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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미애의 억지와 궤변, 법치가 무너진다

행동대장이 조직 일원을 없애겠다고 한다. 보스는 야릇한 미소를 짓거나 짐짓 못 들은 척한다. 그 아래 간부들은 행동대장의 용기를 칭찬하며 그를 부추긴다. 앞뒤 가리지 않는 행동대장은 타깃으로 삼은 이의 죄목을 열거한다. 심복을 동원해 얼기설기 엮은 것들이다. 경쟁 조직과 내통했다, 보스 자리를 넘봤다 등의 모호한 죄상이 전부다. 제거 대상이 된 인물이 맡은 임무 중 하나는 내부 비리 차단이었다. 그 일이 조직 지휘부를 불편하게 했고, 결국 제물(祭物)이 됐다. 조직폭력배 세계를 그린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장면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이 정부 최상층에서 나타났다.
 

검찰총장 직무배제 법적 타당성 없어
권력 폭주 막는 법치주의의 붕괴 위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모든 권한을 박탈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죄는 ‘정권에 충성하지 않았다’는 것임을 상식적인 시민들은 안다. 그제 추 장관이 제시한 윤 총장의 여섯 가지 ‘혐의’ 중 하나는 법관 사찰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맡은 판사에 대한 뒷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사찰은 대상자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거나 불이익을 주려고 벌이는 공권력의 불법적 조사를 의미한다. 검찰이 주요 사건 공판에 대비해 담당 재판부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다. 이 일을 맡았던 검사는 “인터넷 등에 공개돼 있는 자료를 취합한 정도”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과거에 법원행정처가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 ‘물의 야기 법관’ 자료를 검찰이 조 전 장관 관련 재판에 활용했다고 주장했으나, 윤 총장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다른 사건과 혼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장관이 기본적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혐의를 뒤집어씌웠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여섯 가지 중 다른 하나는 윤 총장이 법무부의 감찰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며 서류를 보냈다. 이 문서에는 법무부 감찰관의 서명이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아래 담당관이 보냈기 때문이다. 감찰관을 건너뛴 감찰은 적법성을 갖추지 못한다. 법무부와 추 장관이 규정을 어겨가며 윤 총장 징계와 직무배제의 명분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머지 네 사안도 윤 총장이 어떤 법을 위반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나같이 억지와 궤변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권을 쥔 이들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 법이 폭정을 막는 족쇄 역할을 한다. 이것이 바로 법치주의다. 폭력배 조직 또는 독재국가와 정상적인 민주국가의 결정적 차이를 그것이 만든다. 추 장관과 여당은 법을 무시한 횡포로 법치주의를 허물고 있다. 유신시대나 5공화국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도처에서 들린다. 법치 파괴의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며 그 죄는 용서받기 어렵다.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드는 이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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