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단독]사유리 말 옳았다…사망 남편의 냉동정자 임신은 위법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에서 보관 중인 냉동정자의 모습. 사진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에서 보관 중인 냉동정자의 모습. 사진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말기암 남성 사망 후 냉동 정자를 아내에게 체외수정한 병원이 '배아생성의료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방송인 사유리(41·후지타 사유리) 논란을 계기로 관련 규정이 너무 엄격하다는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유리는 국내에서 정자를 기증받지도 못하고, 체외수정을 할 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생명윤리법 사망자 난자·정자 사용 금지 논란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남편(55)이 항암치료를 앞두고 정자를 냉동 보관했고 그해 8월 숨졌다. 아내(32)는 A병원에서 냉동정자로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나중에 남편 사망 사실을 알게 돼 질병관리본부(현 질병청)에 신고했다. 현행 생명윤리법 23조에는 사망자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질병청은 2016년 1월 A병원의 배아생성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이렇게 되면 난자·정자를 채취ㆍ보존하거나 이를 수정해 배아를 생성하는 행위를 못한다. 또 의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사망사실을 몰라 고의성이 없었고 부부 동의서를 제출한 점 등을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배아생성의료기관 지정 취소를 유지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법률에 사망자의 정자를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이를 위반한 사실이 분명해 취소 조치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2015년 8월 사망했는데, 남편의 동의서가 10월 작성한 것으로 돼 있었다. 동의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검찰에 고발할 때 이런 사실을 상세히 붙였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은 2016년 7월 요건을 갖춰 배아생성의료기관 지정을 다시 신청해 자격을 회복했다. 병원 관계자는 "법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화면 캡처

방송인 사유리가 지난 4일 일본에서 3.2k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KBS 9뉴스 화면 캡처

 
현두륜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는 "부부가 체외수정에 동의한 상태에서 시술 직전 사망했다고 보조생식술을 금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 암 치료 받기 전 환자가 정자나 난자를 보관했다가 인공수정을 시도해도 바로 되지 않는다. 사망 후 수정될 수 있는데, 그걸 금지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현 변호사는 "부부의 행복추구권을 명백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인공수정이 늘어나면서 A병원 같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시대 변화를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김 원장은 "외국도 사망자의 정자·난자를 못 쓰게 하는 데가 많다. 출생아동의 권리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아이가 부모를 알 권리가 있다"며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정자 제공자의 유전적 질환이나 가족 질병 이력 등을 따져야 하는데 사망자는 그런 걸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가족 분쟁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령 이미 유산 상속이 끝난 후 사망자의 정자를 이용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어떡할지, 냉동정자로 태어난 아이의 권리가 다른 형제와 동등한지, 엄마의 혼외자인지 아닌지 등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미혼모든 미혼부든 애기가 태어나면 잘 자라서 어른이 되게 해야 한다. 좋은 양육환경 갖추는 게 중요한데, 미혼모 아이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칫 여성의 계층화를 조장하고 아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위험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두륜 변호사는 "가족 분쟁 소지가 있다고 해서 일절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다. 예외적인 상황을 허용하도록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