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이크 놓는 어록제조기

송재익 캐스터가 지난 21일 K리그2 이랜드·전남전을 끝으로 축구 중계석을 떠났다.

송재익 캐스터가 지난 21일 K리그2 이랜드·전남전을 끝으로 축구 중계석을 떠났다.

“전혀 섭섭하지 않아요. 아쉬울 것도 없죠. 평소와 다를 게 없습니다.”
 

송재익 50년 축구중계 캐스터 마감
“조상님 산신령님 도와주십시오
2002년 스페인전 가장 기억 남아
이동국도 은퇴, 나도 원없이 했다”

국내 현역 최고령 축구 중계 캐스터 송재익(78) 전 아나운서는 담담했다. 프로축구 K리그2 2020시즌 최종전 서울 이랜드FC-전남 드래곤즈전이 열린 21일 그는 마지막 중계를 했다. 여느 때처럼 킥오프 2시간 전 경기장에 도착했고, 해설을 마치면서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늘 하던 “지금까지 캐스터 송재익이었습니다”란 말로 마무리했다. 송 캐스터는 “몸 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유명한 이동국도 은퇴했다. 나라고 다를까. 이 정도면 원 없이 했다”는 말로 50년 캐스터 인생을 마감하는 소회를 밝혔다.
 
1987년 복싱 중계 모습. [연합뉴스]

1987년 복싱 중계 모습. [연합뉴스]

송 캐스터는 1970년 MBC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해 올해까지 50년간 마이크를 잡았다. 1986년 멕시코부터 2006년 독일까지, 6회 연속 월드컵 축구대회 중계를 맡았다. 1997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후반 이민성이 역전 골을 터뜨린 뒤 그가 외쳤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어록만 모아도 책 한 권은 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해설은 명언이 가득했다.
 
2011년 현장을 떠난 송 캐스터는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이 자체 중계를 시작하면서 돌아왔다. 2년간 54경기를 중계했다. 중장년 팬은 “1997년 도쿄 대첩의 그 목소리”라며 반겼다. 그는 “68세까지 중계하고 그 이후 쉬었다. 다시 중계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캐스터 인생에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라고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1997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도쿄 대첩’ 중계 당시 모습 [연합뉴스]

1997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도쿄 대첩’ 중계 당시 모습 [연합뉴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한국-스페인전을 꼽았다. 120분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한국이 5-3으로 이기면서 4강 신화를 쓴 경기다. 송 캐스터는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였던 홍명보가 나설 때 ‘국민 여러분, 두 손을 치켜들고 맞잡으십시오. 종교가 있으신 분은 신에게 빕시다. 없으신 분들은 조상에게 빕시다. 무등산 산신령님도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무등산 산신령은 눈앞에 무등산이 보여 즉흥적으로 한 말이다. 그땐 정말 간절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중계 모습. [유튜브 캡처]

2002년 한·일월드컵 중계 모습. [유튜브 캡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전 서독-아르헨티나전도 잊지 못한다. 송 캐스터는 “당시 독일은 통일을 앞두고 있었다. 서독이 우승하자 ‘찬란한 금메달을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통일이 되어 있다. 참 부럽다’고 한 게 기억난다. 그 말을 하며 울컥했다”고 떠올렸다.
 
송 캐스터가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는 자료집 겉면에 ‘절제’와 ‘겸손’ 두 단어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그는 ‘롱런’ 비결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게 절제다.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겸손하게 살기는 어려운데 겸손한 척은 할 수 있더라. 그렇게 살다 보니 건강이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했다. 송 캐스터는 “아주 행복하게 마이크를 놓고 캐스터에서 시청자로 돌아간다”며 미소 지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