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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그녀가 떠난 뒤에 남은 것들

박태인 사회1팀 기자

박태인 사회1팀 기자

희극인 박지선씨가 떠난 여파는 크다. 마음이 아픈 분들의 동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정신과 의사인 한양대 최준호 교수는 “박지선씨는 보통 사람이란 느낌을 준 드문 연예인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더 간다”고 했다. 나 역시도 지난해 8월 이후 멈춘 그의 트윗을 다시 읽곤 한다. 짧은 글 속에 담긴 재치에 내 입은 웃고 내 마음은 운다. 박지선이 없는 세상은 ‘대한민국-1’이다.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소중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을 경험한 나로서는,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기가 어렵다. 떠난 사람은 남은 사람이 견뎌야 할 상처의 크기를 헤아릴 수 없다. 세상을 등질만큼의 고통을 겪어봤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때마다, 이미 세상에 없는 그에게 돌아오지 않는 질문을 던진다. 너에겐 분명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다고. 너를 가장 오래 안 내가 그걸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난 박지선씨에게도 더 나은 길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였던 임세원 교수는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책을 썼다. 마음이 아픈 환자를 치료했던 그도 우울증을 앓았다. 이 책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자신의 경험과 그 마음을 극복해가는 절절한 과정이 담겨있다.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이젠 의사자(義死者)가 된 임 교수는 마음이 아픈 환자들의 편견과 차별을 깨고 싶었다. 그래서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냈다.
 
박지선씨가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중앙포토]

박지선씨가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중앙포토]

임 교수는 진짜 죽음을 원하는 마음은 없다고 했다. 사람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날 도리가 없다고 느낄 때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일 뿐, 죽음 그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하다. 매일 일상에 충실하고, 식사를 거르지 않기.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적절한 운동을 하기. 자신에게 친절하기. 친구와 전화로 수다를 떨기. 밤 9시 치킨을 배달시켜 손에 양념을 잔뜩 묻히며 먹기. 약속을 잡을 땐 신중히, 한번 잡으면 바꾸지 않기.
 
임 교수는 그렇게 좋은 기분을 느끼는 순간순간들이 모여 희망의 근거가 된다고 했다. 오늘을 충실히 살아갈 때 죽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선씨는 2012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제 가장 행복합니까”란 질문을 받자 “개콘 무대에서 빵 터트렸을 때는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할 때 가장 행복했던 그녀가 모두를 슬픔에 빠트리고 떠난 건 역설적이다. 박지선이 없는 세상은 슬퍼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렇다고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매일의 삶 속에서 더 웃고 더 행복해지는 것이 박지선이 남긴 레거시다. 박지선은 평소 이런 주문을 외쳤다. “행복해져라!!!”“우리 힘내자구요!!!”
 
박태인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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