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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맥주와 음악에 흠뻑 빠진 7박8일 아일랜드 여행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56)

 
때는 2015년이었다. 우연히 집어 들었던 『유럽맥주견문록』이라는 책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50일간 맥주를 테마로 체코, 독일, 벨기에 등 유럽 각국을 여행한 이야기다. 나라마다 특유의 맥주와 맥주 문화가 흥미로웠는데 그중에서도 아일랜드에 빠져들었다. 기네스 맥주에 얽힌 이야기, 음악과 어우러지는 펍 문화를 비롯해 바이킹 침략, 대기근, 영국 식민 지배 등과 같은 역사도 매력적이었다.

 
아일랜드는 내 첫 번째 맥주 여행지로 결정됐다. 직항이 없는 관계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도착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템플바(Temple Bar) 거리였다. 템플바는 아이리쉬 펍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유명한 펍은 이미 관광객으로 가득 차 들어설 틈이 없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변 어떤 펍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 맥주를 한잔씩 시키고 앉아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것. 컨트리 음악 같으면서도 좀 더 빠른 템포의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으면서 기네스 맥주를 홀짝인다. 한참을 즐기고 펍 밖으로 나오면 길가에도 실력파 버스커가 즐비하다. ‘원스’ 같은 명작 음악영화가 아일랜드에서 나온 이유를 알 것 같다. 골목 구석구석까지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음악과 맥주에 젖어 들어 간다.

 
 그림 템플바 지역 [사진 황지혜]

그림 템플바 지역 [사진 황지혜]

 
다음날은 아일랜드 맥주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네스스토어하우스에 방문했다. 기네스스토어하우스는 기네스 양조장 안에 있는 기네스 역사박물관이다. 지난 1759년 아서 기네스 경이 설립한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국장인 하프를 로고로 사용할 만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회사다. 기네스의 대표 맥주는 아이리시 스타우트 스타일인 기네스 드래프트다. 커피, 초콜릿과 같은 풍미와 질소를 섞어 서빙함으로써 생성되는 부드러운 거품이 특징이다. 아일랜드에서 대중적인 아이리쉬 스타우트로 머피스, 비미쉬 등도 있다.

 
기네스스토어하우스 입구 [사진 황지혜]

기네스스토어하우스 입구 [사진 황지혜]

 
아서 기네스 경이 연 45파운드의 임대료로 9000년간 공장을 임대하는 계약을 했다는 얘기부터 과거에는 기네스가 건강 회복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광고가 됐고 기네스 캔 속에 들어있는 위젯(플라스틱 볼)이 부드러운 질소 거품을 만들어준다는 등 흥미로운 스토리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맥주 양조 과정이 알기 쉽게 설명돼 있고 기네스 맥주 제조용 효모가 들어있던 금고, 과거 쓰이던 맥주통 등도 전시돼 있다.

 
마지막에는 기네스를 따르는 방법을 배우고 실습을 한 후 더블린 시내를 내려다보며 맥주를 마시는 시간이 주어졌다. 기네스스토어하우스는 재미와 정보,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맥주문화공간이었다. 나는 기네스(의 마케팅)에 반해버렸을 뿐이고…. 나오는 길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기네스 전용잔,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에서부터 골프공까지 주워 담았다. 언젠가 내가 양조장을 한다면 꼭 이런 공간을 만들리라 다짐하면서….

 
아일랜드는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조나단 스위프트, 조지 버나드 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 대문호를 배출한 문학의 나라다. 더블린 곳곳에 작가를 기념하는 동상과 기념물이 있다. 맥주를 찾아 왔지만 아일랜드 인문학의 숨결 또한 느껴보고자 트리니티 칼리지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투어 출발점에서는 트리니티대 학생들이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내게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를 물었다. 잠깐 표정 관리가 안 됐지만 속으로 ‘나도 얼마 전까지 너희가 영연방 식민지인 줄 알았으니 비긴 거로 해두지’라고 생각하며 넘겼다.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 [사진 pixabay]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 [사진 pixabay]

 
대학에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는 게 신선했는데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592년 설립된 아일랜드 최고 대학답게 종탑, 예배당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중 도서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롱룸이라고 불리는 도서관의 전경은 당장에라도 깃털이 달린 펜촉으로 뭐라도 써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셋째 날 더블린을 떠나 아일랜드 중부 도시 킬케니로 향했다. 킬케니의 작은 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짐을 풀고 길에 나오니 흥겨운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결혼식이란다.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흥이 나는 장면이었다.

 
우리로 치면 읍내 정도 되는 곳에 펍이 딱 하나 있었다. 다들 잔을 들고 서서 무서운 기세로 떠들고 있었다. 동네 사람이 모두 모인 것 같았다. 허기에 지친 우리는 저녁 요기를 할 만한 음식이 있나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안주를 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인장에게 메뉴를 물으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자리에서 20년 장사를 했지만 음식 달라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한참 눈알을 굴리던 그는 바 뒤쪽 문을 열고 들어가 부스럭거리면서 비닐봉지 들고 왔다. 감자를 튀긴 과자였다. 주변의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과자를 먹는 건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아일랜드의 맥주 브랜드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네스, 머피스, 킬케니, 하프, 스미딕스 [사진 황지혜]

아일랜드의 맥주 브랜드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네스, 머피스, 킬케니, 하프, 스미딕스 [사진 황지혜]

 
킬케니에 온 이유는 바로 스미딕스 브루어리(Smithwick's Brewery)에 가보기 위해서다. 스미딕스 익스피리언스 킬케니라는 공간에서 300년이 넘는 스미딕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스미딕스는 존 스미딕이 설립해 1710년부터 맥주를 만들어왔고, 그의 자손이 대대로 양조장을 운영해오다가 지금은 기네스와 마찬가지로 다국적 주류회사 디아지오 그룹에 속해있다.

 
스미딕스의 대표 맥주는 스미딕스 아이리쉬 에일로 곡물 풍미가 강조되면서 마시기 편한 아이리쉬 레드 에일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아일랜드에서 7박 8일간 더블린, 킬케니, 코크 세 도시를 방문해 다양한 규모의 양조장, 펍, 박물관, 역사유적 등을 경험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이후 매 휴가에 맥주 여행을 기획해 벨기에, 독일, 미국을 부지런히 오갔지만 여전히 가볼 곳이 많이 남아 있다. 세상은 넓고 맥주는 많다.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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