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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가족 왜 안돼"…교황이 지지한 '시민결합법' 뭐길래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커플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시민결합법 지지 의사를 밝혔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 커플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시민결합법 지지 의사를 밝혔다. AFP=연합뉴스

"동성애자들도 하느님의 자녀이며,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민결합법입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인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가 공개되면서 세계인이 교황의 입에 집중했습니다. 천주교계는 동성 결혼에 줄곧 반대를 외쳐왔죠. 그런데 천주교의 수장이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겁니다.

[밀실]<52화>
당신은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나요?


  
교황의 발언 이후 시민결합법이 주목받았습니다. 시민결합법은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이 등록 절차를 거치면 행정·의료·금융 분야에서 부부에 준하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죠. 사실 동거 상대의 성별과는 무관한 법이에요.
 
1999년 프랑스에서 도입된 '팍스(PACS)'가 대표적이죠. 프랑스에선 2013년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이후에도 결혼에 담긴 종교적, 전통적 사고에 동의하지 않거나 간소한 방식의 결합을 원하는 커플에게 인기가 높다고 해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등록법’이란 법을 발의하려다 무산된 적 있죠.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결혼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커플이 적지 않습니다. 밀실팀이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당신은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나요?
1.프랑스 '팍스(PACS)' 제도형

이승연(36)씨는 미국 대학 졸업 후 무작정 건나간 파리에서 파트너 줄리앙(38)을 만났다. 이승연씨 제공

이승연(36)씨는 미국 대학 졸업 후 무작정 건나간 파리에서 파트너 줄리앙(38)을 만났다. 이승연씨 제공

이승연(34)씨는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무작정 건너간 파리에서 파트너 줄리앙(36)을 만났다. 같이 생활하던 룸메이트가 떠나자 자연스레 동거를 시작했다. 
 
사귄 지 5년 동거 3년 차, 이 둘은 '팍스(PACS)'를 맺었다. 프랑스 친구들은 파트너와 사귄 기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레 동거를 시작하고 결혼을 하거나 팍스를 맺는다. 
 
이씨는 "결혼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관습이라는 이유로, 전통이라는 이유로 해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우리의 결정에 가족이나 친척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저자 이승연씨의 이야기

 
2.동성부부형

왼쪽부터 오세인(31ㆍ가명)씨와 윤현석(33ㆍ가명)씨의 모습. 함께 산지 1년 6개월차가 된 동성 커플이다.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않아 가명을 사용했다.

왼쪽부터 오세인(31ㆍ가명)씨와 윤현석(33ㆍ가명)씨의 모습. 함께 산지 1년 6개월차가 된 동성 커플이다.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않아 가명을 사용했다.

윤현석(33ㆍ가명)씨와 오세인(31ㆍ가명)씨는 함께 산 지 1년 6개월 차가 된 동성커플이다. 사람들에겐 부부라고 하기보다 '짝꿍'이라 소개한다. 
 
아직은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지 못해 결혼식은 하지 못했다. 얼마 전 결혼한 사촌동생 부부가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받아 보금자리를 구하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자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을 이룰 권리가 있다"는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걸까. 윤씨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3.비혼공동체형

강한별(32)씨는 비혼 공동체 커뮤니티 '에미프(emif)'를 꾸렸다. 지난해 12월 기준 에미프에 등록한 비혼주의자들은 총 56명. 신혼부부나 4인 '정상가족'에 맞춰진 주거정책에 대해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 함께 고민한다. 
 
노후를 위해 풍족한 비혼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재테크 공부를 함께 하기도 한다. 이들의 최종목표는 에미프라는 단체가 없어지는 것. 비혼이 당연한 사회가 오면 이런 단체들도 사라지지 않을까.

 
4.부부+비혼 혼합형
왼쪽부터 안병일(36)씨, 조은선(35)씨, 김민정(31)씨의 모습. 부부와 대학선후배로 이뤄진 생활공동체다. 출판사 '구백킬로미터'

왼쪽부터 안병일(36)씨, 조은선(35)씨, 김민정(31)씨의 모습. 부부와 대학선후배로 이뤄진 생활공동체다. 출판사 '구백킬로미터'

조은선(35)씨와 김민정(31)씨는 대학 선후배 사이, 조씨와 안병일(36)씨는 부부사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이 닮아 셋이 함께 살아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주변에선 가끔 김씨에게 '얹혀사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지만 아니다. 부부의 전세금 7500만원과 김 씨의 전세금 5000만원을 기본자금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해 사는 '생활공동체'다.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 저자 김민정, 안병일, 조은선씨의 이야기
 

통계도 외면한 삶…"변화한 가족상 반영 못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 오종택 기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 오종택 기자

"배우자를 '기타 동거인'으로 뺀답니다. 기타 동거인은 고용인이나 하숙인 같은 사람들을 상정하고 만든 항목이잖아요. 멀쩡한 배우자를 고용인으로, 일종의 조작을 하는 거죠."

 
지난달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강신욱 통계청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동성 커플이 혼인상태에 '배우자 있음'을 체크하면 응답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타 동거인'으로 집계된다는 점을 비판했죠. "통계는 정책의 근거가 되기에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장 의원의 발언 이후 현재 통계가 동성 커플, 비혼 동거 가구 등 다양해진 가족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죠. 2017년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58만 3000가구(2017년)에서 832만 가구(2047년)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23만 9200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죠.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도 0.92명이었습니다. 역대 가장 적었죠.
 

'외롭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중앙포토

중앙포토

한계에 다다른 결혼 제도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2012년부터 7년간 진선미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생활동반자법 입법을 추진했고, '외롭지 않을 권리'란 책을 썼던 황두영 작가는 밀실팀과의 인터뷰에서 법의 혜택보다 보호 기능을 강조했습니다.
 

"입법 준비하면서 한 여성분한테 '동거하던 남자친구한테 맞고 도망치듯 나왔다'는 메일을 받았어요. 당장 갈 곳이 없어졌는데 둘이 부부가 아니니까 재산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가정폭력으로 신고할 수도 없다는 거예요."

 
젊은 비혼 가구나 동성 커플들이 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독거노인들에게 절실한 제도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황 작가는 "노인들은 배우자와 이별하고 나면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어렵다"며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만큼 이들을 품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죠.
 
혼자 사는 것도, 결혼도 싫은 이들을 위한 생활동반자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박건·최연수·윤상언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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