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다는 게 더 신기하다.”
우체국 소포 상자에 구멍 손잡이가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나온 일부 시민들의 반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3일부터 우체국 택배에 쓰이는 가장 큰 상자(5호)에 손잡이 구멍이 뚫린 상자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우체국 택배에는 약 370만개의 5호 상자가 쓰였다.
‘구멍 손잡이’는 배송 과정에서 상자 1개를 10번 이상 들어올려야 하는 택배업 종사자들의 오랜 요구 사항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문제였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내용물이 7kg 이상일 때 쓰는 5호 상자를 손잡이 구멍이 있는 상자로 바꾸면서 발생한 추가비용은 상자 1개 당 220원이다. 구멍으로 이물질이 들어올 수 있다거나 내용물이 들여다 보이는 게 신경쓰인다는 소비자들의 우려도 도입이 지연된 이유였다고 한다.
구멍 손잡이가 뚫린 택배 상자가 당정의 이슈가 된 건 최근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과로사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들어서 10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했다. 20대 국회 때부터 손잡이 구멍의 필요성을 주장해 온 김태년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마트노동자들이 무거운 상자를 수백번씩 옮기느라 근골격계 질환 있다는 이야기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손잡이가 있는 상자를 이용하면 신체에 전달되는 하중을 1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한 문제제기였다.

23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우편창구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 등이 구멍손잡이가 없는 소포상자와 구멍손잡이가 있는 소포상자를 비교해 보고 있다. 뉴스1
소확행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우체국 택배 상자 개선 현장을 방문했다. 위원장인 신동근 최고위원은 이날 택배 발착장(배달 차량에 택배를 쌓는 곳)에서 직접 짐을 옮긴 뒤 “(손잡이가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소비자들도 쉽게 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구멍 손잡이는 서울·강원 지역에 쓰인 5호 상자에부터 적용된다. 우정사업본부는 내년까지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소포상자 구멍손잡이는 운반편의를 위해 만들었다.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마트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방안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조속히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