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비토권 보장’ 약속 어겨 갈등 증폭
위헌 논란 정리 않고 공수처 강행은 안 돼
더불어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공수처법이 바뀌면 공수처장 임명에 야당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지난해 “공수처가 정권 호위 조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언론·법조·학계에서 쏟아지자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에 공수처장 비토권을 주겠다”고 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그 거부권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야당을 배제한 공수처장 임명의 필요성을 태연하게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낸 법 개정안에는 공수처 검사의 기본 임기를 3년에서 7년으로 늘리는 등의 독소 조항이 있다. 임기에 손대는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금의 여당 편 사람들이 공수처를 그대로 장악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다.
공수처 문제가 첨예해진 것은 현 정권이 원하는 형태의 공수처는 위헌적 기구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수의 학자·변호사가 공수처가 입법·행정·사법 중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게 설계된 것, 특정 계급 이상의 공직자만 타깃으로 수사하는 것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지난 2월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5월에는 법조인 단체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헌법에 기초해 국가적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3개월 만에 끝냈던 헌재가 이 사안은 10개월째 붙들고 있다. 헌재가 어느 쪽으로든 위헌 문제를 정리하지 않은 채 여당이 공수처를 밀어붙이는 건 곤란하다. 신속한 결정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