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소장 김상배 교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을 주제로 4주간 전문가 집중 토론회를 시작했다. 2018년 화웨이 사태로 촉발된 미·중간 무역 전쟁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디지털 패권 경쟁으로 확전됐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는 11월 4주간 매주 화요일 국제·정치·경제·산업 분야의 미·중 전문가 1:1 토론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 양상을 짚어보고 한국의 전략을 모색한다. 이번 토론회 후원 미디어로서 중앙일보는 토론회 핵심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다. 첫 토론회는 미국 대통령 선거(현지시간 3일)을 하루 앞둔 3일 오후 줌(Zoom) 회상회의 형태로 열렸다.

3일 줌(Zoom)을 통해 미·중 디지털패권 경쟁 토론회에 참석 중인 김성옥 KISDI 연구위원(좌), 연원호 KIEP 연구위원(우).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전문가 토론회 ①
중국 기술 "미국 거의 따라잡았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중국은 2018년 한 해에만 연구개발(R&D)에 5261억 달러(600조원)를 쏟아부어 전 세계 R&D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일본·독일·한국의 R&D 지출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올해 연구개발비는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SCI급 과학기술논문 발표와 국제특허출원 건수 변화. 김종훈 인턴.
김성옥 연구위원도 중국 기업의 부상을 강조했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의 기업이 구글·아마존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는 "중국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쌓고, 응용기술을 활용한 제품·서비스로 세계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품 중 첨단 기술 관련 제품은 30%로, 전 세계 첨단기술 수출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7.9% 수준.
미국 "민간·군 겸용 기술 못 내준다"
미·중 갈등의 분기점은 2018년이다. 미국은 4년에 한 번 나오는 국방전략서(NDS) 최신판(2018년 1월)을 통해 미국의 전략 목표를 테러리즘에서 '패권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 견제'로 전환했다. 첫 단추는 관세였다.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2018년 7월 3.1%였지만 지난해 9월엔 24.8%로 8배나 증가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자유무역 국제질서를 훼손하며까지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연 연구위원은 "과거 첨단 기술은 무기개발 등 군사 기술 위주였지만, 최근 4차 혁명 관련 기술은 민·군 겸용이란 특징이 있어 미국이 더 집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5G·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항공우주·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경쟁력이 경제·군사적 패권과 직결된다는 의미. 그는 "중국은 미국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응용기술 분야에서 성공을 거둬왔다"며 "미국의 전략은 원천기술을 막아 중국의 추격을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이후 3단계로 강화되어 온 미국의 대중국 제재. 김종훈 인턴.
중국 "영웅은 자고로 많은 고난을 겪는다"

화웨이가 공식 계정을 통해 게재한 2차대전 당시 소련 전투기 사진. 화웨이는 '영웅은 자고로 많은 고난을 겪는다(英雄自古多磨難)'는 문구를 달았다.
이와 함께 수·출입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을 수정하며 유전자공학·인공지능 등 23개 첨단기술 분야를 추가했고, 9월에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 조치에 대한 대응인 셈. 10월엔 미국 수출통제개혁법(ECRA)과 유사한 수출통제법도 통과됐다.
미·중 갈등 장기화, "한국 반사이익 낮아, 양자택일 압박 커져"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원호 연구원 발표자료.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미국은 8월 중국 IT기업을 배제하는 '클린네트워크 구상'을 발표했고, 중국도 9월 '글로벌데이터 안보 구상'을 발표하며 세력 규합에 나선 상황. 양국은 한국에 자국 이니셔티브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시장은 중국을 바라보며, 투자는 양쪽에서 받아왔다"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결별해 탈동조화 할 경우를 상정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연속토론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