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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 공부’를 랜선으로 해냈다···원불교 혁신 DNA 깨운 코로나

백성호 기자 사진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1916년 문을 연 원불교는 ‘혁신의 종교’였다. 당시는 일제 강점기였다. 남녀 차별도 극심한 시대였다. 여성의 사회 활동은 엄두를 내기도 어려웠다. 원불교를 처음 연 교조 소태산(少太山) 박중빈(1891~1943) 대종사는 남녀 간 벽을 허물었다. 출가한 남성 교무와 여성 교무 사이에도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았다.  
 
 ‘현대적 생활불교’를 표방한 소태산은 여성 교무의 머리 손질부터 신식으로 바꾸었다. 머리를 길게 땋고 말아서 비녀를 찌르는 전통 방식이 아니었다. 신여성 못지않게 간편하게 바꾸었다. 저고리의 소매 너비도 한껏 줄였다. 덕분에 여성의 활동이 자유로워졌다. 법복도 간결하고 단정하게 바꾸었다. 당시로선 그야말로 파격의 행보였다. 안팎으로 원불교는 ‘혁신의 종교’로 통했다.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의 민타원 김성효 원장은 "앞으로 원불교 교화는 대면과 비대면이 함께 가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산=백성호 기자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의 민타원 김성효 원장은 "앞으로 원불교 교화는 대면과 비대면이 함께 가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산=백성호 기자

 
이러한 원불교의 ‘혁신 DNA(유전자)’가 되살아나고 있다. 계기는 뜻밖에도 ‘코로나 사태’다. 원불교 성직자인 교무들은 1년에 한 차례 7일간은 반드시 중앙중도훈련원에 들어와 정기 훈련을 해야 한다. 원불교는 ‘수행’을 ‘훈련’이라 부른다. 불교로 치면 석달간 산문 출입을 금한 채 선방에서 좌선하는 하안거(夏安居)와 동안거(冬安居)에 해당한다. 소태산 대종사 당시에는 여름과 겨울 석 달씩 훈련했다. 원불교는 ‘생활 속 마음공부’를 지향하기에 지금은 정기훈련 기간을 7일로 제한할 뿐이다.  
 
가령 불교 조계종은 1만3000명의 출가자 중 약 2000명이 여름과 겨울에 안거에 든다. 비율로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방 수좌 2000명이 있기에 조계종이 불교로서 숨을 쉰다”는 평을 듣는다. 원불교도 마찬가지다. 중앙중도훈련원의 정기 훈련은 원불교의 정체성이 ‘마음공부’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교의 안거 못지않게 원불교에게 정기 훈련이 중요하다.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있는 중앙중도훈련원 전경. 삼성 이건희 회장의 법호인 '중산'과 홍라희 여사의 법호인 '도타원'의 앞글자를 따서 '중도훈련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익산=백성호 기자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있는 중앙중도훈련원 전경. 삼성 이건희 회장의 법호인 '중산'과 홍라희 여사의 법호인 '도타원'의 앞글자를 따서 '중도훈련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익산=백성호 기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

 
중앙중도훈련원은 연간 11차례의 정기 훈련 스케줄을 잡는다. 교화 현장이나 기관에 있는 교무들은 자신의 일정에 맞춰 그중 한 차례 들어와 정기 훈련을 한다. 올해 원불교의 첫 정기훈련은 3월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훈련은 전격 취소됐다. 4월에는 코로나가 더 확산됐다. 4월 훈련은 결국 5월로 연기됐다. 5월에 코로나 확산이 완화하면서 잠시 훈련이 재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더 확산됐다. 신천지 집회와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집회, 개신교 일부 교회의 대면 예배 고집 등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훈련을 접자니 알맹이가 빠질 참이고, 훈련을 하자니 감염과 확산 위험에 노출될 상황이었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이 갔다.  
 
중앙중도훈련원 소속의 교무들이 촬영 장비와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택트 훈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중앙중도훈련원 소속의 교무들이 촬영 장비와 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택트 훈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시대에 따라 학습하라!

