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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집단 혐오 공포…‘포차법’은 또 하나의 마스크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상 토론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은 국가적 보건 위기이자 인권의 위기였다. 사람들은 겪어보지 못한 감염의 공포를 느꼈고 확진자로 분류된 순간, 당사자와 그가 속한 집단에게 혐오와 낙인이 따라붙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확진자가 일하던 직장이나 활동하던 소모임, 학교 등 생활 동선이 공개되자 오롯이 개인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매일 새롭게 전해오는 신규 감염인 정보를 보며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우리가 확진자에게 가하는 수군거림과 기피, 책망은 물론이고 학교와 직장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을 것이란 점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 번도 자신을 차별의 대상 혹은 소수자와 동일시해 본 적이 없더라도 코로나19의 상황으로 우리는 차별의 대상이 되는 고통을 겪거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체험하고 있다.
 

이래서 찬성
코로나 확진자 기피·책망 만연
특정인 아닌 모두가 당할 수 있어

국민 90% “법률 제정 방안에 찬성”
문 대통령, 정책 마련 약속 지켜야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따라 모든 사람은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갖는다.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또는 그 밖의 견해, 출신 민족 또는 사회적 신분, 재산의 많고 적음, 출생 또는 그 밖의 지위”에 의한 차별 금지는 세계인권선언 제2조, 한국이 비준한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 등 주요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돼 있다. 2017년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규약위원회는 우리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2009년에 이어 재차 권고했다. 법과 제도를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차별이 나쁘다는 것을 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많은 차별이 남아있고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사실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머리로만 이해했던 차별이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피부에 와 닿는다.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다시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나이가 많건 적건, 어디에서 태어났건, 누구를 믿고, 얼마나 배웠건, 누구를 사랑하건 상관없이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국제법 기준에서 언급하는 23가지 차별금지 사유가 명시돼 있다. 장혜영 의원은 “단 한명의 시민이라도 차별받을 수 있다면 우리가 모두 차별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코로나 시대에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마스크와 같이 차별금지법으로 인권 가이드라인을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7년 정부의 첫 번째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지금까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주된 이유로 정치권은 ‘사회적 합의’ 부족을 주장한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더는 이 낡은 변명마저 더는 쓸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6월에 발표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0%는 차별 금지를 법률로 제정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3.6%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 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도 ‘평등법’ 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눈에 뜨이는 진전은 없다. 차별은 특정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누구나 혐오와 배제, 차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기에 우리 모두를 보호할 기초적인 법 제도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8개 인권 의제와 관련해 국제앰네스티에 보내온 답장에서 “나아가 혐오와 차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구제수단을 마련하는 등 평등을 저해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정부가 14년간의 지난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할 때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미 다양한 차별금지법…21개주 종교 반할 땐 법 거부 가능
미국은 1867년 헌법이 평등권을 보장하도록 개정된 이래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방지하는 연방 차별금지법을 제도화했다. 연방 차원의 ‘민권법’(1964년)과 ‘평등접근법’(1984년)을 포함하여 ‘캘리포니아 젠더 차별금지법’ 등 여러 주가 차별금지법을 입법화했다. 다만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26개 주 중 21개 주에서 ‘종교 면제조항’(religious exemption)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주법의 강제를 시민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영국은 ‘공공질서법’(1986년), ‘인종·종교혐오금지법’(2006년)을 비롯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법’(2010년)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1972년 첫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을 토대로 1999년 프랑스 사회는 동성 간 결합, 2013년엔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
 
일부에선 차별금지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한다. 2013년 영국에서는 토니 미아노 목사가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하다 한 동성애자 가족이 신고해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성적 지향 차별금지 문구 위반이 그 이유였다. 지난해엔 미국 텍사스에서는 7세 아들이 성전환하겠다는 걸 반대한 아버지에게 댈러스 법원이 양육권을 박탈했다. 공교육 현장에서도 차별금지는 논란거리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소수계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의 금지안을 다시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가 결국 부결됐다. 이 법안이 부활하면 학업 성적이 우수한 인종 그룹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돼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일부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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