 지난 26일엔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이 아예 회의를 강제 종료해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순간 ‘윤석열 쇼’가 벌어진다. 그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한 것”(김종민 의원)이라거나 “국정조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박주민 의원)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가 ‘나 홀로 국정조사’를 외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선 당대표 임기가 100일 남짓 남은 상황이다. 대선후보 경선의 키를 쥐고 있는 친문 지지층의 요구에 맞춰 검찰개혁 이슈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 총장이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추 장관도 친문 지지층의 환호를 받는 상황에서 이 대표도 검찰에 대해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나흘째 침묵을 이어갔다. 청와대 밖에서는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을 둘러싸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도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 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엔 여성 폭력 추방과 관련한 SNS 메시지를 내고 한국판 뉴딜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26일엔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했고 이날엔 청와대에서 ‘2050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추·윤 갈등’에 대한 발언은 일절 없었다.
 
손국희·박해리·윤성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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