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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무공천·공수처…석달에 한번꼴 말 뒤집은 민주당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23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통과를 놓고 야당을 압박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23일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통과를 놓고 야당을 압박했다. 오종택 기자

 
“예전엔 여야를 막론하고 이 정도로 당 입장을 뒤집으면 눈치라도 봤는데, 요즘 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뉴노멀’이라는 말을 무섭게 실감하고 있다” (23일 국민의힘 3선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개정안 통과를 연일 몰아붙인 23일, 국민의힘에선 이런 반응이 나왔다.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vetoㆍ거부)권’을 보장한다던 입장이 달라지는 등, 최근 여당이 수차례 ‘말 바꾸기’를 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더는 국민을 지치게 해선 안 된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오늘 회동(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여야 합의로 공수처를 출범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엄포를 놨다.  
 
5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5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임현동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2일 밤 부산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2일 밤 부산경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민주당이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뒤집은 건 올해 세 차례 있었다. 지난해 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려고 하자 민주당은 “유권자를 모욕하는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총선 한달을 앞두고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사실상 창당했다.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이해찬 대표는 “통합당 반칙을 응징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했고, 이낙연 대표는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간 이어진다”고 했다.
 
‘오거돈ㆍ박원순 성추문’으로 불거진 서울ㆍ부산 시장 ‘무공천 방침’은 지난 13일 당헌 개정으로 없던 일이 됐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ㆍ보궐을 실시하면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민주당 당헌은 “단, 전 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도리”(10월 29일 이낙연 대표)라는 이유였다.

 
최근에는 공수처를 놓고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당초 공수처법이 통과될 때 국민의힘은 “정부ㆍ여당의 입맛에 맞춘 정권 보위용 공수처”라고 공격했고, 민주당은 “공수처장 야당 비토권을 확실히 인정해,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반박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야당이 2명의 추천위원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야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6월 29일 이해찬 대표)을 거쳐 “국회법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처리”(23일 이낙연 대표)로 선회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이 통과됐다. 당시 여당은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확실히 인정하기 때문에, 공수처의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이 통과됐다. 당시 여당은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확실히 인정하기 때문에, 공수처의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뉴스1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이 석달에 한 번 꼴로 스스로 정한 입장을 뒤집고 있다. 이 정도면 습관성 말 바꾸기”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선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민주당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기류도 있다. 실제 지난 총선 당시 “위성정당 말 바꾸기”라는 비난은 ‘민주당 180석’으로 결론 났고, 서울ㆍ부산시장 ’무공천 뒤집기‘에도 여야 지지율 역전 현상은 없어서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여당의 ‘말 바꾸기’ 논란이 누적되면, 부동산값 폭등 등과 맞물려 내년 보궐선거 즈음엔 폭발력을 발휘할 거란 기대감도 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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