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굴착기 생산 20만대 기념식. 사진 두산인프라
구체적인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 지분 36.1%다. 시장에선 이 지분의 가치를 1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두산은 이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회사를 팔길 원한다. 근거는 두산인프라가 올해 3분기(7~9월) 17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실적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546억원)보다 14% 증가한 액수다. 매출도 1년 전(1조8576억원)보다 3.9% 상승한 1조9284억원을 기록했다.

16t급 휠 굴착기 사용 후기가 담긴 비디오 화면. 사진 두산인프라
두산의 자금 사정이 올해 상반기에 비해 다급하지 않다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두산은 9월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뒤 “중대한 고비는 넘겼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미 강원 홍천의 골프장 클럽모우CC 매각(1850억원),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매각(8000억원) 등을 마무리한 만큼 이를 더하면 국책은행에서 빌린 3조원 중 절반 이상을 갚는 셈이다. 이에 두산은 나머지 돈은 실제 사업을 운영하며 중·장기적으로 상환할 수 있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때문에 “두산인프라를 비싸게 팔면 좋지만, 제값을 못 받는다면 안 팔아도 그만”이라는 말도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반면 두산인프라의 중국법인(DICC) 관련해 진행 중인 7000억 원대 소송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1년 두산인프라는 중국에 법인을 세우면서 20% 지분에 해당하는 자금을 하나금융투자 등으로부터 유치했다. 나중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두산인프라 보유 지분 일부까지 함께 시장에 팔 수 있는 조건의 투자 계약이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연합뉴스
이후 IPO가 성사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지분을 다시 파는 과정에서 생긴 분쟁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약속된 지분 매각 작업에 대해 두산인프라가 협조했느냐 방해를 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이 사건은 현재 두산인프라가 2심(서울고법)을 진 상태에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두산 측의 주장대로 판결이 뒤집히지 않으면 7000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물어내야 한다.
반면 소송 위험 또한 기존에 알려진 내용인 만큼 매각 가격 하락에 큰 요인이 되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이에 더해 이 소송에서 두산인프라가 최종 패소하더라도 배상금에 대한 부담을 두산그룹이 떠안기로 했다는 설도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돌고 있다. 두산인프라의 매력 하락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시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에 대해 두산은 긍정도, 부정도 않고 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