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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퍼니처 거장’ 최병훈, 미 휴스턴미술관도 모셔갔다

지난해 최병훈 작가(왼쪽) 작업실을 방문한 미국 휴스턴미술관 큐레이터 신디 스트라우스. 뒤편에 당시 제작 중이던 ‘선비의 길’ 조각이 보인다.

지난해 최병훈 작가(왼쪽) 작업실을 방문한 미국 휴스턴미술관 큐레이터 신디 스트라우스. 뒤편에 당시 제작 중이던 ‘선비의 길’ 조각이 보인다.

현대건축 거장 스티븐 홀(Steven Holl·73)이 설계해 21일 개관한 미국 휴스턴미술관(Museum of Fine Arts, Huston·MFAH) 신관에 한국 아트 퍼니처 디자이너 최병훈(68·전 홍익대 미대 학장)의 조각 ‘선비의 길(Scholar’s way)’이 영구 설치됐다.
 

신관에 조각 ‘선비의 길’ 영구 설치
3년전 관장이 조각작품 파격 의뢰
돌·나무로 자연 향한 경외심 담아
최 “남과 다른 나만의 것 도전하라”

세계 건축·디자인 전문매체 디자인 붐(Designboom)에 따르면 휴스턴미술관은 최근 확장·증축 공사를 마치고 근현대미술관 건물인 ‘낸시 앤 리치 카인더빌딩(The Nancy and Rich Kinder Building)’을 개관했다. 새 건물 내외부 공간에 맞게 작가들에게 의뢰한 ‘장소 맞춤형’ 커미션 작품도 공개했다. 여기엔 최 작가와 올라퍼 엘리아슨, 아이 웨이웨이 등 세계 거장급 작가 8명이 참여했다.
 
21일 개관한 미 휴스턴미술관 신관 외부에 설치된 ‘선비의 길’.

21일 개관한 미 휴스턴미술관 신관 외부에 설치된 ‘선비의 길’.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 교수로 일한 최병훈은 국내 아트 퍼니처의 선구자다. 아트 퍼니처는 감상용 예술 오브제이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말한다. 대량생산품과 전통공예품만이 가구로 여겨지던 1980년대부터 그는 예술과 결합한 가구 디자인으로 제3의 길을 개척해왔다. 독일 비트라 디자인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랑스 파리 국립장식미술관, 홍콩 M+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최병훈의 아트퍼니처 ‘태초의 잔상’ 연작. [사진 최병훈]

최병훈의 아트퍼니처 ‘태초의 잔상’ 연작. [사진 최병훈]

휴스턴미술관은 가구 디자이너에게 조각 제작을 의뢰한 셈인데, 우리 미술계에선 보기 힘든 파격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휴스턴미술관 큐레이터가 2014년, 2016년 뉴욕의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아트 퍼니처 전시를 눈여겨본 게 계기가 됐다. 최 작가는 “2016년 전시 때 휴스턴미술관 큐레이터가 찾아와 ‘2년 전부터 당신 작업을 지켜봤다’고 말했다”며 “이듬해 7월 게리 틴터로 관장이 작품을 공식 의뢰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술관 측이 조각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건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우리나라에선 쉽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얼떨떨했고, 굉장히 설렜다”고 돌이켰다.
 
최병훈의 아트퍼니처 ‘태초의 잔상’ 연작. [사진 최병훈]

최병훈의 아트퍼니처 ‘태초의 잔상’ 연작. [사진 최병훈]

작품 ‘선비의 길’은 높이 3m, 가로 70㎝ 기둥 3개가 모인 형상. 재료는 인도네시아산 현무암이다. “겉은 흑갈색이고 속은 진한 검정으로, 거친 원시성(표면)과 매끈한 현대성(내부)을 함께 표현할 수 있어서”다. 작품은 미술관 서쪽 입구 13.5m, 4m 규모의 얕은수면 공간 위에 설치됐다. 현장답사부터 작품 완성까지 2년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최병훈의 아트퍼니처 ‘태초의 잔상’ 연작. [사진 최병훈]

최병훈의 아트퍼니처 ‘태초의 잔상’ 연작. [사진 최병훈]

‘선비의 길’이란 제목에 대해 작가는 “음양으로 이뤄진 대자연의 이치를 품은 수석(壽石)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옛 선비들이 수석과 교감하며 인격을 수양한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높은 이상과 꿋꿋한 신념을 추구하는 정신을 치솟은 기둥의 힘찬 능선과 깊이 팬 계곡, 구멍들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돌과 나무 등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최 작가는 작품에 도(道)와 선(禪)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담아 간결한 조형으로 빚어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중국과 달리 화려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한국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2016년 프랑스 전시 때 올리비에 가베 파리 국립장식미술관장은 “최병훈은 예술적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작업 자체로 자신의 창조성을 드러낸다. 작품들은 경계 허물기, 즉 개방성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썼다.
 
2017년 8월 정년 퇴임했지만 작가로선 ‘현역’이다.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 등을 통해 컬렉터들의 작품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내 작업이 어떻게 진화할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라. 장르의 벽을 의식하지 말고, 남과 다른 나만의 것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그가 젊은 작가들에게 던지는 조언이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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