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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비판해놓고 당정도 한다···‘재산세 감경’ 머쓱한 서울시

“제가 생각할 때는 서초구청장의 정치적 야심이다. 서초구의 우월한 재정상황을 이용한 정치적 포퓰리즘 행위라고 생각한다”

 
 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은희 서초구청장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서초구가 단독으로 추진 중인 재산세 감면 정책은 정치적 성격이 짙다는 게 핵심이었다. 서초구의 정책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의 주택 보유자 중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50%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취재일기]

 
 그러나 국감이 끝난 지 열흘여가 지난 29일 당정은 재산세 감경 발표를 앞두고 기준을 조율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내용은 서초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감 '뜨거운 감자' 서초구 재산세 감경안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특별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특별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서초구가 발의한 ‘구세 조례 일부 개정안’이 구의회를 통과하면서다. 개정안의 핵심은 재산세 중 공동과세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區) 과세분만 절반으로 깎아 전체 재산세의 25%, 가구당 평균 10만원 내외의 재산세를 주민에게 환급하는 것이었다. 실제 환급 대상은 총 6만9145호, 환급 총액은 63억원 정도다.
 
 서초구는 “1주택 소유자는 투기와 무관한 데도 정부 공시가격 조정으로 재산세 상승률이 높아 세금 고통이 가중됐다”며 정책 추진 배경을 제시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주민의 경제적 피해도 언급했다. 
 
 법적 근거로는 지방세법 111조 3항을 들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특별한 재정수요나 재해 등의 발생으로 재산세의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준세율의 50%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與, “조세법률주의 위반…형평성 문제도”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초구의 조례안은 지방세법에 없는 과세표준 구간을 만드는 것이므로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세법에 일반 주택의 과세표준 기준은 ▶6000만원 ▶6000만~1억5000만원 ▶1억5000만~3억원 ▶3억원 초과로 나뉘어 있는데 ‘9억원 이하’라는 과표 기준을 임의로 설정한 건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의미다.
 
 다른 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노원구 등 다른 자치구의 경우 (서초구와는) 재정 상황과 주택 가격대가 굉장히 달라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구의 9억원 이하 주택분 재산세는 2020년 기준 254억원으로 전체의 11.7% 밖에 되지 않지만, 노원구는 이 비중이 99.8%에 달해 재산세 감면 여력에 차이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해식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모든 지역에서 모든 사람이 겪고 있는 재해”라며 “다른 232개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를 안 했는데 왜 서초구만 그런 조치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중재안에도 “법적대응”…강경했던 서울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재안에 가까운 의견이 나왔지만, 서울시의 대응은 강경했다. 지난 15일 국감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서초구가 50% 감면이면 노원구는 20% 감면을 해준다든지, 기본적으로 (서초구의) 방침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으로 갈 필요가 있다. 지도형식으로라도 하는 것이 어떤가”라는 의견을 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역 실정에 맞춰서 서민을 위해 해주기를 바란다”며 지자체별 차이를 고려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서 권한대행은 “취지에는 공감한다. 방법을 고민해보겠다”며 넘어갔지만 닷새 후인 20일 국감에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 권한대행은 “서초구가 재산세 감면을 계속 주장하면 대법원 제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국감이 끝난 다음 날인 21일 저녁에는 조은희 구청장의 면담 요청도 최종 거부했다. 
 
 이에 앞선 지난 7일에는 '재의(지자체 의회에서 의결 사안을 다시 심사·의결하는 것)' 카드로 서초구를 압박하기도 했다. 지방자치법 172조1항에 규정된 시·도지사의 재의요구는 지자체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강행규정에 가깝다. 조 구청장 역시 이에 아랑곳없이 조례를 공포하고 전자 구보에 게시하면서 서울시에 ‘강대강’으로 대치했다.
 

당정, 6억원 VS 9억원 조율…머쓱해진 서울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서울시의 강경 대응은 이내 머쓱해졌다. 서울시 국감이 끝난 지 약 열흘도 되지 않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조 구청장의 안(案)과 유사한 내용의 재산세 감경안을 시사하면서다. 당초 29일로 예정돼 있던 정부의 재산세 인하 방안 발표는 여당이 오히려 조 구청장 의견과 같은 9억원 이하 주택 세 감면을, 정부와 청와대가 6억원 이하 세 감면을 주장하는 등 이견을 보이며 미뤄졌다. 애초부터 서초구와 당정이 추진하는 정책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이미 지난 8월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주택 실수요자 재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시세 5억~6억원 이하 주택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구청장 역시 이에 대해 “정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초구 조례안 위법 여부에 대해 “개인적으로 지자체 자치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당정과 지자체는 같은 지향점을 두고 복잡한 정치 공세로 국감장에서 대치한 셈이 됐다. 열흘 전 국감 때도 당정이 재산세 인하 방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도 지방세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노원구와 서초구간 예산·주택가격 격차도 여전하다. 정책의 내용도 비슷하다. 발의자만 달라졌을 뿐이다. 결국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더 중요했던 걸까. 재산세 감경도 서초구가 아닌 당정이 하면 포퓰리즘이 아니게 되는 것일까. 치열했던 서울시의 국정감사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허정원 내셔널팀 기자
허정원 내셔널팀 기자.

허정원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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