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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해도 터치는 안 해…친구도 놀이도 빼앗긴 초1

코로나 세대, 잃어버린 1학년 〈상〉 

코로나19 사태로 5월에야 첫 등교를 한 초1 학생들은 한글도 떼기 전에 방역수칙부터 익힌 세대다. 지난달 19일 서울 문백초등학교 학생들이 1m 이상 거리를 둔 채 등교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사태로 5월에야 첫 등교를 한 초1 학생들은 한글도 떼기 전에 방역수칙부터 익힌 세대다. 지난달 19일 서울 문백초등학교 학생들이 1m 이상 거리를 둔 채 등교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올해 초 입학한 이모(8)군은 “이름을 아는 학교 친구가 몇 명이냐”고 묻자 손가락으로 다섯 명을 셌다.
 

5월에야 첫 등교, 방역부터 배워
같은 반 이름 아는 친구 손꼽을 정도
부모 “7세서 멈춘 아이들” 안타까움

이군은 “학교에 가도 친구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고, 옆에 붙어 앉는 짝꿍(짝)도 없다. 그래서 친구들과도 엄청 친한 느낌이 안 든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인 이모씨는 지난 10월 술래잡기하던 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이를 진행하는 동안 ‘물리적 접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술래가 주변을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잡힌 것으로 규정했다. 자체적으로 ‘코로나 룰’을 도입한 셈이다. 이씨는 “오히려 실수로 몸이 닿자 서로 ‘만지면 안 된다’고 소리치더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이들을 이렇게까지 바꿔놨구나 싶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학교라는 울타리에 첫발을 내디딘 초1 학생들에게 코로나19의 영향은 주로 부정적 측면에서 매우 컸다. 한 교사는 “한글도 떼기 전 방역 수칙을 먼저 익힌 전무후무한 방역 세대이자 놀이의 감소로 사회성 습득 기회를 상실한 세대”라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초1 학생들은 예년보다 두 달 늦은 5월에 첫 등교를 한 데다 마스크를 낀 채 일정 거리를 떨어져 앉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웠다. 초1 손녀를 키우는 한모(61·서울 성북구)씨는 “손녀한테 학교 친구 누구랑 놀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중앙일보가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5일까지 초1 학생들에게 “같은 반 학생 중 이름을 아는 친구가 몇 명이냐”고 물었더니 평균 7.2명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반 정원이 평균 24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름을 아는 친구가 평균적으로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설문에 응한 초1 83명 중 절반이 넘는 48명(57.8%)은 ‘5명 이하’라고 답했다.
 
코로나 신입생, 친구 몇 명이나 만들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 신입생, 친구 몇 명이나 만들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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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부진과 학력 격차 문제도 심각했다. 학부모 이모(45·경기도 수원)씨는 “올해 입학한 둘째 아이는 대화 수준이나 한글 습득 능력에서 6학년인 첫째 아이의 1학년 시절과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며 “유치원생과 별 차이가 없어 엄마들끼리는 ‘7살에서 멈춘 아이들’이라고 자조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이모(39·경기도 하남)씨는 “사교육을 통해 미리 공부시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충분히 학습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도 동의한다. 대전의 초1 교사 A씨는 “첫 등교 때 아이들의 한글 수준은 심각했다. 한글 미해독 학생도 많았고 문장을 쓰는 수준도 지난해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글이 안 되니 수학 등 다른 과목에서도 연쇄적으로 구멍이 뚫렸다”고 덧붙였다.
 
10년 차 교사인 B씨도 “1학년은 화장실 등 학교 시설 이용법, 친구 이야기에 집중하는 법 등의 단체생활 규칙을 한 달 정도 배운다. 선생님들이 ‘사람 만든다’고 표현하는 이런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니 한계가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가정환경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성과가 천차만별이었다는 점도 온라인 수업의 폐해로 꼽혔다.
 
엄문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1학년들은 아이들과 부닥치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르면서 사회화를 배워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 부진 및 학력 격차 확대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위문희·권혜림·정진호·이우림·편광현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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