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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독설까지 꼼꼼히 분석했던 블링컨, 국무장관 된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엿새 앞둔 11월 2일. 대선 승자와 관계없이 곧 8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비판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렇게 대꾸했다.
 

바이든 20년 보좌…오늘 공식 발표
프랑스어 능통한 ‘타고난 외교관’
오바마 정부 때 ‘대북제재’ 틀잡아
한·일관계엔 “원만한게 미에 도움”

“임기를 마치게 되는 오바마 패는 구역질 나는 변명에, 남의 집 일 참견질은 그만두고 제 집안 정리나 하라. 아무리 악청을 돋구어도 우리는 이미 정한 길을 간다.”
 
이제 곧 떠날 사람이라고 신나게 막말을 퍼부었던 북한은 그가 내년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각료로, 그것도 북핵 문제를 총괄할 국무부 장관으로 돌아올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바로 토니 블링컨(58) 전 국무부 부장관이다.
  
NYT “블링컨의 급선무는 동맹 복원”
 
바이든(左), 블링컨(右)

바이든(左), 블링컨(右)

미 언론들은 22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 자문을 총괄한 블링컨을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공식 발표는 24일 이뤄질 전망이다.
 
블링컨 내정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국무장관 블링컨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이 신뢰할 만한 동맹이라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블링컨은 지난달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세계 리더로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때로는 부담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고려할 때 다른 대안은 훨씬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국무장관을 위해 키워진 듯한 스펙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를 프랑스 파리에서 나와 프랑스어에도 능통하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왔다. 국무부에서 중동, 유럽 업무를 맡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로 일했다. 비슷한 시기 아버지 도널드는 헝가리 대사를 역임했다. 블링컨은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외교위에서 활동할 때 연을 맺어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했다.
 
로이터는 지인들의 말을 빌려 그를 “외교관의 외교관”으로 표현했다. 외교의 기본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세련된(polished)” “부드러운(smooth)” “친절한(kind)” 등의 단어가 붙어다니는 외유내강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반도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외교 사령탑이 될 블링컨이 4년 전 “구역질 난다”는 북한의 악담을 들었을까.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성명부터 보도까지 입장 하나하나를 직접 챙겨보며 분석하는 꼼꼼한 성격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북한 특유의 독하고 현란한 표현 구사에 대해 “이런 문안은 대체 누가 작성하는지 궁금하다”며 ‘언어의 연금술사’ 같다는 농담도 했다고 한다.
 
실제 당시 아시아 업무, 그중에서도 북핵 대응이 그의 주된 업무 중 하나였다.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거듭해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구도를 만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했고, 제재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 지금의 강력한 대북 제재의 기틀도 당시에 잡혔다. 이를 주도한 건 미국이었고, 핵심은 블링컨이었다.
 
하지만 대북 강경론자로만 볼 수는 없다. 당시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향해 수차례 공식·비공식적으로 외교적 협상을 제안했고 ‘탐색적 대화’라는 아이디어까지 고안했지만, 북한이 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반응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매우 다른 원칙적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블링컨은 2016년 3월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우리는 북한에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며 단서를 달았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중단하고 ▶인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고 ▶비핵화 의무를 달성한다면”이라면서다.
  
중국에 강경 … 한·미·일 협력 강화할 듯
 
블룸버그통신은 블링컨이 중국에 대해 더 강력한 압박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7월 인터뷰에서 중국이 첨단기술을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용도로 쓰는 데 대해 바이든 당선인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가며 동맹의 힘에 좀 더 기대는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일 간 역사 갈등에 무관심했던 트럼프의 미국과는 다를 수 있다. 실제 블링컨은 부장관 시절 “한국과 일본은 역사 문제 같은 차이보다 훨씬 중요한 공동의 이해를 공유한다. 원만한 한·일 관계가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2015년 10월 아산정책연구원 강연)
 
한편 미 언론들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이크 설리번(43)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는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낸 흑인 여성 린다 토머스-그린필드(68)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블링컨의 주요 발언
북핵 및 대북제재에 대해선  
제재 이행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북한의 선택지를 자꾸 줄여야  
북한이 비핵화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다.
(2016년 4월 서울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뒤)
 
한·일 관계 및 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한·일 간에 어떤 긴장이 있더라도  
도전과제들에 대한 두 나라의 공동의
관점은 어떤 차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는 두 동맹국이 가능한 한 최상의
관계를 갖기를 독려한다.
(2015년 4월 워싱턴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뒤)
 
중국 정책에 대해선
중국의 평화적 부상은 환영한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역내에서 분열을  
조장하는 중국의 행동, 특히 보편적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  
등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대응하겠다.
(2015년 10월 아산정책연구원 강연)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유지혜 국제외교안보에디터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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