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이낙연 “문 대통령이 도입한 당헌 고쳐 공천” 정면 돌파

30일 호남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전남 함평군 글로벌모터스 공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30일 호남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전남 함평군 글로벌모터스 공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지난 2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방침 결정은 전격적이었다. 특히 방침을 공식화하는 시기 선택과 당헌 개정이란 방법론 모두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결정
보선 승패에 대선주자 명운 걸려
개정 안 하고 후보 내는 ‘샛길’ 회피
“후안무치·내로남불” 야당들 비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여론뿐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 어떤 게 책임 있는 처신인지가 중요한 고민이 될 것”이라며 “공천할 것인지 여부를 늦지 않게, 책임 있게 결정하겠다”고 말한 뒤론 한 달 넘게 관련 언급을 자제해 왔다.
 
공천 방침 자체는 이 대표 주변 인사들의 말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됐지만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도입한 당헌까지 깨겠다고 나선 건 이미 정해진 답은 아니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공천 방침 자체에 대해서는 당내 공감대가 있었지만 당헌 개정을 결심한 건 이 대표 본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중대한 잘못’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승패에 대선주자로서의 명운이 걸린 이 대표가 당헌을 그대로 둔 채 후보를 내는 ‘샛길’ 대신 당헌 개정 후 공천이라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가 의원단에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 29일 온라인 의원총회에서였지만 지도부와 이 같은 입장을 공유한 건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였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보궐선거에 우리 당이 공천을 해야 하며 당헌 개정도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공천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는 암묵적으로 공유돼 있었지만 아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 대표가 시작과 끝을 한 번에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9일 의총에서 공천의 명분에 대해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다.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입장 정리는 세밀한 당내 여론 청취의 결과라는 게 이 대표 주변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10월 7~26일) 기간 틈틈이 최고위원들을 비롯해 측근 인사들과 주요 당직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났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 대표가 ‘무엇을 중요하게 봐야 하느냐’고 묻길래 ‘후보를 내는 게 정당의 의무고 후보를 안 내면 유권자 권리를 침해하는 거다. 담대하게 결정하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어떤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발표 시기와 방법론에 대해선 이견도 적지 않았다. 일부 인사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야당 후보가 나오는 연말까지 기다렸다가 ‘어쩔 수 없다’며 우리 당 후보를 내자”며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추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그때가 돼서 후보를 낸다고 하면 비판을 더 신랄하게 받고 국민도 진정성이 없다고 볼 것”이라며 ‘국감 종료 직후’로 시기를 정했다고 한다. 12월 8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11월 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컸다.
 
일부 당내 인사들은 이 대표에게 “굳이 당헌을 바꿀 필요는 없다. 논란만 가중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당 혁신 차원에서 도입한 조항이라 개정이 부담스럽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공천을 하려면 고치는 게 낫다. 깔끔하게 개정하자”고 논의를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여론에 얻어맞더라도 지금 맞아야 선거 준비에 차질이 덜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별도의 후보 검증위원회를 설치해 서울·부산시장 예비 주자들의 성 비위와 다주택 문제 등을 샅샅이 살피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성 비위는 서류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후보 주변을 탐문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30일에도 이 대표 결정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자당 출신 단체장들의 잘못으로 재·보궐선거가 열리게 될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겠다는 건 자신들이 만든 당헌이다. 누가 요구한 게 아니다”며 “후보를 내지 않는 게 가장 제대로 된 사죄고 국민에게 용서를 받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문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 만들어진 규정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당대표 시절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똑같은 행태를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며 “두 전직 대표의 책임 정치를 곡해하고 내로남불의 덫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도 “정치를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만들어버린 격”이라고 꼬집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