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권혁주의 시선] 경제성 조작, 월성 1호기 뿐일까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떠들썩하더니 벌써 잊힌 듯하다.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얘기다. 꼭 10일 전에 발표된 결론은 “잘못됐다”였다. 점잖게 표현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고, 막말로는 ‘수치 조작, 경제성 조작’이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평가한 회계법인 직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 보낸 e-메일에서도 조작의 악취가 모락모락 풍긴다.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에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버린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합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경제성 조작은 월성 1호기뿐이었을까.
 

“전기요금 인상요인 별로 없다”
정부의 신재생 확대 영향 분석
감사원이 다시 들여다본다면…

탈원전과 짝을 이룬 정부 정책은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 확대’다. 그 취지에는 큰 반발이 없다. 가능한 깨끗한 에너지를 쓰자는 것이니까. 그러나 이상과 현실 사이엔 언제나 괴리가 있는 법. 비용이 문제다. 익히 알다시피 신재생 전기는 비싸다. 신재생을 늘리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게 상식이다. 독일에서는 태양광·풍력을 늘린 뒤 10년 동안 가정용 전기요금이 40% 넘게 올랐다. 우리는 어떨까.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을 가늠했듯, 정부도 신재생 확장이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을 계산했다. 일종의 ‘신재생 경제성 평가’다. 첫 결과는 2017년 6월 국책 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이 내놨다.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20%로 늘리면, 전기요금을 최소 20% 올릴 요인이 생긴다고 했다. 이게 사달이 났다. 어찌 된 일인지 에경연은 배포했던 자료를 부랴부랴 회수했다. 그러곤 소식이 끊겼다.
 
다음 발표는 그해 말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2022년까지 5년간 1.3%, 2030년까지 13년간 10.9%”라고 했다. 6개월 새 상승 폭 추정치가 20% 이상에서 10.9%로 10%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마음에 들지 않던 결과가 그럴듯하게 변했다. 이런 모습, 어딘지 익숙하다. 그렇다. 월성 1호기도 “경제성 없다”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보고서가 계속 바뀌었다. 둘 사이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2030년까지 인상 요인 10.9%”라고 할 때의 장관이 바로 지난 감사에서 ‘인사 자료 통보’란 조치를 받은 백운규 한양대 교수다.
 
“전기요금 오를 일 거의 없다”는 정부 추산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처럼 뭇매를 맞았다. 논리가 박약해서다. 전기요금을 별로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핵심 근거는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이다. 당장 비아냥 비슷한 반발이 나왔다. “지금 현재 비싼 패널을 설치하고 있는데 전기요금이 안 오른다고? 타임머신 타고 2030년으로 가서 싼 패널을 사 오란 말인가.”
 
패널값이 내려가 봐야 별무신통이란 분석도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은 입지가 좋은 곳부터 들어서기 때문이다. 싼 패널이 나올 때쯤이면 볕 잘 드는 좋은 입지는 많이 들어찬다. 싼 패널을 써도 햇빛이 덜 드는 곳에 발전 시설을 만들면 효율이 떨어져 발전 단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패널 가격은 태양광 원가의 30% 정도다. 땅값과 설치 공사비 등 다른 돈이 훨씬 더 든다. 패널값이 내려도 전체 비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정부 추산은 이런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태양광 확대 소식에 햇볕 쨍쨍한 전남 신안군 염전 지대 땅값이 뛰었는데도 그랬다.
 
빼놓은 건 땅값 추이만이 아니다. 전력망 안정에 요긴한, 그러나 비싼 에너지저장장치(ESS) 가격을 포함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태양광·풍력 발전기가 꺼질 때 대비해 가스 발전기 등을 대기시켜 놓는 비용까지 계산에 넣기를 바라는 것은 무엄(?)한 처사일 것이다.
 
“어쨌든 아직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새 한국전력은 골병이 들었다. 2018년에 2조2000억원, 지난해 2조8000억원 손실(단독재무제표 기준)을 냈다. 한전은 견디다 못해 전통시장에 주던 할인 혜택을 없앴다. 전기차 충전 할인도 점차 줄여 내년에 폐지한다.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 과속의 불똥이 애먼 전통시장 상인들과 전기차주들에게 먼저 튄 셈이다. 그나마 한전은 저유가 시대라 이 정도 버티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것처럼 2025년께부터 다시 고유가 시대가 펼쳐진다면? 한전 소액주주들을 생각하니 말 꺼내기가 황송할 따름이다.
 
아무리 봐도 정부의 신재생 경제성 평가는 무리였던 것 같다. 하긴, 입맛대로 통계와 수치 꿰맞추는 건 이 정부의 장기 아니던가. 만일 신재생 경제성 평가를 감사원이 다시 들여다본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권혁주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