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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세계경제전망] 바이든·시진핑 재임 4년에 미·중 경제패권 대세 갈린다

기로에 선 ‘미국의 경기부양, 중국의 경제 질주’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미국 대선은 온건한 진보주의자 조 바이든을 선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파시즘적 포퓰리스트는 물론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 같은 급진적 좌파 포퓰리스트와는 선을 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흐름을 미국의 신진보주의라고 봤다. 시장경제를 중시하되, 코로나19가 표면화한 미국 내 부(富)의 양극화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접근이다. 이를 위해 부자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무상 의료보험을 확대한다. 통상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접고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표방한다. 기존 트럼프노믹스를 뒤집는 정책이다.
 

2021~24년 우회로 없는 경쟁 앞둬
미국은 구멍 뚫린 경제 체질 다지고
중국은 전 인민의 중산층 달성 시기
이 경쟁에서 이기면 패권 판가름 나

그러나 바뀌지 않는 정책이 있다. 중국과의 경제패권 경쟁이다. 오히려 중국과의 경쟁은 이제부터 진검 승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대선이 본격화한 올해 초부터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경쟁은 경제가 곧 안보로 연결되기 때문에 트럼프에서 바이든 시대로 넘어와도 계속되는 초당적 이슈가 되면서다.
 
바이든은 ‘중국의 라오펑여우(老朋友, 오래된 친구)’라고 불릴 만큼 친중파였다. 1979년 미·중 국교정상화 직후 중국방문단에 참가한 뒤 40년 인연을 쌓아왔다. 이 때문에 중국은 바이든 시대가 되면 미·중 긴장이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했지만, 현실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국제관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바이든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유럽·일본·한국 등 우방과 단결해 중국 압박에 나설 것”이라며 “양국 관계는 트럼프 때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볼 정도다. 미국 사회가 분열돼 있지만, 중국 견제라는 세기적 목표 앞에 미국은 하나라는 얘기다.
  
미국 경기 못 살리면 내리막
 
조 바이든

조 바이든

바이든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 11일 자 NYT 분석에 그 의중이 소개돼 있다. ‘바이든은 2012년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개혁개방을 한층 가속할 손님이 왔다면서 환호했다. 중국의 성장을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중국이 자유·민주 세계로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런 믿음이 헛고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윽고 그 손님을 올해부터는 깡패(thug)라고 지칭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덩샤오핑부터 장쩌민과 후진타오까지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 지도자와 교류해왔던 바이든의 배신감은 클 수밖에 없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20년 만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된 것도 모두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질서를 차례로 뒤집고 있다. 어제자 NYT는 “중국이 어느새 미국의 앞마당인 자메이카·아이티·쿠바 등 카리브 해 주변 국가에도 차관과 인프라 제공 등을 통해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다”며 미 정부의 당혹감을 전달했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은 오히려 트럼프의 중국 대응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트럼프가 어설프게 중국을 압박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되레 커지고, 지식재산권 탈취에 대해서도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바이든이라고 해서 시원한 돌파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다시 세계 질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NYT는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바이든은 정면으로 충돌하기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을 활용할 것이고, 결국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과 홍콩 사태를 빌미로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바이든에게는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체질 강화가 시급하다. 그는 거듭 “미국에 일자리를 가져와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면서 제조업 공동화가 된 미 중서부 러스트 벨트의 재건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1930년대 뉴딜에 버금가는 경기부양책이 동원된다. 4년간 3조9000억 달러를 투입해 인프라 투자와 친환경 사업을 벌이고, 의료보험 강화에도 나선다. 세금만으로는 재원이 부족해 2조5000억 달러는 국가부채로 조달해야 한다. 이 여파로 미 달러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에도 경기부양에 실패하면 자칫 미 경제가 치명타를 입고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
  
중국의 약점은 과도한 국가 통제
 
시진핑

시진핑

바이든의 4년 재임은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가 본격화하는 시기와 절묘하게 겹친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제19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과 2035년 장기목표를 확정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이 계획이 중국의 앞날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중국은 2021~2025년을 샤오캉(小康) 사회의 달성 시기로 목표를  세웠다. 모든 인민이 중산층의 삶을 살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빈곤을 완전히 퇴치하고 전통 제조업과 첨단산업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공산당은 기술과 내수의 쌍순환 전략을 내놓았다. 미국의 압박을 피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내수를 키워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에 이 계획이 중요한 이유는 2021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동시에 새로운 100년이 시작되는 연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번째 100년은 부국강병의 완성 시기다. 중국은 2035년까지 국민소득을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하고 군대를 강하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실상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4년간 미·중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양국 모두 약점이 노출돼 있다.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 양극화가 극심하다. 의료보험조차 없는 미국인이 4700만명에 달한다. 제조업 쇠락지역의 경제를 살려야 미국의 대외적 위상도 되찾을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에 잘 대처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에 언제 구멍이 뚫릴지 모른다.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적으로 중단시키고 민간기업에도 당 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공산당의 경제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민간의 창의가 위축되면 중국의 고도성장은 어느 순간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멈춰설 수 있다.
  
승부는 누가 내실 다지느냐에 달려
 
2012년 2월 당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부주석이 조 바이든 부통령과 축배를 들고 있다. 당시 함께 경제적 번영을 누리자고 했던 이들은 두 강대국의 1인자로서 숙명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2012년 2월 당시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부주석이 조 바이든 부통령과 축배를 들고 있다. 당시 함께 경제적 번영을 누리자고 했던 이들은 두 강대국의 1인자로서 숙명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대결의 결과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이든·시진핑 시대의 승자가 미·중 패권 전쟁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기간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 할 것이고, 중국은 기필코 미국 추격의 발판을 굳히려 들 것이다. 더구나 시진핑은 6·25 당시 항미원조((抗美援朝, 북한을 도와 미국을 물리침)를 강조하면서 중국 인민에게 미국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하고 있다. 결국 승부는 누가 경제의 내실을 다지느냐에 달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련의 붕괴는 외부의 충격 때문이 아니라 내부 시스템의 붕괴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기술전쟁의 격전지는 반도체가 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의 자립 없이는 중국의 제조 2025는 물론이고 중국몽(中國夢)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FT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뚫기 위해 상하이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5세대(5G) 이동통신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에서는 반도체 자립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미국의 견제 때문에 그 결과는 미지수다. 중국으로선 달러 패권으로 움직이는 금융에서도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 헤게모니가 유지되는 한 미국을 넘어서자는 중국몽은 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 TPP와 RCEP 모두 가입해야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처지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외풍을 줄여 줄 다자주의 통상체제에 참여하는 노력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네트워크가 많을수록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그런 경우다. 이 두 나라는 영국·캐나다와 함께 ‘파이브 아이즈’를 통해 군사정보를 주고받는 미국 중심의 안보 동맹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통상 의존도가 한국만큼 높다. 이런 딜레마의 해법은 다자주의 체제 참여다. 이들 국가는 중국이 미국 질서를 깨기 위해 만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면서, 당초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참여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15일 RCEP 가입에 서명했지만, TPP 참여는 주저하고 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에 나서면서 미국이 빠져 있지만, 바이든이 들어서면서 미국의 가입은 시간문제다. 한국도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 수출해야 먹고 사는 한국으로선 RCEP만 가입하고 TPP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개방경제 체제인 한국은 경제 영토의 외연이 넓을수록 기회가 많아진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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