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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메가히트 떡잎 알아본 아저씨의 과자 쇼핑 팁

기자
한재동 사진 한재동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26)

박세리 씨가 예능에 나와 그녀의 팬트리를 공개한 순간, 나와 아내는 동시에 부러움의 탄성을 질렀다. 각종 과자 등 주전부리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높은 층고의 골프장만 한 넓은 집보다 팬트리가 더 인상이 깊을 정도였다. TV를 끄고 우리집 팬트리(라고 하기에는 누추하지만)를 보니 휑한 것이 마음마저 쓸쓸해지는 것 같았다. 뭔가 저기에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우리집의 주전부리 취향은 철저히 나뉜다. 먹어봐서 아는 맛, 즉 전통을 중시하는 나와 트렌디한 과자를 과감하게 도전하는 아내의 취향이 공존한다. 아기를 재우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두어 시간의 자유시간 동안 우리는 TV 앞에 앉아 본격적으로 과자를 먹는다. 살찐다는 타박과 죄의식이 동반되지만, 밥벌이와 육아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순간에 달콤 짭짤한 과자가 빠질 수 없다.
 
과자를 사는 것도 엄연히 쇼핑이며, 그중에서 매우 즐거운 쪽에 속한다. 사람들은 보통 과자 쇼핑에는 적극적인 정보수집과 가격 비교에 인색하다. 가끔 장안의 화제가 되는 과자가 마트에서 동이 났다는 뉴스를 접하고서야 ‘한 번 먹어볼까’ 하는 정도다. 그렇기에 서로의 과자 쇼핑 정보 공유는 매우 희귀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해 나의 과자쇼핑기를 적어 보려 한다.
 

사람들은 과자쇼핑에 의외로 정보수집과 가격비교를 하지 않는다. [사진 Unsplash]

 
우선 준비물이 하나 있으면 좋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봉지째 과자를 먹으면 부스러기가 이리저리 떨어지기 마련이다. 소파 사이에 과자가 들어가면 치우기도 어려워 짜증이 난다. 이럴 때 과자 전용 용기를 하나 정해서 쓰면 좋다. 뭐 따로 새로 살 것도 없이, 주방에 남는 대형 밀폐 용기 정도면 좋다. 여러 종류의 과자를 달거나 짠 맛에 맞춰 한 번에 세팅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먹는 양은 늘어날 수 있다. 한 종류의 과자만 먹다 보면 질려 멈출 가능성이 있는데, 단맛과 짠맛을 교차해가며 먹게 되면 늘 양이 많아진다.
 
아저씨의 과자 쇼핑 노하우를 하나 밝히자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자연스럽게 과자 몇 개를 카트에 넣는 것이다. 특히 마트마다 PB 상품으로 대용량 스테디셀러 과자를 판매하고 있으므로, 한번 다녀오면 든든하게 비축해 둘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해 모바일로 마트 쇼핑을 하게 되어 장바구니에 넣을 때마다 아내에게 확인을 받고 있다. 건강을 위해 지나친 과자 섭취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만 원 한 장 들고 가도 과자 몇 개 사지 못할 만큼 과잣값이 비싸졌다. 천원 한 장에 짱구와 새우깡을 동시에 살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역사책에 나와야 할 것만 같다. 그나마 마트에서 1+1 행사나 세일 등을 할 때 대용량을 저렴하게 쟁여두었는데, 가끔 과자는 다 떨어졌는데 입은 심심하고, 마트 갈 일은 요원한 날이 있다. 그럴 때는 편의점 PB 과자를 산다. 마트보다는 덜하지만 대부분 편의점마다 몇 가지 인기 과자를 PB 상품으로 생산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PB과자는 상대적으로 양도 많고 저렴하다. [사진 GS리테일]

PB과자는 상대적으로 양도 많고 저렴하다. [사진 GS리테일]

 
문득 ‘과자에는 저작권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예전에 유명 초콜릿 막대 과자의 원조가 누구인지 소송이 붙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과자 제조법에 특허가 있지만 실제 그 권리를 보호받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구성성분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도 다른 제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누가 봐도 같은 모양의 과자이지만 회사마다 약간씩 맛의 차이가 있었다. 속사정을 알고 나니 뭔가 자본주의의 쓴맛이 느껴지는 듯하지만, 소비자 처지에서는 같은 과자이더라도 본인의 입맛에 더 맞는 브랜드의 과자를 찾을 기회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어차피 과자 회사는 대기업인데 가뜩이나 과대포장으로 과자 양이 줄고 있는 와중에, 특허 싸움하는 그들 걱정해줄 이유가 없다.
 
얼마 전부터 무인 과자 및 아이스크림 소매점이 등장했다. 보자마자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택배를 집 앞에 두고 가라고 요청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데,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도둑 맞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과자 도둑이라도 우리나라의 CCTV 체계와 우수한 과학수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몇 달간 우려 섞인 관찰을 해온 결과 무인 과자/아이스크림 점포는 나날이 번창했다. 다만 계절을 크게 타서 날씨가 추워지니 소강상태로 들어선 것 같다. 남이 돈 벌고 있는 걸 내가 왜 걱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주요 간식 공급처 사장님을 응원한다.
 
직장인으로서 십 년간의 사회생활을 해온 결과 회사에서 먹는 과자와 집에서 먹는 과자는 다르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무실용 과자는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고, 개별포장이 되어 있는 제품이 많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고, 업무 중에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때 ‘너 과자 정말 맛있게 먹는다’며 웃으며 핀잔을 준 상사가 생각난다. 사실 그때는 칭찬인 줄 알았다. 요즘은 직원들 과자를 챙겨주는 스타트업도 생겼다. 직장인의 다양한 과자 취향을 맞춰주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피고용인으로서 느끼기에 좋은 복지제도라고 생각한다. 
직장내 과자수급을 대행해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사진 스낵24]

직장내 과자수급을 대행해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사진 스낵24]

 
아내는 나의 과자 취향을 할아버지 취향이라고 놀린다. 내가 주로 찾는 과자인 맛동산, 오징어땅콩, 왕소라 등이 장인·장모의 취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누룽지에 심취되어 있다. 일부 마트에서 개별 포장이 되어 있는 누룽지를 판매하는데, 얇아서 끓여 먹지 않고 그냥 씹어먹어도 이가 아프지 않다. 식빵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노릇하게 구워져서 고소함과 포만감을 동시에 준다. 약간의 마케팅이 더해지고 변주가 더해진다면 시장에 센세이션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바삭함과 달콤함이 만난 ‘초코시나몬 누룽지’ 같이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의 부캐인 지미유는 본인에게 히트곡을 예견할 수 있는 일명 ‘TOP100 귀’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메가히트 과자의 떡잎을 알아볼 수 있는 ‘TOP100 입’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몇 년 전 유행했던 ‘허니버터칩’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꼬북칩 초코츄러스’를 모두 맞혔다. 과자 회사에서 일하는 분이 보면 코웃음 칠 일이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고단한 하루 끝에 누룽지를 씹으며, 과자 회사에서 신제품을 내게 가져와 성공을 점치는 장면을 상상하리라.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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