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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구미호 앞세운 ‘구미호뎐’ 왜 자꾸 다른 데 눈길이 갈까

드라마 ‘구미호뎐’에서 첫사랑 상대로 만난 아음(조보아)과 이연(이동욱). [사진 tvN]

드라마 ‘구미호뎐’에서 첫사랑 상대로 만난 아음(조보아)과 이연(이동욱). [사진 tvN]

600년 후 이들은 괴담 프로그램 PD 남지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 [사진 tvN]

600년 후 이들은 괴담 프로그램 PD 남지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난다. [사진 tvN]

눈이 빠져라 죄인들 신상 기록용 엑셀을 들여다보며 독수리 타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여인과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은 와이프를 위해 배달 떡볶이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건네는 남자.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에서 재해석된 탈의파(김정난)와 현의옹(안길강)의 모습이다. 저승길에 오른 나그네의 옷을 벗기고 생전의 죄를 심판하기 위해 의령수 가지에 옷을 걸어두던 이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애달픈 삼도천이 아닌 근대화된 내세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며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그알’ 출신 한우리 작가 방대한 자료조사
어둑시니·불가살이 등 새로운 인물 발굴
‘도깨비’ 잇는 전통설화 재해석 시도 호평
따로 노는 판타지·멜로·스릴러는 아쉬워

‘구미호뎐’에는 이처럼 전통설화를 재해석한 인물이 대거 등장한다. 여자가 아닌 남자 구미호 이연(이동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되려 주변 인물들이 더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인간 여자 아음을 사랑한 죄와 그 여자의 환생(조보아)을 조건으로 600년간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구미호가 이동욱의 전작 ‘도깨비’(2016~2017)에서 활약한 저승사자를 연상케 한다면, 사람들의 악몽을 먹고 사는 ‘불가살이’(손우현)나 내면의 두려움과 마주하게 하는 ‘어둑시니’(심소영)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야기가 더 큰 흥미를 유발한다.  
 

“옛날 이야기 속 귀신들 왜 안 보일까”

염라대왕 누이이자 내세출입국 관리사무소 실세인 탈의파(김정난). [사진 tvN]

염라대왕 누이이자 내세출입국 관리사무소 실세인 탈의파(김정난). [사진 tvN]

마음 속 두려운 존재와 맞닥뜨리게 하는 어둑시니(심소영). [사진 tvN]

마음 속 두려운 존재와 맞닥뜨리게 하는 어둑시니(심소영). [사진 tvN]

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드라마로 전향한 한우리 작가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안부가 궁금해져서 ‘구미호뎐’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람이 되고 싶은 구미호, 사내들의 로망 우렁각시, 마을을 수호하던 장승, 대들보·부뚜막·변소에 깃들어 살던 가택신 등 “토착신과 토종귀신이 모조리 바다 건너 이민을 갔을 리는 만무하고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상상한 그는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구비문학대계 등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재가공한 인물들을 드라마 곳곳에 배치했다.  
 
한 작가는 “고전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이되 ‘어반 판타지’라는 드라마 콘셉트와 부합하는가. 2020년 현재에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캐릭터인가”라는 기준을 가지고 추려 나갔다. 그는 “어둑시니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낯선 캐릭터가 아니다. 살다 보면 어둑시니처럼 마음속에 잠재된 상처를 뒤흔드는 인물이 우리 인생에 뛰어들어 지옥을 만들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그런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면 “누구나 직진인가, 후진인가, 우회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므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고 이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즙 아줌마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어둑시니가 유명 전래동화 속 인물인 우렁각시(김수진)를 부러워하는 모습도 공감을 샀다. 
 

CG 발전이 저승-이승 잇는 상상력 이끌어 

백두대간을 다스리던 산신 시절의 이연의 모습. [사진 tvN]

백두대간을 다스리던 산신 시절의 이연의 모습. [사진 tvN]

인간과 구미호 사이에서 태어난 이랑(김범). 꽈리를 먹으며 수명을 연장해 왔다. [사진 tvN]

인간과 구미호 사이에서 태어난 이랑(김범). 꽈리를 먹으며 수명을 연장해 왔다. [사진 tvN]

‘도깨비’의 흥행 이후 저승과 이승의 경계를 다룬 작품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망자를 환생시키는 저승 삼차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는 1편 ‘죄와 벌’(2017), 2편 ‘인과 연’(2018)은 나란히 쌍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드라마에서도 망자들이 머물다 가는 ‘호텔 델루나’(2019)부터 실종된 영혼들이 모여 사는 ‘미씽: 그들이 있었다’ 등 다양하게 변주됐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현실이 고될수록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이를 오가는 중간계는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라며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효과(VFX) 등 기술 발달로 구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이것이 다시 더 큰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과함께’나 ‘호텔 델루나’ ‘미씽’ 모두 10여 년 전 기획됐으나 기술적 한계로 최근 선보이게 된 작품들이다.
 
한우리 작가는 “이번 작품을 기획하면서 잊을 수 없는 풍경이 있다”며 강원도 노추산에 쌓인 3000개의 돌탑을 꼽았다. 그는 “아들 둘을 사고로 잃은 한 어머니가 26년간 쌓아올린 돌탑을 보며 무엇을 빌었을까 상상했다”며 “‘생떼 같은 자식들 죽어서도 배곯지 마라. 한데 있지 말거라’ 같은 게 아닐까. 한국의 사후 세계는 이런 정서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CG 역시 한국적 묘미를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위지윅스튜디오 이덕우 본부장은 “한국 토종 여우의 눈동자를 참고해 이동욱의 ‘금안’을 만들고 한국의 절경을 조사해 VFX 세트장에서 백두대간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섞여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북유럽 신화에 기반을 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전통 설화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여러 인물을 결합한 ‘구미호뎐’은 상당히 흥미로운 시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멜로와 판타지, 스릴러 등 여러 장르를 섞다 보니 어느 회차는 ‘손 the guest’(2018) 같은 오컬트물, 어느 회차는 ‘트와일라잇’(2008) 같은 판타지물로 보인다”며 “허구의 세계를 다룬 판타지일수록 몰입도가 높아야 하는데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 공감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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