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정 문화팀 기자
미국 대통령들의 역대 취임식은 스타의 향연이었다. 밥 딜런(1993년, 클린턴 대통령), 리키 마틴(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이 축하 공연을 했다. 마치 더 화려한 가수를 불러오는 경쟁처럼 됐는데,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엘튼 존, 롤링스톤스 등이 출연을 거절했다.
음악, 의미, 구성에서 모범이 된 무대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첫번째 취임식 음악이었다. 출연자는 이츠하크 펄먼(바이올린), 요요마(첼로), 가브리엘라 몬테로(피아노), 앤서니 맥길(클라리넷)이었다. 영화 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취임식을 위해 작곡한 ‘노래와 일상의 선물(Air and Simple Gifts)’을 4분동안 연주했다. 연주를 하는 중간에 정오가 됐고, 아직 선서를 하지 않은 오바마는 이 음악이 흐르는 도중에 법적으로 대통령이 됐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의 4중주. [유튜브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4/72c7304e-8a03-4135-bad1-753d1db4c70f.jpg)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의 4중주. [유튜브 캡처]
연주의 의미는 확장된다. 요요마는 이 곡을 “다음 4분을 위한 4중주”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한데,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1941년 곡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에 빗댄 것이다.
메시앙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수용소에 갇혀 이 곡을 썼고, 음악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노래와 일상의 선물’은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와 악기 구성이 동일하다. 요요마는 ‘새로운 시대와 희망’이라는 점에서 두 곡이 통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2009년 취임식엔 의미, 이해, 실력이 있었다. 이른바 ‘행사 음악’이라고 해서 그 당시 가장 유행하는 음악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말춤이 유행한다고 취임식에서도 말춤을 추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음악은 연주되는 순간 무대에서 사라지지만,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의미와 통찰을 바탕으로 한 무대는 특히 그렇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