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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빅딜 급하다면서…자금은 넉달 뒤 대한항공에 입금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뉴시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뉴시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빅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산업은행은 “양대 국적 항공사 통합은 시급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빅딜이 항공업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때문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석연치 않은 산은의 해명이 궁금증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통합 서두르는 산은, 석연찮은 3가지
① 주주배정 대신 제3자 유상증자
한진칼 주총서 의결권 노린 포석?

② 이동걸 8월 “아시아나 회생 가능”
이달엔 “이대론 공멸” 돌연 말 바꿔

③ 산은, 대한항공 지분 없으면서
이사 추천 뒤늦게 밝혀 의구심

① 긴급해서 ‘제3자 유증’한다는데=최대 논란은 산은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점이다. 제3자 유증은 기존 주주들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점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다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간담회서 “연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부족과 자본확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필요가 있었다”며 제3자 유증을 실시하는 이유로 ‘긴급한 자금 수요’를 들었다. 통상 제3자 유증엔 1개월, 주주배정 유증엔 2~3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공시를 따져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번 딜은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유증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이 이를 아시아나항공 제3자 유증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산은의 한진칼 유증대금 납입은 내달 2일,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유증대금을 넣는 건 내년 3월 1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증대금을 납입하는 건 내년 6월 30일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3월에야 유증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 산은이 지금 당장 주주배정 유증을 추진해 한진칼에 대한항공 유증 자금을 마련해줘도 긴급자금 수요를 충족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내년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 때 산은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산은이 제3자 유증 참여를 통해 얻는 신주는 내달 22일 상장된다. 올해 말 주주명부 폐쇄 직전에 주주 명단에 올라, 내년 한진칼 정기주총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주배정 유증을 한다면 내년 3~4월쯤 신주를 받기 때문에 내년 주총에선 의결권이 없다.
 
②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이동걸 산은 회장은 19일 간담회서 “코로나19 위기 직격탄으로 전 세계 항공운송업은 붕괴 위기에 처했고 우리 국적사도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며 “이제는 합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우리 국제항공운송업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산은과 한진그룹이 쓰는 ‘공멸’이나 ‘합치는 게 유일한 길’이라는 말은 두 달 전만 해도 나오지 않았다. 이 회장은 8월 HDC현대산업개발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지금의 먹구름(코로나19)이 걷히고 나면 또 다시 새로운 미래를 꿈꿔볼 수 있을 만큼 좋은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아시아나는 정상화 가능한 기업” “당장의 인력 등 부분은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닌 거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8~9월은 백신 개발 소식도 없어 코로나19 확산의 불안감이 지금보다 더 컸을 때인데, 되려 3개월이 지나니 항공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악화한 셈이다.
 
③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에 사외이사 추천=19일 간담회 때 해프닝이 있었다. 사외이사 추천권에 대한 질문을 받은 최 부행장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엔 사외이사 추천권이 없다”고 답하고 넘어갔다가 장내가 잠시 술렁이자 “새로운 얘기를 말하는 거냐”고 되묻더니 급히 “답변을 잘못 드렸다. 추천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커뮤니케이션이 불확실해 착오가 있는 거 같아 다시 말씀드린다”며 “이 딜이 성사돼서 효력을 발생할 때 한진칼과 대한항공 양사 다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을 저희가 추천하는 거로 약속 돼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16일 공시에선 산은이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에 사외이사를 추천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17일 계약 체결 때 포함된 내용으로 공시의무기한(5영업일) 내인 24일 공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지분이 없는 산은이 대한항공 이사회에 이사 추천권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한지도 논란이다. 산은 관계자는 “한진칼이 대한항공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진칼이 산은 추천 인물을 선임하도록 주총에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투자합의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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