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때문에 생활 패턴 깨졌나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입학식도 없이 중학생이 된 A양(14). 그는 1학기 초만 해도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19에 대한 걱정이 깊어졌다. 부모님과 가족들의 죽음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현재 성적은 다니는 학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잇따라 학업에 점점 집중이 안 된다.
#40대 주부 B씨는 온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히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가 걱정이다. 사춘기가 온 아이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웹소설과 웹툰을 보느라 휴대전화를 하루 12~14시간씩 켜놓는다. 하지만 부모와의 대화는 거의 없다. 게다가 낯가림이 심해 친구도 잘 안 만난다. B씨는 딸이 부모와도 점점 멀어질까 봐 이래라저래라 잔소리도 맘 놓고 못하고 있다.
기획/혼돈의 코로나 1학년④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중학교 1학년 학생. 이 학생은 ″온라인 수업은 15분이면 끝난다″며 ″친구들은 다 2배속으로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사진 위문희 기자
中1, "친구는 못 만나고 선생님과는 할 말 없어"
중 1의 고민은 청소년 상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 올해 1월~9월까지 접수된 상담 사례 7만 7670건 중 중1(1만 1079건, 14.3%)의 상담 건수가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온라인게임 등 인터넷 사용 과다(2918건, 26.3%), 친구 관계(1824건, 16.5%), 긴장ㆍ불안ㆍ우울감(1813건, 16.4%), 학업ㆍ진로 문제(1420건, 12.8%), 가족 갈등(1140건, 10.3%) 순이다. 정재우 청소년안전망지원부장은 “중1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도 교육 시스템이나 가정에서의 기대수준이 확 달라지는 시기”라며 “여러 학년 전환기 중에서도 중1이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학교 1학년 교실의 모습. 자리는 한줄씩 배치돼 있고 책상마다 투명 가림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류새봄 양]](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4/9360a67d-c165-4d94-b646-073ea35c180a.jpg)
중학교 1학년 교실의 모습. 자리는 한줄씩 배치돼 있고 책상마다 투명 가림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 류새봄 양]
엄마들은 "밤낮 바뀐 채 휴대폰만 쥐고 있어"
중앙일보가 지난 10월 14일~11월 5일까지 중학교 1학년생 59명에게 ‘불안이나 걱정거리를 나누는 상대가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친구’(23명, 39.0%) 다음으로 ‘없다’(19명, 32.2%), ‘부모’(15명, 25.4%)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신입생처럼 코로나에 갇힌 신입생이 내년에도 또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학교 1학년, 상담 주요 내용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말 들어주며 자녀와 신뢰 쌓아야"
교육 당국이나 학교 차원에서 등교 수업 때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수업에선 교사와 학생이 ‘라포(rapportㆍ친밀감)’를 충분히 형성할 수 없는 만큼 오프라인에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경애 연구위원은 “교사 일 대 다수 학생의 집합형태 수업은 지금처럼 작동해서는 안 된다"며 "짧은 시간이라도 4~5명씩 소수 인원을 놓고 한 시간이라도 깊이 있게 한 명, 한 명 자주 볼 수 있는 교육 방식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권혜림·정진호·이우림·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