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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기자 사진
권혁재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우리 땅에서 가장 늦게 피는 꽃 좀딱취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11월입니다.
잎 지는 가을날에 비로소 피는 꽃이 있습니다.
우리 땅에서 가장 늦게 피는 늦둥이 꽃, 
좀딱취입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꽃은 5mm 남짓입니다.
작아도 너무 작습니다.
그런데도 조영학 작가는 이 꽃을 꼭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우리 꽃을 찾는 이들이 가장 슬퍼하는 꽃입니다.
기온이 영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기라서
좀딱취를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 더는 꽃이 피지 않아요.
 
원래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남부 해안가에 더러 피더라고요.
여기 안면도가 북방한계선이에요.
더 위로는 피지 않으니 예까지 와서 봐야죠.
우리 땅의 마지막 꽃을…. "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폐쇄화와 암술 개방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폐쇄화와 암술 개방화

 
 이 앙증맞은 꽃 안에 
치열한 그들의 삶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조영학 작가가 들려주는 이 친구들의 삶,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아직 덜 핀 꽃처럼 보이는 얘들이 있죠?
다 핀 거예요.
그걸 폐쇄화라 합니다.
꽃받침, 꽃잎도 안 연 채
그 안에서 저희끼리 자가수정을 해버려요. 
벌레가 드물고 추우니 
최소한의 종족보존을 위한 방편인 거죠.
가장 효율적으로 씨앗을 맺는 방법이긴 한 데 
자가수정하게 되면 열성이 돼버려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폐쇄화와 수술 개방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폐쇄화와 수술 개방화

 
그래도 아직은 벌레들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니까

타가수정을 위해 개방화도 피웁니다.
사실 얘들은 암술과 수술이 따로 있지 않고

수술의 꽃밥이 떨어지고 나면 암술이 돼요.
어떻게든 개방화로 타가수정을 하려는 
생존 본능이 이리 진화하게 한 거죠."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수술과 암술이 함께 어우러진 꽃을 발견했습니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셋은 수술을 단 꽃입니다.
수술은 붉고 끝이 뭉텅합니다.
나머지 둘은 암술로 변한 꽃입니다.
끝이 갈래로 나누어집니다.
 
어떻게든 살아내어 튼튼한 자손을 퍼뜨리겠다는 
그들의 생존전략, 
가히 경이롭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척박한 환경에서 피운 꽃이라 더 기특하고,
더구나 우리 땅의 마지막 꽃이라니 애잔합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핀 손톱보다 작은 꽃,
그 꽃을 휴대폰으로 찍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작아도 너무 작습니다.
작은 꽃에 비해 배경은 더없이 어지럽습니다. 
그러니 꽃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고사하고 
눈으로 그저 보기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럴 땐 단순한 배경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서 물매화 촬영 때 사용했던 방법을 다시 썼습니다.
모자를 벗어 꽃 뒤쪽에 두었습니다.
빛이 닿지 않아 상대적으로 어두운 모자 덕에 
배경이 까맣게 처리되었습니다.
배경이 어두워지니 
좀딱취 꽃잎이 회오리 문양으로 도드라져 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 좀딱취

 
좀딱취를 끝으로 이번 꽃 시즌은 마감됩니다.
아쉽지만 꽃들의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른 봄의 변산바람꽃부터 늦가을의 좀딱취까지
조영학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했습니다.
 
꽃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
꽃의 삶이 보였습니다.
꽃의 삶이 보이니
꽃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조영학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핸드폰사진관 야생화 이야기〉의 문을 닫습니다.
그동안 주신 독자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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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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