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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이코노믹스] 과거 경험하지 못한 부채 충격 2~3년 내 올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드리운 부채의 그림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글로벌 경제의 고민거리를 3개만 꼽으라면 무엇일까? 현시점에서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급격한 부채 증가 ▶미·중 패권전쟁의 원만한 해결 ▶소득 불균형의 해소를 꼽겠다. 이 중에서 미·중 패권전쟁과 소득불균형 문제는 중장기적인 과제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채 이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부채 규모가 가장 크고,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며, 가장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세계 경제가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50년 과다 부채 뒤 뒤탈 생겨
남미·동남아·러시아 위기 겪어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부채 급증
저성장으로 부채 상환 능력 저하

지난 50년을 돌아보면 세 차례 부채 급증 후, 반드시 금융위기나 심각한 경기침체가 왔다. 1970~89년 남미 국가에서 정부 부채가 증가한 뒤 위기가 발생했다. 1990~2001년에는 동남아 국가의 기업 부채 위기가 발생했고, 이 위기는 러시아와 터키까지 확산했다. 2002~2009년에도 부채가 급증하면서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지금은 네 번째로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시기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2009년 세계 경제가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1%)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책 당국이 과감한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그 이후 2010~2019년 세계 경제가 연평균 3.8% 성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각 경제 주체의 부채가 크게 늘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정부가 부실해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76.5%였으나 2019년에는 109.1%로 증가했다. 신흥국의 경우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흥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이 56.0%에서 100.7%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기업 부채 비율은 2008년 93.9%에서 2019년 149.3%로 높아졌다.
 
가계부채는 안정적이었다. 2008년 GDP 대비 59.9%였던 가계 부채비율이 2019년에는 61.6%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의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71.0%에서 95.2%로 급증했다.
  
저금리에도 빚 못 갚는 순간 닥쳐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과다한 부채 문제로 세계 경제가 진통을 겪어야 할 시기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세계 경제가 -4.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깊은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책 당국은 다시 적극적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올해 연방정부 예산의 47.5%에 해당하는 2조 2343억 달러를 기업 및 가계 지원 등에 사용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긴급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두 차례 개최해 연방 기금금리를 0.00~0.25%로 인하했고, 3월과 6월 사이에 거의 3조 달러의 돈을 시장에 공급했다. 전 세계가 이렇게 돈을 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경제의 부채가 더 늘고 있다. 선진국의 정부 부채가 지난해 말 109.1%에서 올 1분기에는 112.1%로 늘었고, 신흥국의 기업 부채도 같은 기간 100.7%에서 102.1%로 증가했다. 2분기 이후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만큼 올 연말 각 경제 주체의 부채 비율은 급증했을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신흥국 부채

선진국·신흥국 부채

부채는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 산물이다. 일반적으로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서는 부채가 생산적 자원에 투자되면서 GDP가 부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 하지만 부채에 의한 성장의 후반기에는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창출 속도보다 더 빠르고, 자산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차입을 통한 자산 매입 현상이 나타난다. 그다음 단계는 높은 부채 부담과 자산 가격 하락으로 부채 상환이 어려워져 부채 위기가 발생하게 되는 부채 사이클이 나타난다.
  
중국 저임금 끝난 것도 불안 요인
 
과다한 부채가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세 가지 요인이 발생하면, 이번 부채 증가도 극심한 경기침체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이다. 2008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물가가 안정된 이유는 세계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2~2019년 미국의 실제 GDP가 미 의회가 추정한 잠재 GDP보다 평균 1.6% 낮았다. 그만큼 수요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저임금 등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해 세계에 공급해준 것도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각국의 과감한 정책 효과로 2022~2023년에는 실제 GDP가 잠재 수준에 접근할 수 있다. 중국의 임금도 오르면서 이전과 같이 세계에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없게 됐다. 물가가 오르면 시장금리가 먼저 상승하고 각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미 연준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둘째, 세계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기업 구조조정이 먼저 진행될 수 있다. 현재 주요 산업에서 공급 초과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고용 문제를 고려해 각국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미루고 있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시장 상황에 맡길 수 있다.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수명을 연장하고 있는 좀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자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으로 주식·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 이 거품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면, 부채가 많은 국가로부터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할 것이다. 기업이나 가계 부채가 높은 신흥시장에서 그런 현상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부채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증가 속도가 빠른 데다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에 경험하지 않았던 충격이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 올 수 있다. 그 시기가 2~3년 이내일 수도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국의 부채 상황
‘IMF사태’로 불리는 1997년 외환위기는 한마디로 부실한 기업과 은행을 처리하는 과정이었다. 1980년대 후반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호황으로 한국 경제는 수출이 급증하면서 고성장(1986~88년 연평균 12%)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투자를 크게 늘렸다. 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이 1988년 63.4%에서 1997년에는 107.2%로 증가했다. 기업 부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져 경제위기를 겪었던 셈이다. 그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기업 부채비율이 2005년에는 73.3%까지 낮아졌으나, 올해 1분기에는 105.1%로 높아져 외환위기 전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
 
한국, 기업·가계·정부 순서로 부채 증가

한국, 기업·가계·정부 순서로 부채 증가

더 큰 문제는 가계와 정부 부채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는 데 있다. 1988년 GDP 대비 32.4%였던 가계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에는 95.9%까지 급증했다. 가계 부채가 이처럼 늘어난 이유는 일부 가계의 과소비, 국민총생산(GNI)에서 가계 몫의 상대적 축소, 기업 자금 수요 감소에 따른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학습효과에 있다. 여기다가 정부 부채도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GDP 대비 44.5%일 것으로 추정되는 정부 부채 비율이 2022년에는 50%, 2040년에는 10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7년 기업 부실로 경제위기를 겪었으나 건전한 가계와 정부가 있었기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기업 부채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가계와 정부마저 부실해지고 있다. 가계 부채를 은행이나 정부가 떠안고, 정부 부채를 중앙은행이 받아주는 상황까지 가지 말아야 한다. 부채 증가의 가장 근본적 원인이 되는 저금리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내포돼 있다. 현재 저금리는 갈수록 명목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부채 상환 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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