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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어떤 당헌개정은 최종적형태의 가해다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민주당, 서울 부산 시장후보 공천위해 당헌96조 고치키로
젠더문제 민감성 모르는 결정..정치적 3차 가해 될 수 있다

 
 
 
1.

더불어민주당이 마침내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낙연 당대표가 29일 의원총회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전 당원 투표를 통해 최종결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원투표 결과는 당연히 ‘공천하자’겠죠. 오전 최고위원회 오후 의원총회, 주말 당원투표까지..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네요.  
 
2.

민주당이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이 문제가 매우 민감하고 곤혹스런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출발은 민주당 당헌 96조. ‘당 소속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서울시장 박원순과 부산시장 오거돈은 모두 성추행으로 물러난 경우입니다. 젠더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해졌기에 당헌 96조에 걸린 겁니다.  
2018년 안희정 충남지사가 더 심각한 성폭행으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엔 민주당이 양승조 의원을 공천해 당선시켰습니다.  
 
3.

그렇다고 민주당 입장에서 서울과 부산을 동시에 포기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서울과 부산은 제1ㆍ2 도시로 상징성이 높을 뿐 아니라 유권자가 1천250만에 이릅니다. 시장의 영향력은 막강하죠. 특히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기에 더욱 놓치기 아깝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고민 끝에 현실을 택했습니다. 대신 최종결정 책임은 당이 아니라, 전국의 당원에게 넘겼습니다.  
 
4.

그런데 따져보자면, 민주당이 실리(표)를 위해 포기해버린 명분(신뢰)의 무게가 만만찮습니다.  
 
문제의 당헌은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밀어붙인 혁신안입니다. 공천용 혁신안이 통과된 덕분에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차지하는 ‘깜짝 승리’를 거둡니다.  
 
‘선거의 여왕’ 왕박근혜 대통령이 이끌던 여당(새누리당)은 당연 압승을 낙관했으나, 공천갈등(옥쇄파동)을 겪으면서 1당 자리를 빼앗깁니다. 그 결과 2016년 박근혜 탄핵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니까 2015년 혁신안은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주춧돌인 셈이죠.  
 
5.

당시만 해도 지리멸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안을 통한 환골탈태’를 부르짖으며 온갖 비장한 말들을 뱉었습니다.

 
문재인은‘계산(표)이란 지도를 내려놓고 국민이란 나침반(신뢰)만 보며 뚜벅뚜벅 큰 길로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나니까 정 반대의 선택을 하네요.

 
당시 혁신위를 이끌었던 김상곤 전 교육감도 한마디 쐐기를 박았죠. ‘혁신안이 아무리 좋아도 실천 안되면 사상누각’이라고..예언했습니다.

 
6.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사건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성범죄의 심각성에 눈 떴습니다.  
 
특히 박원순의 죽음에 대해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라는 낯선 문장이 회자됐습니다.  
이어진 서울시장례식과 조문을 둘러싼 논란은‘2차 가해’라는 낯선 폭력의 심각성을 뇌리에 박아주었습니다.  
 
 
7.

민주당의 당헌개정은 이런 국민들의 매서워진 눈총을 인지하지 못한 꼰데 결정으로 보입니다.  
성범죄자 후임 공천은 어쩌면, 정치제도적 차원에서 가해지는, 정말 최종적인 3차 가해가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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