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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대통령 못 뽑는다, 한국인에겐 황당한 美대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左)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左)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앙포토]

 
 ※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11월 3일 미국 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에서 이제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막판 유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주의 교과서'로 불리는 미국이지만, 막상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에는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 독특한 선거방식이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되기도 한다.
 
미 대선의 궁금증을 미국 정치 전문가인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서정건(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제임스김(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Q&A 형태로 정리했다. 
 

경합주? 스윙 스테이트?

"전국적인 지지율을 살펴보면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경합주(스윙 스테이트)가 변수다. 미국의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결국 경합주를 가져가는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 대선을 전망하는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 얘기다. 전국적인 지지율만큼 중요한 게 이른바 '경합주'의 표심이라는 것이다. 특정 정당의 표밭이 아닌 선거 때마다 승패가 달라지는, 말 그대로 표심이 그네처럼 왔다 갔다(Swing) 하는 주들을 일컫는다.
 
올해 대선에선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 등 6개 주가 핵심 경합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들 주가 모두 원래 경합주였던 것은 아니다. 쇠락한 공업지역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었다. 하지만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 지역을 석권하며 새롭게 경합주가 됐다. 오랜 제조업 침체에 시달리던 백인 노동자층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면서다.
 
위스콘신은 1988년부터,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은 1992년부터 늘 민주당이 이겨왔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이 방심한 측면도 있다. 바이든 후보는 이 지역에서도 여론조사에서 앞서며 설욕전을 노리고 있지만 4년 전 이맘때도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긴 마찬가지였다. 막판까지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새로운 최대 변수, 우편투표란

미국 대선은 크게 선거 당일 현장 투표, 조기 현장 투표, 우편 투표 등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치러진다. 당일 현장 투표소에 가기 힘든 사람을 위한 제도가 우편투표인데,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 투표가 어려워지자 우편투표를 하는 유권자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우편투표의 오류 가능성이다. 실제로 4년 전인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우편투표를 이용한 미국 유권자는 약 3300만 명인데, 이 중 1%가 무효표가 됐다. 서명이 일치하지 않거나 발송 기한을 넘기면서다.
 
또 유권자에게 발송된 우편 투표 용지 중 1.4%는 배송지 오인으로 반송됐고, 2%는 불량으로 보고됐다.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우편투표를 이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입장에선 ‘경험해보지 못한 대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투표용지를 둘러싼 문제 등으로 혼란이 벌어지자 양당은 재검표 문제를 연방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당시 판결이 나기까지 약 5주의 시간이 걸렸다.
 
또 코로나19 확산 움직임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가 우편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지지자보다 민주당 지지자가 코로나19에 위기의식을 더 느끼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악시오스에선 '우편 투표 개표가 지연돼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선 트럼프가 크게 앞서다 우편 투표 개표가 어느 정도 진행된 나흘 뒤에 바이든 후보가 앞선다'는 보고서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무효표가 속출하며 경합주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개표 지연으로 장기간 승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우편투표를 불신하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해왔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정정 불안은 물론 소요사태까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투표로 끝이 아니다? 선거인단 뭐길래

선거인단 제도는 미국의 독특한 간접선거제도다. 미국 유권자들은 대통령에 직접 투표하는 게 아닌,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을 뽑는다.
 
메인·네브래스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는 승자독식 구조다.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경합주가 승패를 좌우하는 것도 이런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의 영향이다.
 
전체 선거인단의 수는 50주에 할당된 상·하원 의원과 특별 구역 워싱턴DC에 배정된 3명을 합쳐 538명이다. 이중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선거인단제도는 연방 국가인 미국의 특성에서 비롯했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주들의 독자성과 영향력을 지켜주기 위해 고안됐다. 아무리 인구가 적은 주라고 하더라도 3명(상원의원 2명과 하원의원 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헌법을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The Founding Fathers)이 간접선거를 선호한 영향도 있다. 당시 대중들이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인사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진짜 투표는 12월 14일?

11월 3일 선거는 절차로 보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11월 3일 선거로 뽑힌 선거인단은 12월 두 번째 수요일 다음 첫 번째 월요일인 12월 14일에 각 주에 지정된 장소에 모여 지지를 표명했던 대통령에 대해 투표를 한다.
 
이후 12월 네 번째 수요일인 12월 23일까지 미 의회에 선거 결과를 보내고, 미국 상·하원이 모여 1월 6일 대통령과 부통령 선임자를 발표한다. 대통령 취임식은 1월 20일에 거행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거인단 선거가 끝나면 각 후보는 곧바로 결과에 승복한다는 뜻을 표명한다. 실제로 최근 3번의 대선 모두 선거인단 선거 이후 이틀 이내 후보의 패배선언과 승리연설이 나왔다. 이는 미국의 평화로운 권력 이양과 성숙한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문제는 우편투표 확대로 인한 개표 지연 등으로 당선인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방법률에 따라 미국은 대통령 선거인단이 투표하기 6일 전인 12월 8일까지는 11월 3일 선거 결과의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만약 11월 3일 선거에서 매우 근소한 차이로 결과가 갈리거나 우편투표 등으로 오류 논란이 불거져 연방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지면 12월 14일까지 선거인단이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
 
헌법은 주별 선거인단 임명을 주에 일임하고 있다. 예컨대 11월 3일 선거에서 바이든이 이겼다고 판단해 민주당 주지사를 둔 주 정부가 바이든 후보측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인 주의회가 우편투표 등 선거 절차의 하자 문제를 제기하면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
 
2000년 대선처럼 재검표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현지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을 연방대법관으로 서둘러 임명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어느 후보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인 270명을 얻지 못하면 연방 하원에서 50개 주별로 한 표씩 행사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복잡한 선거제도, 왜 안 바뀌나. 

민주주의의 핵심은 패자도 인정할 만한 시스템인데, 그동안엔 큰 문제 없이 정권 교체를 이뤄왔다. 연방 국가인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이 선거인단 제도를 대체할 만한 시스템은 무엇인지가 관건인데, 아직 이에 대한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
 
또 미국에서 헌법을 수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단순히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서 헌법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에선 양당이 ‘헌법 가치를 내가 지키고 있다. 헌법이 우리 편이다’라며 서로 다른 정책적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만큼 헌법은 미국의 자긍심으로 통하기 때문에 말처럼 개정이 쉽지 않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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