 
소태산 대종사는 “시대에 따라 학습하라”고 말한 바 있다. 10월이 되자 원불교는 ‘온택트 훈련’을 시도했다. 전북 익산 왕궁면의 중앙중도훈련원으로 교무들이 들어올 수 없는 처지가 되자,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과 유투브 라이브,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정기 훈련을 하는 방안이었다.  
 
처음에는 우려도 컸다. “이게 과연 훈련 효과가 있겠는가?” “훈련의 본질이 흐려지지 않나?” “비대면으로 했을 때, 과연 제대로 소통이 되겠는가?” 온갖 걱정이 쏟아졌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중앙중도훈련원 소속의 교무들은 IT 전문가나 엔지니어가 아니다. 아마추어다. 그래도 화상회의 프로그램, 카메라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캡처 보드, 대형 TV, 전자 칠판 등을 마련하면서 ‘온택트 훈련’을 준비했다.  
 
중앙중도훈련원의 민타원 김성효 원장과 원타원 김준영 부원장이 훈련에 참여한 교무들과 화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중앙중도훈련원의 민타원 김성효 원장과 원타원 김준영 부원장이 훈련에 참여한 교무들과 화상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중앙중도훈련원 민타원 김성효 원장은 “선뜻 나가는 것에 대해서 조심스러워 하고,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의외로 교무님들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며 “온택트 훈련 공지하고 하루 만에 신청자 100명이 찼다. 다들 답답한 마음에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서 김 원장은 “대종사님도 물질문명은 가속도로 계속 발전할 거라고 보셨고, 그 물질문명을 활용하지 못하면 파란 고해의 삶이 된다고 하셨다”며 “이런 문명 기기들을 우리도 빨리 활용해서 앞으로는 대면과 비대면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게 순조롭지는 않았다. 줌 프로그램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교무들도 꽤 많았다. 특히 연세가 있는 교무들은 “그건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우리에게는 아주 먼 이야기야”라는 반응이 많았다.  
 
원불교 홍산 오도철 교정원장(위)이 정기훈련 해제식 법문을 줌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원불교 김종신 교도가 '포스트 코로나와 원불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온택트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불교 홍산 오도철 교정원장(위)이 정기훈련 해제식 법문을 줌 프로그램을 통해서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원불교 김종신 교도가 '포스트 코로나와 원불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온택트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출가 전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효인 교무는 “그런 분들도 막상 해보면 잘 따라오시더라. 두려운 마음이 있었는데, 전화를 통해서 차근히 설명하니까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시더라”며 “이제는 더 이상 공간적 거리가 문제가 되는 시대가 아니니까, 원불교 세계교화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중도훈련원이 마련한 ‘온택트 정기훈련’에는 10월 1차에 113명, 2차에 169명의 교무들이 참여했다. 11월에도 1차에 212명이 훈련을 났고, 20일부터 206명이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뜨거운 반응이다. 원타원 김준영 부원장은 “처음에는 줌 프로그램이나 유투브 라이브 등을 쓸 수 있는 교무는 10%에도 못 미쳤다”며 “온택트 정기훈련을 위해 1주일간 지속적으로 쓰다 보니까, 이제는 교무님들 대부분이 자신감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원불교로서는 아주 큰 수확이자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온택트’는 단지 코로나 국면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키워드가 아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온라인 네트워크와 기술력이 각 종교에게는 새로운 교화와 선교의 창구이자, 소통의 주요 통로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불교는 코로나 국면을 통과하며 대부분의 교무가 온택트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법과 사용 경험으로 무장을 하게 된 셈이다. 앞으로 전국 일선 교당에서 교무와 교도들 사이에 ‘온택트 교화’가 진행될 수 있는 기술적ㆍ경험적 터전을 모든 교무가 내재화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국내 어떠한 종교도 이처럼 광범위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온택트 시대’에 대처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정기훈련 프로그램인 선정진 좌선 시간에 앞서 원타원 김준영 교무가 몸풀기 요가를 하고 있다. 제주국제훈련원에 있는 교무가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요가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정기훈련 프로그램인 선정진 좌선 시간에 앞서 원타원 김준영 교무가 몸풀기 요가를 하고 있다. 제주국제훈련원에 있는 교무가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요가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불교 최고지도자인 전산 종법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렵고 힘든 것은 아는데, 이건 기회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민타원 김성효 원장은 “이번에 교단 내부에서 ‘온택트 교당’을 만들자는 의견이 올라왔다. 학생과 청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해보자는 안건도 올라왔다”며 “온라인은 막힌 데가 없으니까, 원불교 세계화도 그렇게 나가야 하지 않겠나. 코로나로 인해서 그 시기가 더 당겨졌다”고 설명했다.  
 

