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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반도체 대부 "우리가 오만했다"···美에 시간벌기 작전 돌입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⑰ :실력차 인정하고 기초다지는 중국

후웨이우(胡偉武)

환구인물과 지난 10일 인터뷰 중인 후웨이우 룽신중커 회장. [환구인물 캡처]

환구인물과 지난 10일 인터뷰 중인 후웨이우 룽신중커 회장. [환구인물 캡처]

반도체 기업 룽신중커(龍芯中科)의 회장. ‘중국 반도체의 대부’ 다. 지난 2001년 중국 최초의 국산 중앙처리창치(CPU) ‘룽신(龍芯)1호’를 만들었다. 당시 중국과학원(中國科學院) 컴퓨터 기술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개발을 책임졌다. 그해 8월 ‘우리의 CPU(我們的 CPU)’란 글을 써 연구 과정도 직접 설명했다.
 
이 글이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IT 업계가 힘들기 때문이다. 후웨이우의 글을 보며 중국 반도체 ‘자립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가 많다고 한다.
 
중국 관영언론이 화제의 인물을 놓치지 않았다.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발행하는 시사잡지 환구인물(環球人物)은 후웨이우와의 인터뷰 기사를 20일 공개했다. 환구인물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차보즈(卡脖子·중국 산업을 압박하는 미국의 핵심 기술)를 확보할 전략 등을 후웨이우에게 물었다. 

후 회장은 중국 반도체가 오만했다고 본다.

2003년 당시 후웨이우(왼쪽)의 모습. [환구인물 캡처]

2003년 당시 후웨이우(왼쪽)의 모습. [환구인물 캡처]

그는 반도체 연구를 건축에 비유한다. 후 회장은 “(중국 사람들은) 이미 3층을 다 지었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1층과 2층은 만들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이런 것이다.
 
중국은 고성능 칩을 설계(3층)할 수 있게 됐다고 우쭐댔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생산능력(2층)과 반도체 장비(1층)는 외국에 의존했다. 세계 1, 2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외면하고, 미국 반도체 장비를 사용할 길이 막히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기초도 없는데 무슨 최첨단 기술 개발이냐. 

8월 26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2020 세계반도체대회(WSCE)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 룽신중커 부스를 고객들이 살펴보고 있다.[WSCE 캡처]

8월 26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2020 세계반도체대회(WSCE)에서 중국 반도체 회사 룽신중커 부스를 고객들이 살펴보고 있다.[WSCE 캡처]

이게 후 회장 생각이다. 그는 “반도체 회로 집적 기술에서 중국은 3나노(nm·1나노는 10억 분의 1m, 숫자가 작을수록 고난도), 5나노를 개발할 생각을 하지 말자”고 했다. 그것보다 “14나노, 아니 28나노 수준에서라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중국의 국산 CPU 룽신 3호. [환구인물 캡처]

중국의 국산 CPU 룽신 3호. [환구인물 캡처]

능력도 없는데 최첨단 기술로 미국을 앞서겠다는 허상에 빠지지 말라는 거다. 후 회장은 2~5년간 죽으라고 기초 기술을 쌓아야 운 좋으면 3~5년 뒤 차보즈 확보가 가능할 거라고 했다. 반도체 개발뿐 아니라 기업도 경영해온 후웨이우다. 2008년 중국과학원이 세운 회사 룽신중커의 CEO를 맡아 룽신2호와 3호 개발과 시판에 나섰다. 그의 지적이 중국 사회에 남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다.

후웨이우 같은 생각. 중국 정부도 하는 것 같다. 

[신화망 캡처]

[신화망 캡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멍웨이(孟瑋) 대변인은 20일 "경험, 기술, 인력이 없는 '3무(無)' 기업이 집적회로(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지방이 맹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해 수준 저하와 중복 투자 위험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일부 지방에서 맹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중대 손실이나 위험을 초래한 경우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턱대고 돈을 들이부어 투자하면 개발되겠지”란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겠다는 거다.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전쟁을 장기전으로 본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덩위웬 전 부편집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29일 중국 5중전회에서 나올 14차(2021~2025년)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 초안에서 미국과 장기전을 위한 계획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내수 중심의 쌍순환(雙循環)전략과 기술 자립을 14.5 계획에 내세울 게 확실하다. 중요한 건 실천 방식이다. 덩 전 부편집장은 “중국은 미국과 직접 대결을 피하고 시간 벌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고 판단될 때 반격을 할 거라는 거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천지우 홍콩대 아시아글로벌연구소장도 “‘중국제조 2025’ 등은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노골적 메시지가 있어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받았다”며 “화웨이 사태 등을 겪은 중국이 14.5 계획에선 미국을 도발하는 정책을 내놓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 국무원발전연구센터(DRC)는 미국에 반격이 가능한 시점을 12년 뒤로 봤다. 유럽을 7년 안에 추월하고 2032년이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현재까진 중국의 완패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요한 건 중국에서도 허세와 거품을 걷고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생각이 엿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2일 개교한 난징반도체대학의 모습. [사진 바이두바이커]

지난 22일 개교한 난징반도체대학의 모습. [사진 바이두바이커]

이를 위해 최근 반도체 대학도 세웠다. 지난 22일 중국 장쑤성 난징에 만들어진 '난징반도체대학(南京集成電路大學)'이다. 반도체 인재 육성과 교육만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다. 중국 국가전용반도체연구소센터 실무책임자이자 둥난(東南)대학 수석 교수인 스룽싱(時龍興)이 총장으로 취임했다.
 
중국의 ‘버티며 기초 닦기’ 전략. 과연 미국의 강공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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