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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구형 보면 살인죄 버금···"檢 무리했다" 말 나온 까닭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및 불법 사찰 등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13년을 구형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엄격해진 판단 기준을 들며 다소 무리한 구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폐청산 관련 수사에서 날카로운 ‘칼’로 사용됐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최근 법원의 유죄 성립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국회 위증 혐의는 1심 및 관련 사건에서 공소기각 등 판결이 내려졌었다.

 

우병우, 2심 결심서 징역 13년 구형받아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함상훈·김민기·하태한)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묵인·불법사찰 등 의혹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우 전 수석이 지위를 이용해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고,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게 주된 구형 이유였다.
 
우 전 수석의 항소심 재판은 두 사건이 병합돼 진행됐다. 먼저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태를 제대로 감찰하지 않았다는 혐의와 당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고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혐의, 공정거래위원회를 압박해 고발 의견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두 사건은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6월 및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우 전 수석에 적용된 주요 죄명은 직권남용과 강요,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해 적용된 19개의 범죄사실 중 직권남용 관련 혐의만 11개다. 우 전 수석은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밝혀낸 것이 아니라 과거를 새로이 만들어냈다”며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인해 제 인생 전부를 부정당했다”며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뉴스]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뉴스]

직권남용 법원 문턱 높아…위증도 공소기각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판단 추세에 비춰봤을 때 검찰의 징역 13년 구형은 다소 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상 강도치사 내지 살인죄에 버금가는 징역형을 구형한 것과 같다는 이유에서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도 재판에서 이 부분을 지적하며 “여론에 편승한 과도한 구형”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법원은 직권남용죄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린 경우가 많다. 안태근 전 검사장의 경우 서지현 검사에 대한 ‘인사 보복’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를 엄격히 봐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파기환송심을 거쳐 무죄가 확정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법관들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 전 수석도 1심에서 별도로 진행된 각각의 재판에서 직권남용 및 강요 등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판단을 받았다.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우 전 수석에 대해 대부분 적용된 범죄혐의는 직권남용인데, 최근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에 비춰보면 유·무죄 판단이 많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혐의 중 국회 청문회에서 세월호 수사팀에 대해 외압을 가했음에도 위증을 했다는 혐의는 1심에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고발이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우 전 수석 외에 특검팀이 기소한 관련 피고인 위증 사건에서도 공소기각 등 판결이 확정됐다. 또 다른 법관 출신 변호사는 “징역 13년 구형은 아마 국회 증언감정법상 법정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기각 결정이 된 혐의를 적용해서 최고형 가까이 구형한 것은 검찰의 억지고, 과하다”라고 짚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월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변선구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월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변선구 기자

1심 각각 8년·5년 구형…檢 ‘사정변경 없어’

 
우 전 수석에 대해 주로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는 징역 5년 이하 법정형이 상한선이다.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도 징역 5년 이하고, 직무유기 혐의의 경우 징역 1년 이하다. 국회 위증죄의 경우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규정돼 있다.
 
검찰은 1심에서부터 우 전 수석의 전체 범죄사실에 대한 구형량을 검토해 왔고, 총 징역 13년형이 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앞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관련 사건 1심에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어 별개로 진행된 불법사찰 의혹 재판 결심을 준비하면서 항소심에서 재판이 병합될 경우를 대비해 총 구형량을 검토했고, 이에 맞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항소심은 두 사건 재판을 병합해 진행했고, 검찰은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다’고 판단해 검토했던 대로 총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과 위증죄 등 우 전 수석에 대해 기소된 범죄혐의가 방대한 점, 경합범 관련 법리 및 적정 구형량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쳤다”며 “우 전 수석의 당시 지위, 이 사건에서의 역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또 “1심에서 유·무죄 판단이나 공소기각 등 결정이 내려졌지만, 공소유지를 통해 사실심에서의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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