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과 방역을 소재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7억 뷰 이상 달성한 영화 '최미역행'의 한 장면. 국내에선 25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 시네마뉴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0/b3b39572-e92f-4721-a0c2-b086a89ac5d4.jpg)
코로나19 감염과 방역을 소재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7억 뷰 이상 달성한 영화 '최미역행'의 한 장면. 국내에선 25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 시네마뉴원]
실화 바탕으로 국내 개봉하는 '최미역행'
과한 BGM 등 낮은 완성도에도 중국 열광
"시진핑식 애국주의와 방역 자신감 결합"
이날 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는 ‘방역 자화자찬’보다는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 일반인들의 국난 극복 분투기에 가깝긴 했다. 중심인물은 철도 공안 여경지원대장 정잉(청청)과 그의 약혼자이자 철도 경찰 형사팀 소속 천옌룽(오스카 첸). 결혼식을 앞둔 정잉이 지난 1월 23일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인 우한(武漢) 봉쇄를 전후해 탈주범 검거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스토리가 주축이다. 정잉의 아버지이자 광둥성 병원 응급실 의사 정샹푸(지지강)는 2003년 사스 사태에 아내를 잃었음에도 우한으로 의료 지원에 나섰다가 정작 사경을 헤매는 딸을 돌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이 밖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하는 간호사 등 의료진의 영웅적 희생에 포커스가 놓였다.
문제는 84분 러닝타임이 제대로 된 영화 한 편이 아니라 1990년대풍의 뮤직비디오 몇 개를 꿰맞춘 듯 엉성하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위해 제작됐다는 OST 가사들은 ‘낮에 뜨는 구름과 밤에 뜨는 별처럼 서로 손을 맞잡고 세상을 움직여요~’ 식의 건전가요에 가까운데, 등장인물들이 정서 교감할 때 비장한 반주 음악에 실려 관객 고막을 자극한다. 어린 자녀가 찾아왔는데도 거리두기 때문에 “엄마는 너 못 안아줘” 하면서 울면서 돌아서는 여의사는 마치 70년대 최루 신파물을 보는 듯하다. 절친한 간호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자 장의차를 뒤쫓다 넘어지면서 눈물을 쏟는 동료 역시 전형적인 클리셰(상투적인 문구·장면)로 다가온다. 자신 때문에 여경 정잉이 감염돼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수배범이 “전 죄인이예요. 전부 자백할게요” 하는 장면에선 억지 감동을 끌어내는 데 헛웃음이 날 정도다. 진부한 화면 구성과 어색한 연기, 과도한 BGM 등 전반적으로 현대 중국 관객의 눈높이에도 못 미치는 완성도다.
![코로나19 감염과 방역을 소재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7억 뷰 이상 달성한 영화 '최미역행'의 한 장면. 국내에선 25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 시네마뉴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0/a1418d59-f4df-4e69-99e5-bfbac35d7558.jpg)
코로나19 감염과 방역을 소재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7억 뷰 이상 달성한 영화 '최미역행'의 한 장면. 국내에선 25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 시네마뉴원]
![코로나19 감염과 방역을 소재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7억 뷰 이상 달성한 영화 '최미역행'의 한 장면. 국내에선 25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 시네마뉴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1/20/cc816e83-5372-4f47-9f5a-64ada9038bbb.jpg)
코로나19 감염과 방역을 소재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7억 뷰 이상 달성한 영화 '최미역행'의 한 장면. 국내에선 25일 극장 개봉한다. [사진 시네마뉴원]
영화수입사인 아트비전의 박성근 대표는 “영화가 실화에 바탕한 데다, 코로나로 인해 메말랐던 중국인의 정서를 폭발시킨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우한에서 순직한 의사 펑은화 등 실화가 모티브가 됐다.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84세 의사 중난산(鐘南山)이 봉쇄 직전 우한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쪽잠을 자는 모습 등 실제 사진·영상도 활용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잘 찍었든 못 찍었든 코로나 관련 영화면 꼭 보고 꼭 칭찬해야 한다’ 등의 응원이 줄 이었다고 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학교별로 영화 감상평 대회를 열어 인터넷에 올리는 경쟁이 붙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지난 5월부터 두 달간 부랴부랴 제작돼서 허술한 면도 없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계속 나오는 ‘마스크 꼭 써라’ ‘사람 많은 데 가지 마라’ 등의 메시지는 요즘 우리 국민들도 꼭 새겨야 한다”고 수입의 변을 밝혔다. 하지만 영화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헌신할 것입니다” “바이러스 앞에서 경찰은 물러서지 않는다” 등의 구호 복창이 반복되는 것 역시 상업영화라기보다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느낌이다. 중국 내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없지 않다. 중국판 지식인 즈후에선 평점 10점 만점 중 1.7점에 그쳤고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더우반에선 혹평이 이어지자 평점 기능이 차단됐다고 한다.
김원동 한중컨텐츠연구소 대표는 “‘최미역행’은 체제 선전용의 주선율(主旋律) 영화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주선율 영화란 중국에서 건전한 사회주의적 가치를 고취시키고 정부 정책과 체제 옹호 목적에서 제작되는 영화다. 주연배우 청청 등이 노개런티로 출연한 것도 이 같은 정부 시책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대표는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이런 주선율·애국 영화를 노골적으로 띄워온 데다 중국인들의 방역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자양분 삼아 자란 지금의 10대 후반~20대는 이 같은 ‘국뽕 영화’에 거부감이 없고 애국주의를 넘어 국수주의 성향까지 띤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런 분위기에서 BTS의 한국전쟁 발언이나 블랙핑크의 판다 접촉, 이효리의 마오 농담 등에 격분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선 2017년 ‘특수부대 전랑2’에 이어 지난 9월 개봉 영화 ‘800’ 등 애국주의와 결합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잇따라 흥행 대박을 내고 있다. 이름 있는 감독들 모두에게 주선율 영화 한 편 이상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소문도 돈다. 김 대표는 “이미 쌓여있는 개봉 대기작만 해도 상당해서 내년 중국 박스오피스는 애국 일색의 영화들이 채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미역행’은 그런 트렌드의 맛보기 영화란 얘기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