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교환 대신 지주사 신설 택해
조카 구광모에 부담 덜주는 방식
실리콘웍스로 부품사업 주력할 듯
LG그룹 인사, 여성 임원 최다 승진

구본준
㈜LG와 구본준 고문 측(㈜LG신설지주)의 기업분할비율은 0.912 대 0.088로 정해졌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계열분리안이 승인될 경우, ㈜LG 기존 주주는 분할비율만큼 기존 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갖게 된다.
숙부와 조카의 계열 분리는 16년 전 구씨와 허씨 일가처럼 상호 윈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구광모 대표의 ㈜LG는 LG CNS 지분(약 35%), 서브원 지분 등을 매각한 대금(약 1조9300억원)을 손실 없이 그대로 신사업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숙부 구 고문이 보유한 주식 1조원어치(7.72%)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부담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LG는 “핵심사업인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계열 분리안에 따라 구본준 고문 측이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물류업체)를 경영할 경우, LG전자·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구 고문이 ㈜LG 지분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구광모 대표의 우호지분 역할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LG 지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날 LG그룹은 주요 계열사가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세대교체보다는 ‘안정 속 혁신’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LG그룹 인사
이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60대 이상 CEO급 인사가 대부분 물러난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 등 경영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해 혁신을 해나가겠다는 구광모 LG 대표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임원(상무 승진)도 124명으로 지난해 106명을 웃돌았다. 특히 45세 이하 신규 임원은 24명으로 지난 2년간 각각 21명이었던 것에 비해 늘어났다. 최연소 임원은 LG생활건강 중국디지털사업부문장 지혜경 상무(37세·여성)이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980년대생 신임 임원은 총 3명이 발탁됐다. LG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과 연구개발(R&D), 엔지니어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에 대한 승진 인사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여성 임원 역시 올해 전무 승진 4명, 신규 임원 선임 11명 등 역대 최다인 15명이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김희연 전무), LG유플러스(여명희·김새라 전무) 등 2개사는 최초의 여성 전무를 배출했다. 그룹 내 여성 임원은 39명(지난해 말)에서 51명으로 늘게 됐다.
김영민·장주영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