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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성장률 상향 날, 확진 500명대…이주열 "본격 회복 아냐"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는 볼 수 없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1.1%로 상향 조정했다. 그렇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선을 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8개월 만에 500명대를 넘어선 걸 고려한 발언이다. 당분간 통화정책 완화 기조 변경이 없을 것이란 언급도 나왔다. 살아난 수출 덕에 최악의 구간은 지났지만, 우리 경제가 또 한 번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은은 26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0.2%포인트 올렸다. 지난 5월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 8월 -1.3%로 대폭 수정했지만 이번엔 조금 높였다. 일단 3분기 깜짝 성장을 반영했다. 1·2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던 한국 경제는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1.9% 성장했다.   
 
무엇보다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 일평균 수출은 지난 10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로 전환한 데 이어 이달에도 7.6% 늘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도 각국이 셧다운(shutdown) 보다는 경제활동 유지에 힘을 싣는 데다 비대면 수요가 늘어 어느 정도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는 게 한은 판단의 근거다. 한은 관계자는 “전방산업 수요 회복에 따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 증가 폭이 확대됐다”며 “비IT 수출도 석유류 수요·단가가 모두 회복하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진했던 설비투자의 가파른 회복도 힘을 보탰다.
시기별 2020년 성장률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기별 2020년 성장률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내년엔 3.0%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시 지난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여 잡았다. 일단 기저효과에 따른 수출 회복 흐름이 이어지리란 관측이다. 연이어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식 기대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물경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서비스업 등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한은이 이 같은 전망을 한 날, 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583명으로 집계됐다. 500명대 확진자는 신천지발 1차 대유행이 있던 지난 3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정부는 아직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연말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재확산의 영향이 강하고, 길게 나타나면 내년까지 경기 둔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 건너간 극적 반등 기대...세 번째 역성장 확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 중 지속하고, 이후 국지적 확산이 나타나는 걸 전제로 이번 전망을 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2단계, 호전되면 1.5단계 정도로 상정했는데 2.5단계 이상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각종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 경제, 특히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고 전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3차 확산이 미칠 경제적 영향이 올해 초보다는 작고, 지난 8월 2차 대유행 때보다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급격한 재확산으로 결국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는 게 불가능해졌다. 1980년(-1.6%), 1998년(-5.1%)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역성장이다. 얼마나 빨리 반등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조기 상용화, 각국의 추가적 경기부양책, 글로벌 무역환경 개선 등이 기대할 만한 요소”라며 “코로나19의 국내외 확산 가속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미·중 갈등 심화 등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1.25%였던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다. 하지만 7월 금통위부터 이날까지 네 번 연속 기준금리는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실물 경제의 위기감이 여전하지만,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란 판단으로 보인다.  
 

이주열 “통화정책 기조 변경 검토 안 한다” 

현실적으로 기준금리는 당분간 지금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내리기도 어렵지만 올릴 상황도 아니어서다. 물론 주택값·전셋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금리 조정을 통해 유동성 회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현재로썬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한 뜻을 밝혔다. 그는 “금리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데 경기 회복 시기와 강도가 코로나19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섣불리 완화 기조를 거둬드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0.5%, 내년은 1.0%다. 국내 경기가 조금씩 개선되고, 국제유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내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란 판단이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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