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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무직 20대도 5분 만에…‘묻지마 신용카드 발급’ 다시 입소문

2년 전 카드빚 1300만원을 못 갚아 채무불이행에 빠졌던 김모(26)씨는 지난 17일 한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카드사에 신용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5분 만에 받은 문자메시지는 ‘발급 완료’. 재직여부나 소득을 확인하기 위한 카드사의 전화 한 통도 없었다. 김씨는 현재 정기소득이 없는 무직으로, 신용은 7등급이다. 대부업체로 넘어간 1000만원 상당의 빚도 아직 청산하지 않은 상태다. 김씨는 “이달 초 개인회생을 폐지하고 개인워크아웃으로 넘어가면서 공공정보가 (신용정보에서) 누락된 것 같다”며 “이런 사실이나 소득 확인 없이 바로 카드를 발급해줘서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온라인을 통한 묻지마 신용카드 발급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온라인을 통한 묻지마 신용카드 발급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온라인 파고든 묻지마 카드 발급

‘묻지마 신용카드 발급’이 온라인상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묻지마 카드발급은 2003년 카드사태를 일으킨 주범이다. 정부의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에 힘입은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되고 카드사가 부도위기에 내몰렸던 사건이다. 당시 카드사 영업점은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하고, 소득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저신용자에도 신용카드를 발급해줬다.
 
최근 카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득이나 재직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묻지마’ 발급 경로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양사(나이스지키미‧올크레딧) 7‧7(등급)이고 소득도 안 잡히는 자영업자인데 500만원 한도 묻지마 발급에 성공했다’, ‘대출이 많은 주부인데, 저녁에 (발급을)신청하고 확인전화도 없더니 다음날 오전에 메신저로 ‘발급완료됐다’고 연락 왔다’ 등의 사례다. ‘사고사(과거 연체발생 카드사)인 OO카드에 속는 심정으로 신청했는데 바로 발급완료됐다’는 게시물에는 ‘어느 카드사냐’, ‘신용등급이 8등급인데 저도 가능하겠느냐’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26일 한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에 신용카드 '묻지마 발급' 경로를 묻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6일 한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에 신용카드 '묻지마 발급' 경로를 묻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간편한 발급, 허술한 심사

업계에선 핀테크 앱에서 여러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비대면으로 발급받는 제휴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신청절차가 간소해졌다고 설명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핀테크 앱에 이미 등록된 금융정보를 그대로 끌어올 수 있어서 신청절차가 간소해졌다”며 “다만 기존과 동일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발급이 빠른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핀테크 앱은 묻지마 카드발급의 주요 창구가 된다. 서울의 한 취업준비생 장모(28)씨는 최근 한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이용해 B카드사에서 5분 만에 묻지마 카드발급을 받았다. 앞서 다른 카드사 신용카드 2개의 대금을 미납해 사용중지 처분을 받았지만, 모바일 앱에서 간단한 신청절차를 거치자 B카드사의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 받을 수 있었다. 장씨는 “소득이 있는지 확인 전화는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에선 최근 시스템 고도화로 소득 외에도 통신료 납부내역 등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간 정보공유를 통해 신용을 다 확인할 수 있고, 은행계좌 평균잔액도 확인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카드발급에 성공한 저신용자들은 “구멍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이 회사 다니는 게 맞다'고 허위로 재직입증을 해주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창구에서 카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 직원 C씨는 “소득·예금이 없는 사람도 아파트에 살기만 하면 카드발급을 해줄 수 있다”며 “자가가 아니라 전세, 월세여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2004년 10월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 '카드대란'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좌),이동걸 전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10월 12일 열린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 '카드대란'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좌),이동걸 전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감춰진 연체우려…더 엄격히 심사해야

앞서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묻지마 발급이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2012년 금융위원회가 제정한 ‘신용카드 발급 및 이용한도 모범규준’에 따르면 월 가처분 소득이 50만원 이상, 개인 신용등급이 6등급 이내인 경우에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월 가처분 소득은 연 소득에서 연간 상환해야하는 빚 원리금을 뺀 금액을 12개월로 나눈 숫자다. 당시 금융위는 “카드사가 저신용자에게 경쟁적으로 카드를 발급하는 영업 관행을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카드발급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관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면 금융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쟁사인)핀테크 회사들이 생겨나다보니 카드사의 수입원이 줄고 있다. 비대면 영업경쟁으로 카드 발급절차도 간소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각 카드사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의 국내 영업점은 총 206곳으로 2017년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업계에선 과거 카드사태처럼 대규모 신용불량자가 발생할 확률은 아직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대응책으로 실시된 대출상환 유예조치와 맞물리면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금융위는 연체 우려가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내년 3월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상환을 유예해주는 조치를 시행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태 이후 카드사들도 자체적으로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열심히 한다”면서도 “정부의 대출유예 조치로 카드사가 연체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주하 교수는 “신용카드 발급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해외처럼 금융회사에서 소득기준 등 신용도를 더 엄격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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