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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례예술촌 떠나는 책공방…"전국이 탐낸 자산 내쫓는격"

전북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에 있는 책공방북아트센터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에 있는 책공방북아트센터 내부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타 지자체는 책·기록 콘텐트 선점하려 혈안인데…"  

누구나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다. 활판 인쇄기·압축기 등 책 만드는 기계 100여종과 도구 20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아둔 곳. 전국 초·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찾아 '책 문화 체험'의 성지로 불리는 책공방북아트센터(이하 책공방) 이야기다.

'기준점수 미달' 수탁기관 재계약 불발
완주군 "직영으로…콘텐트 전면 개편"
김진섭 대표 "8년 뿌리내린 콘텐트 파내"
임주아 시인 "책만 갖추면 책마을인가"

 
 전북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뜨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책공방이 연말이면 문을 닫는다. 책공방이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의 운영을 맡았던 수탁기관이 올해 말 위탁 계약 기간이 끝나서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양곡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삼례문화예술촌. 프리랜서 장정필

1920년대 일제강점기 양곡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삼례문화예술촌. 프리랜서 장정필

 완주군은 1일 "그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던 삼례문화예술촌을 내년부터 군 직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 올해 말까지 3년간 삼례문화예술촌 운영을 맡은 '아트네트웍스'가 재계약 의사를 밝혔으나 지난 9월 외부 위원들이 포함된 완주군 예술촌운영자문위원회 심의 결과 '기준 점수 미달'로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완주군 설명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완주군이 국비·군비 40억원을 들여 2013년 6월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책공방 등 7개 문화시설이 모여 있다. 쓰레기가 나뒹굴던 애물단지가 지금은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상공에서 내려다본 삼례문화예술촌. 흑백 사진 속 파란 지붕이 책공방이다. 사진 책공방

상공에서 내려다본 삼례문화예술촌. 흑백 사진 속 파란 지붕이 책공방이다. 사진 책공방

 책공방은 한국 근대 책·출판·기록 문화를 간직한 공간으로 꼽힌다. 첫해부터 책공방을 운영해 온 김진섭(54) 대표는 책 만드는 장인(匠人)이다.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한국출판평론상 등을 수상했다. 완주 지역 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만든 '완주 인생보' 기록 사업을 하고, 청년 출판 전문가를 양성해 왔다.
 
 삼례문화예술촌이 완주군 직영 체제로 바뀌면서 책공방과 더불어 예술촌의 '킬러 콘텐트'로 꼽히던 김상림목공소도 함께 짐을 싼다. 이를 두고 문화계에선 "다른 지자체는 책과 기록이라는 콘텐트를 선점하기 위해 혈안인데 완주군은 전국에서 부러워하는 문화 자산과 전문가를 내쫓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책공방에 있는 책 만드는 기계. 김진섭 대표가 수집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책공방에 있는 책 만드는 기계. 김진섭 대표가 수집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출판계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는 2007년부터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남 순천시는 모든 시민이 한 권의 책을 쓰는 '1인 1책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국비·지방비 500억원을 들여 중앙동과 항남동 일대에 책박물관·책공방·북아트센터 등을 유치해 문화예술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강원 강릉시와 경기 안성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공모 사업을 통해 책문화센터를 만들고 있다.
 
 완주군과 인접한 전주시는 오는 2022년까지 사업비 55억원을 들여 완산도서관을 책공방과 독립출판물 전시, 어린이 책 놀이터 등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박성일 완주군수도 지난해 7월 "전북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에 호남권 출판산업 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8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전주·완주혁신도시에 이전한 점을 부각하면서다. 지난 5월엔 윤수봉 완주군의원(삼례-이서)이 5분 발언을 통해 재차 '출판산업 복합 클러스터' 조성을 촉구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을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삼례문화예술촌을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동네 서점 '물결서사' 대표인 임주아 시인은 "책을 갖추고 행사를 만들어 사람만 모으면 책마을이 되는 게 아니다"며 "완주군이 제대로 된 책마을을 만들려면 누구나 이 마을에 오면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김진섭 대표는 "문화도시의 핵심은 차별화된 콘텐트와 진정성을 가진 인재"라며 "완주군이 8년간 지역에 뿌리 내린 콘텐트를 파내고 다른 나무(콘텐트)를 심는다면 양질의 콘텐트를 가진 문화·예술인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책공방과 김상림목공소는 최초 개관 때부터 있었으니 비중 있게 보기 쉽지만, 8년간 위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잘한 부분과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책공방과 아트네트웍스(수탁기관)는 공동 운명체로 따로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술촌을 이만큼 끌어올린 공은 인정하지만, 대규모 수선을 거친 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콘텐트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며 "책공방 못지 않은 새로운 콘텐트를 채워 예술촌을 제대로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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