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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24주 절충안’도 지워졌다···낙태죄 딜레마 빠진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0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에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히 들어내겠다“고 썼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0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에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히 들어내겠다“고 썼다. 연합뉴스

 
낙태죄 찬반 절충안으로 논의되던 ‘24주안’이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그 이후 낙태도 여성이 처벌받지 않는 법안을 준비했지만, 당내 여론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합의점이 표류하는 가운데 낙태 허용을 둘러싼 종교계-여성계 간 대립은 격화 양상이다.
 

박주민 “원래 생각 바뀌어”

박 의원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낙태죄)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들었다. 원래 생각했던 것과 다른 식으로 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표발의를 준비하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정부안(임신 14주 이내 낙태 허용, 14~24주 사이 조건부 허용)보다 여성 선택권을 넓히고, 같은 당 권인숙 의원 발의안(낙태 처벌 규정·제한적 허용 규정 모두 삭제)보다는 온건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발의에 필요한 ‘의원 10인 동의’ 조건을 채우는 데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합리적인 안일 수 있는데, 낙태 찬반 양쪽에서 싫어하는 안이다 보니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 아무도 총대를 메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4주에서 24주로 전면허용 범위를 늘리고, 그 이후에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쪽으로 법안을 만들었지만 “주수 제한을 두는 것 자체에 대한 여성계 반발이 컸다”고 한다.
 
기본소득당과 모두의 페미니즘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과 모두의 페미니즘 관계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보건복지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박 의원은 이날 “주수 제한을 두는 게 별로 좋지 않다. 다른 지원시스템 등을 두는 형식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여성계 의견을 좀 더 반영해 기존 권인숙안에 가까운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공은 상임위로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정한 법 개정 시한은 올해 12월 31일이다. 50일 안에 국회가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관련 형법 조항(269조 1항, 270조 1항)이 삭제돼 낙태를 처벌할 수 없다. 낙태 허용 요건을 명시한 모자보건법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낙태법 논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낙연 대표가 지난달 16일 “가급적 처리하겠다”(이낙연 민주당 대표)고 했지만, 처리 방침에 대한 당내 논의가 전무하다고 한다. 당 여성위원장을 맡은 정춘숙 의원은 통화에서 “이 문제로 특별히 당내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4·7 재보궐 선거 등을 앞두고 여성계·종교계가 얽힌 민감한 이슈에 잘못 개입했다가 자칫 역풍을 우려해서다. 익명을 원한 법사위 소속 의원은 “낙태죄 얘기는 대부분 의원이 꺼린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지역구에서 큰 화를 입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형법은 법사위, 모자보건법은 보건복지위 소관이다. 두 상임위 모두 낙태 관련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낙태법 개정 관련 산부인과 단체 기자회견'에서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왼쪽),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오른쪽)은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안(14주까지 허용)보다 더 보수적인 주장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낙태법 개정 관련 산부인과 단체 기자회견'에서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왼쪽),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오른쪽)은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안(14주까지 허용)보다 더 보수적인 주장이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국회 밖 낙태죄 찬반 싸움은 확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여성계 초청 간담회를 시도했다가 “헌재 결정에서 퇴보한 정부안을 용납할 수 없다”는 관련 단체들의 항의로 계획을 접었다. 개신교에 이어 지난 9월 낙태죄 완전 폐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천주교는 “생명은 어머니 뱃속에서 잉태 순간부터 시작되며 작은 배아도 인간”이라는 2005년 고 김수환 추기경 발언을 전파 중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5일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더한 ‘낙태죄 폐지 3대 법안’을 당론 발의하면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낙태죄 폐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새롬·박해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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