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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이 무죄? 판사님 절 사형시켜주세요" 피해여성 절규

지난 14일 오전 11시 대전고법 316호 법정.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준명)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자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진행됐다.
지난 7월 7일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가장 보통의 준간강사건-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7일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가장 보통의 준간강사건-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검찰, "강제로 성관계 가졌다" 징역4년 구형
대전지법 "항거불능 증명 어렵다" 무죄 선고
피해자 "차라리 내게 사형을 선고해라" 호소
피고인 "성관계에 피해자 동의했다" 주장

 이날 공판에서 마지막으로 발언 기회를 얻은 B씨는 “수치심이 입을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하는데 제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울부짖는 목소리로 “판사님.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할 거면 차라리 제게 사형을 선고해주세요”라고 했다. 
 
 대전지법 1심 판결문과 B씨 변호인의 의견서, 대전YWCA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 의견서 등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4월 지인들과 함께 대전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 동행한 지인의 친구 A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당시 B씨는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고 한다. 동석한 지인 2명과 음식점 주인 A씨 등 4명이 마신 술이 소주 10병가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술자리가 파하기 전 B씨와 함께 있던 지인 2명은 먼저 자리를 떴다. 음식점에 남은 건 B씨와 A씨 두 사람이었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B씨는 이때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자신의 행적과 밤사이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의 집까지 대리운전을 이용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도 다음날 잠에서 깬 뒤에야 알아차렸다. A씨와 성관계를 가진 것도 기억에 없다고 했다.
 
 B씨가 성관계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다음 날 A씨의 전화를 받고서였다. A씨로부터 “(당신이)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말을 듣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B씨는 “처음 만난 남자, 가정이 있는 유부남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걸 스스로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며칠을 고민하던 B씨는 경찰서를 찾아 A씨를 신고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돼 1심(대전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 사건에 대해 다음 달 13일 선고할 예정이다. 사진은 대전고법 전경. 연합뉴스

대전고법 형사1부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돼 1심(대전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 사건에 대해 다음 달 13일 선고할 예정이다. 사진은 대전고법 전경. 연합뉴스

 
 1심에서 검찰은 “A씨가 만취 상태로 항거불능 상태였던 B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A씨가 과거 강제추행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
 
 당시 A씨 측은 “B씨와 성관계를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건 당시 B씨는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비틀거리지 않는 등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다”며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고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용찬)는 지난 8월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인들의 진술과 폐쇄회로TV(CCTV) 영상에서 B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만취했다고 볼만한 모습이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가 당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고 사건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 피고인이 간음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1심 선고 직후 검찰과 B씨는 “법원의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공판에서 A씨는 “이 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며 “가정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가 기억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1심의 판단과 피고인의 진술이 모두 정당하며 검사 역시 추가 증거 없이 항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의 변호인은 “1심에서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라거나 피고인의 준강간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며 “반대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한 증거도 없고 오로지 피고인의 진술만 존재한다. 명백히 심리미진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7월 7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만취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7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준강간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만취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대법원은 '피해자다움’을 정해놓고 판결하는 것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판결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11월 13일 대전고법에서 열린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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