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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수렁, 잘못 인정 용기 있어야 탈출한다

부동산 정책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기는커녕 누더기 땜질 대책으로 자꾸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24번째 대책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아집이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꿈을 억누르는 규제를 남발하고, 보완 역할에 그쳐야 할 공공임대를 만능열쇠처럼 내세우다 원망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책 오류 부인하면서 땜질 대책만 거듭
시장 수요 비껴간 전세 대책에 반응 싸늘
공공임대는 보완책, 만능열쇠 될 수 없어

엊그제 발표된 전세 대책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부는 앞으로 2년간 전국에 11만4000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공실을 활용하거나 신축 다세대주택의 물량을 조기 확보해 공급하는 안도 제시했다. 빈 상가와 관광호텔을 주택으로 개조해 공공임대로 공급하겠다는 구상도 곁들였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세 파동의 진원(震源)을 외면한 채 임대주택 숫자 맞추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지금 전세 문제의 핵심은 3~4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다. 다세대주택 확보나 호텔 개조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장관님은 그런 데 살고 싶으세요” “서민은 닭장 살이 하란 말이냐” 같은 비아냥과 분노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런 꼼수 대책으로는 문제가 풀릴 리 없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공급도 어렵거니와 매입 임대에 드는 그 많은 자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LH·SH 같은 공기업의 부실만 쌓일 테고, 종래에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근본 인식부터 잘못이다. 정부는 전세 파동이 임대차보호법 같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초저금리와 가구 분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비겁한 변명이다. 전세 시장은 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쏟아내기 전에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분양가 상한제, 민간임대 혜택 축소, 실거주 요건 강화, 임대차보호법 같은 정책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불안이 시작됐다. 이런 대책들이 시장에 나오는 민간 임대주택의 물량을 급속하게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전세를 자극하고, 폭등한 전셋값이 다시 매매수요를 부추겨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잠잠하던 서울 외곽과 지방 도시의 집값마저 들쑤셔 버렸다. 전세 대책이 나온 날, 전국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통계가 같이 나왔다.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 통계다. 국민의 삶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서 선의가 무능의 변명이 될 수 없다. 길을 잘못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되짚어 나오는 용기도 필요하다. 변명 대신 전세 대란의 방아쇠를 당긴 임대차보호법부터 고쳐야 한다.
 
공공임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책도 재고해야 한다. 임대주택 시장에서 공공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 정도다. 92%에 이르는 민간임대주택의 공급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 질 좋은 공공임대 보급 정책이 장기적으로 옳다 하더라도 전세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대다수 보통 사람의 꿈이 내 집 마련인 상황에서 공공임대는 보완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시장 현실을 무시한 채 공공임대를 강조하는 저변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치’가 깔렸다는 의심마저 나오는 판이다. 공공임대 확대로 친서민 코스프레를 하면서 집값 폭등을 방치해 세금만 더 거두려 한다는 음모론적 시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시각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신뢰를 잃었다는 이야기다.
 
전세를 포함한 부동산 문제는 시장 원리에 기반을 둔 정공법으로 풀 수밖에 없다. 과잉 규제와 세금 폭탄 같은 우격다짐으로 시장을 이기려 하다가는 시시포스의 헛수고만 반복할 뿐이다. ‘기필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을 듣는 것도 지쳤다. 부동산 문제로 고통받는 국민에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정책 기조부터 되짚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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