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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우리 아이들의 자살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최근 교육계 인사들과 얘기하다 놀라운 말을 들었다. 요즘 그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내년에 청년층 자살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란다. 실제로 이런 전망이 있는지, 왜 그런지 궁금해 강윤형 학생정신건강센터장과 통화했다.

요즘 교육계 고민은 청년자살 예방
코로나 와중에도 극단적 선택 늘어
‘베르테르 효과’에 가족 경제난까지
내년이 더 위험 경고 귀담아 들어야

 
강 센터장은 “그러잖아도 이 문제 때문에 며칠 전 교육부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지금 유튜브로 청소년 자살 방지를 위한 부모교육 강의도 릴레이로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이미 10년 넘게 지속돼온 일이다. 한데 이는 고령층으로 갈수록 자살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게 주요인이다. 청년층 자살률은 중위권이다. 한데 한국의 청소년 자살은 2009년경부터 심각해졌단다. 그해부터 청소년 사망 원인으로 자살이 교통사고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국가적으로 청소년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완전가동해 건수를 줄였지만 2015년부터 다시 상승세다. 지난해 자살한 청소년은 140명. 2015년(93명)보다 50명 가까이 늘었다. 지금 추세로 보건대 올해는 작년보다 그 수가 더 늘어날 거란다. 그런데 더 걱정은 내년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한 교육계 인사는 언론과 정치권을 탓했다. 자살은 전염성이 강한  ‘질환’으로, 특히 사회지도층이나 유명인의 자살은 전염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2008년 일어난 최진실 자살은 그 직후부터 이듬해까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지금 교육계에선 ‘박원순 효과’를 우려한다.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 청소년 자살은 평년보다 적었단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회지도층 인사가 자살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선택한 것도 문제이지만, 언론과 정치권이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마구잡이로 이를 활용하는 게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원래 자살에는 전쟁 효과라는 게 있어서 전쟁 때나 전염병 창궐 등의 위기 시에는 자살이 주는데, 올 하반기 이후의 자살 증가는 베르테르 효과를 의심할 만하다”고 했다.

 
선데이 칼럼 10/31

선데이 칼럼 10/31

여기에 강 센터장은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댔다. 그는 과거 거제도에서 조선소가 문을 닫는 등 지역경제가 무너지면서 이 지역 청소년 자살이 급증했던 사례를 들었다. 청소년 자살은 경제위기와 가족의 위기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 국민소득 3만불 시대 효과도 있단다. 과거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자살이 속출했던 시기가 바로 3만불 언저리였다. 이는 가족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는데도 사회안전망은 미처 갖추지 못해 좌표를 잃은 사람들이 자살로 내몰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들 나라에선 자살 줄이기에 국가가 나서 총력전을 펼쳤다. 우리나라는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것이다.

 
경제문제와 자살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는 전국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월 소득 200만원 미만의 사람들이 그 이상인 사람들보다 자살 충동이 6배 이상 높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윤 교수는 “원래 전쟁·전염병 같은 위기가 진정되면 우울증이 높아져 자살이 늘어나는 ‘전후 효과’가 있는 데다 코로나로 경제 위기에 몰리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그 효과가 배가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진짜 문제는, 예상은 되는데 예방이 어렵다는 점이다. 비대면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학교의 보호가 약해졌다는 점도 큰 장애 요인이다. 원래 학교를 통해 고위험군 조사와 관리가 병행돼야 하는데 지금은 이런 기본 과정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인터넷과 SNS 등 미디어에 하루 6시간 이상 과몰입하는 현상이 생겼다는 한 조사 결과도 위기감을 높인다. SNS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길이 없어서다.

 
‘블루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효과’…. 정신건강을 다루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흉흉한 예측이 넘친다. 이렇게 지금 우리를 넘보는 문제들은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의 부하냐 아니냐’ 같은 헤게모니적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생존의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시민들은 코로나로 지쳐가는 와중에 정권과 검찰은 엉겨 붙어 싸우고, 여야는 골목 대장 가리기 패싸움하듯 민생과는 동떨어진 일에 서로 머리를 들이박는다. 마치 역병과 내전이 휩쓸고 있는 나라 같다. 이 모습에 1800여 년 전 제갈량이 병법서에 기록한 ‘동이족에 승리하는 비법’이 생각났다. “동이족은 외부 침략엔 단결하여 사납게 달려드니 무력으로 이기긴 어렵다. 틈이 벌어지게 해 이간책을 사용하면 이길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적이 이간책을 활용하기도 전에 스스로 패배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세상만사 인생사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딱 우리가 그렇다. 다른 행성에서 보면 우리 모습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을 거다. 그들을 웃기기 위해 우리끼리 비극을 연출한다. 이젠 누구라도 정신 차리고 ‘뭣이 중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윗분들도 그 넘치는 기운을 우리 아이들을 구하는 데 써야 하지 않을까.
 
양선희 대기자/중앙콘텐트랩 대학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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