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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빅딜 때린 이한상 교수 “이동걸은 무법, 자본시장 기능 부정했다”

이한상 교수는 ’이번 빅딜로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 희석에 따른 피해를 본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이한상 교수는 ’이번 빅딜로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 희석에 따른 피해를 본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구정물에 X물을 섞어 어떻게 백산수를 만들겠다는 거냐.”
 

주주 의사 안 묻고 3자배정 증자
아시아나 구조조정 실패 덮으려
산은, 절차 무시하고 이번 딜 폭주
합병 시너지 없는 신 정경유착 주장

한 경영학 교수가 항공업 구조조정에 대해 페이스북에 남긴 이런 코멘트가 최근 화제가 됐다. 경영·부채 위기에 내몰린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세계 7위 규모 항공사로 만들겠다는 산업은행에 “그게 백산수 맞냐”고 묻는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이한상(49) 교수 얘기다. 왜 그는 항공빅딜에 날선 비판을 하는 것일까?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딜은 절차와 목적에 있어 전혀 수긍할 수 없는 딜이라서다. 산은의 폭주를 보면서 ‘이동걸은 자본시장의 추미애’란 생각이 들었다.”
 
어딜 봐서 그런가.
“무법이라는 거다. 감춰진 목적과 사익이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본시장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지분 6% 가진 조원태 회장이 문제라면 자기 돈 0원인 강성부 펀드는 문제가 안 되느냐’는 발언은 수탁자 책임과 자본시장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연기금 투자와 스튜어드십코드 등 이 정부의 경제정책도 정면 부정된다.”
 
어떤 부분이 무법인가.
“한진칼 주주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경영권 분쟁 중인 상태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한다. 3자배정 유증엔 정관상 예외적으로 긴급한 자금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한진칼은 부채비율 100% 언저리의 건실한 회사고, 급하게 갚아야 할 단기부채가 있는 것도 아니다. 3자배정 유증을 하면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 희석으로 피해를 본다.”
 
산은이 왜 그런다고 보나.
“감춰진 목적 때문이다. 산은은 아시아나 처리에 실패했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고 호남 기업을 제대로 손도 못 본채 현대산업개발과 딜을 진행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졌다. 딜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구조조정 실패 면피가 이번 딜의 감춰진 목적이었다고 본다.”
 
이동걸. [뉴시스]

이동걸. [뉴시스]

결과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생길 수는 있지 않나.
“규모는 커지겠지만, ‘규모의 경제’는 다른 얘기다. 비용절감이나 가격주도가 시너지의 원천이다. 그래서 문제는 어떻게 두 기업이 돈을 벌어 정상화 되는가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 통합 35조원 규모 부채를 가진 회사가 까딱 잘못해 법정관리라도 가면 다 국민 세금 부담이 된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없을까.
“앞으로 시너지가 난다고 한다면 제일 먼저 그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계획을 공개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없다. 구체적으로 숫자를 좀 보여줬으면 좋겠다.”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 영향을 미쳤나.
“나는 과거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을 맡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여당 의원과 함께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요구해 진보층의 환호를 받았던 사람이다. 학자로서의 양심과 자본주의가 부정당하는 데 대한 반감에서 비판을 쏟는 거다. 교수라면 바른말을 해야 한다. 이 사태는 국가 주도의 신(新) 정경유착이다. 이 딜로 두 기업이 부실화하면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특검은 피할 수 없다. 딜이 성사된다면 코리아 거버넌스(지배구조) 디스카운트는 계속된다.”
 
◆대한항공 노조는 “유감” 표명=대한항공 노조는 이날 이 교수의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투기자본 KCGI의 역성을 드는 듯한 주장을 했다”며 “편향된 시각의 위험성에 항공업계 노동자는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양 기업 경영층의 무능과 실패를 감싸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비난만 반복한다고 벼랑 끝에 선 노동자에게 활로가 생기겠냐”라며 “죽을 놈은 죽으라는 식의 경영학 이론 설파가 노동자의 생존권보다 중요하냐”고 반문했다. 
 
정용환·곽재민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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