정신개벽 시대, 온택트로 교단 희망 재확인

 
‘온택트 훈련’에 대한 교무들의 평도 좋았다. 부산 초량교당의 김동윤 교무는 “이제는 정신개벽의 시대다. 유연하게 온택트 훈련을 하면서 교단의 희망을 재확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남양주교당의 김보명 교무는 “온택트 훈련은 멀지만 더 가까워진 새로운 관계양식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요즘말로신박한 훈련이었다”며 “내가 더 주체적인 느낌이었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훈련이었다. 이런 방식이 계속되고 확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중도훈련원의 왕산 성도종 교령이 줌을 통해 정기훈련 강의를 하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민타원 김성효 원장이 정기훈련 결제식 법문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중앙중도훈련원의 왕산 성도종 교령이 줌을 통해 정기훈련 강의를 하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민타원 김성효 원장이 정기훈련 결제식 법문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온택트 훈련을 주도한 중앙중도훈련원 구성원들의 소감도 남달랐다. 중앙중도훈련원 왕산 성도종 교령은 “온택트 훈련은 예전처럼 동지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한 분 한 분을 챙겨서 만날 수 있고, 훈련의 모든 과정도 집중도가 더욱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택트나온택트가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더욱 가까운 마인택트(mind-tact)여서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총무팀장 박선장 교무는 “코로나로 인해서 정기훈련을 포기해야 할 상황인데, 이 시대에 맞춰서 훈련을 새롭게 해석하고 시행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손덕인 교무는 “교통사고가 나서 2주간 병원에 입원했다. 환자복을 입고 온택트 훈련을 났다”며 “온택트 훈련이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세운 교무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변화된 훈련을 직접 겪을 수 있어서 신선하고 유익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정기훈련 때는 종법사가 직접 중앙중도훈련원을 찾아와 법문을 한다. 올해는 종법사 법문도 줌을 통해 이루어졌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종법사와 훈련에 참가한 교무들이 서로 얼굴을 보며 진행됐다. 교무들의 얼굴은 한 화면에 49명씩 번갈아가며 등장했다. 중앙중도훈련원의 훈련팀장 장형규 교무는 “‘종법사님 모시기’ 시간에 종법사님이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하셨다. 화상을 통해 전국의 교무들이 온갖 질문을 쏟아냈다. 오프라인 법문 때보다 훨씬 가깝고 친근했다”며 “‘부교무 때 어떻게 근무하셨어요?’ ‘선(禪) 공부는 어떻게 하나요?’ 를 비롯해 교단의 정책에 대한 질문까지 활발하게 나왔다. 시간이 오히려 짧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온택트가 오히려 소통의 밀도를 높일 수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원불교 최고지도자 전산 종법사가 줌 프로그램을 통해 정기훈련 참여 교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불교 최고지도자 전산 종법사가 줌 프로그램을 통해 정기훈련 참여 교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타원 김준영 부원장이 전자칠판을 활용해 온택트 '선(禪)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타원 김준영 부원장이 전자칠판을 활용해 온택트 '선(禪)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김성효 원장이 소속 교무들과 함께 정기훈련을 위한 '온택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김성효 원장이 소속 교무들과 함께 정기훈련을 위한 '온택트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원타원 김준영 부원장은 “원불교는 전 구성원들의 빠른 결단과 합력으로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온택트 훈련을 경험했다. 훈련을 받은 교무들도 교화와 소통방식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온택트는 수단이다. 어떻게 주느냐가 아니라 결국 무엇을 줄 것이냐의 문제다. 궁극적 과제는 법력 갖춘 실력임을 잊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익산=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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