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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 비문, 일제가 변조한 게 맞다”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

사라진 비문을 찾아서
김병기 지음
학고재
 
414년 세워진 광개토대왕비의 한 부분에 대한 일본의 해석은 이렇다. “백제와 신라는 예부터 고구려의 속민이었다. 그래서 줄곧 조공을 해왔다. 그런데 일본이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와 백제와 ○○(정확하지 않음)와 신라를 깨부수어 일본의 신민으로 삼았다.” 일제는 광개토대왕비를 이용해 임나일본부의 증거로 썼다.
 
중국 시학, 서예학자인 저자 김병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석한다. “백제와 신라는 예부터 고구려의 속민이었다. 그래서 줄곧 조공을 해왔다. 그런데 왜(일본)가 신묘년 이래로 백제와 ○○와 신라에 대해 조공을 들이기 시작했으므로, 고구려는 왜도 신민으로 삼았다.” 저자는 ‘속민(屬民)’과 ‘신민(臣民)’의 차이를 알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속민은 혈연관계에 있을 때, 신민은 일방적 복종관계에서 쓰는 말이라는 것을 사료에서 밝혀냈다. 따라서 일본이 고구려에 조공을 바치는 관계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이다.
 
이는 2005년 낸 책의 골자고, 15년 만에 증보판이 나왔다. 기존의 주장을 강화하고, 초판에 대한 반론에 재반론을 하는 내용이다. 그 사이 저자는 2018년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한자를 알아야 광개토대왕비를 바르게 해석해 역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주장을 했고, 온라인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광개토대왕비.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일제가 비문 내용을 변조했다고 본다. [사진 김병기]

광개토대왕비. 김병기 전북대 교수는 일제가 비문 내용을 변조했다고 본다. [사진 김병기]

증보판에서 저자는 일제가 비문을 변조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주장한다. 비문 내용 중 ‘바다를 건너와 깨부수었다’는 부분에 해당하는 세 글자 ‘도해파(渡海破)’가 실마리다. 저자는 이 글자가 총 1775자 가운데 다른 글자들과 형태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변조라고 본다. 조작 전엔 ‘입공우(入貢于)’ 즉 왜가 조공을 바쳤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렇게 하면 ‘속민’과 ‘신민’을 구분해 사용한 이유도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1972년 재일 사학자 이진희가 꺼냈던 일제 비문 변조 의혹도 근거로 들고 있다.
 
증보판에서 저자는 ‘도(渡·건너다)’ 앞에 ‘래(來·오다)’가 쓰인 것으로 봐서 일제가 문법에 맞지 않을 정도로 변조했다는 논거를 추가했다. ‘와서’ ‘건너갔다’는 건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초판본에 대해 나왔던 “비문의 해석은 역사적 상황에 근거해야 한다”는 반론에 대해 “비문 자체를 철저히 연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재반론을 펼쳤다.
 
저자가 광개토대왕비를 한 자씩 볼 수 있었던 건 그가 서예가이기 때문이다. 유학자인 선친 김형운 선생과 어려서부터 한문 공부를 했던 그는 초등학교 때 『사자소학』을 외우고 『명심보감』을 읽었다. 1982년 대만에서 시와 서예를 공부하던 중 서점에서 광개토대왕비의 탁본집을 만났다. 아름다운 글씨체에 매혹돼 한 글자씩 전부 따라 써보기를 두 번 반복했다. 그는 “그때마다 막히는 글씨가 있었다”고 했고, 그게 바로 변조됐다고 보는 ‘래도해파’ 부분이었다. 이렇게 그는 다른 사학자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방향으로 광개토대왕비를 살펴보는 데 20년을 썼다. 서예학자가 광개토대왕비의 변조를 주장하게 된 배경이다.
 
저자는 기존 역사서에서 출발해 광개토대왕비를 해석하는 건 순서가 틀린 짜맞추기식 연구라 본다. 대신 광개토대왕비 자체를 철저히 연구하고 거기에 바탕해 후대의 기록이 잘못돼 있다면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자를 알고, 글자를 통해 문장을 바라봐온 연구는 “우리 자신의 역사관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향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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