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진국의 퍼스펙티브]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검찰 어디로 가야 하나

추미애와 윤석열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검찰총장이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좌천됐다. 그런데도 옷을 벗지 않고 버텼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진 것은 6·25가 일어나기 사흘 전. 2대 검찰총장 김익진 이야기다. 대통령을 배후에 둔 사설수사대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 고문하는 일이 있었다. 검찰이 손을 대자 이승만 대통령이 수사하지 말라고 특명을 내렸다. 친서도 보냈다. 그런데도 검찰은 묵살하고 108명을 검거하고, 11명을 기소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는 미련”
노무현, 퇴임 후 수사받자 후회
검찰이 권력화 해선 안 되지만,
정치권 전리품이 돼서도 안 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면
측근 비호 작은 욕심 버렸어야

이 대통령이 노발대발해 김익진은 전무후무한 좌천 인사를 당하고, 옥고를 치렀다. 그가 좌익이어서가 아니다. 그는 북한에서 7개월간 감옥 신세도 졌다. 그러나 이념 이외에 법의 논리도 있다. 정치가 법치를 압도하던 시절이다. 권력자는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생각했다.
  
“검찰총장은 부하가 아니다”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국감을 지켜보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2일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장관은 총장의 상급자”라고 반박했다. 여권 인사들은 윤 총장에게 몰매를 때렸다. “그러면 부하 아니고 친구냐”(김용민 의원), “해괴한 단어(부하)를 써서 사회를 어지럽혔다”(김진애 의원)고 몰아붙였다. 급기야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이 “이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두관·송기헌·김종민·김경협·강병원 의원이 줄지어 사퇴하라고 공격했다.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면서 맥빠진 국정감사는 ‘윤석열 국감’이 됐다. 국정은 뒷전이고, 코미디 같은 말씨름에 국력을 낭비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김종민 의원은 “윤 총장이 달라졌다”고 한다. 윤 총장은 박범계 의원을 향해 “과거에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으셨느냐”고 반박했다.
 
추미애

추미애

김익진 총장의 경우처럼 서로에 대한 기대가 달랐다. 근본적으로 검찰총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다. 굳이 변했다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검찰 개혁을 이야기할 때 흔히 “검찰의 정치적 이용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총장의 생각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 함께 쓴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정치적 중립성, 이 부분을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는지 몰라요”라고 후회했다.
  
정치적 중립이냐, 민주적 통제냐
 
윤석열

윤석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검찰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검찰·경찰이 독재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해온 것을 수없이 목격했다. 이를 막으려면 검찰이 정치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퇴임 이후 자신이 수사를 받으면서 후회했다. “검찰 자체가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운명이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의 ‘준사법기관론’을 부정했다. “검찰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국가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행정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의 독립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민주적 통제’라는 말이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선출’된 정치권력이 ‘임명’된 검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과거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던 검찰을 비난하던 논리를 완전히 뒤집었다.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 걸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또 하나의 변수다. 검찰이 과거 정권의 인적 자산이라면 공수처는 이 정부가 새로 만들 조직이고, 인적 구성이다. 더구나 중립성을 보장할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마저 무력화하겠다고 위협한다.
 
국민이 혐오해온 과거 정치검찰의 모습은 두 가지다. 하나는 권력자의 하수인 역할이다. 또 하나는 범죄 정보를 쌓아놓고, 들어오는 권력마다 거래하는 것이다. 그걸 통해 스스로 권력화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비리가 있다면 무조건 밝혀져야 한다. 검찰이 권력화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검찰에 대한 통제가 정치권의 전리품이어서도 안 된다.
  
노무현에 대한 회한
 
현 정권을 끌고 가는 힘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회한이다. 검찰 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 ‘개혁’의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윤석열 총장의 반론이 먹혀들 여지가 없다. 검찰의 기능을 쪼개고, 약화하고, 인적 구성도 바꾸려 한다. 그래도 바꿀 수 없는 인력 풀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단이 공수처다. 민주적 통제를 ‘민주당의 통제’로 만들 수도 있는 구상이다. 그렇게 하려면 두 가지를 잘못했다.
 
첫째, 그런 생각이었다면 정권 초기에 개혁했어야 했다. 그런데 과거 정권을 공격할 때는 검찰을 이용했다. 힘을 몰아줬다. 결국 토사구팽하는 모양새가 됐다. 표적 수사를 독려했다. 이제 와 수사 관행 개선, 검찰의 권력 분산을 이야기하려니 옹색하다.
 
둘째,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면 작은 욕심은 버렸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래야 “권력의 부패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지켰다면 ‘민주적 통제’가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울산시장 선거 개입,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사건,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자금 논란….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가 어떤 저항을 받았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회한에 집착하면 퇴임 후를 대비하는 모양으로 비치지는 않겠는가.
 
대통령 측근 수사하다 좌천, 구속된 검찰총장
김익진

김익진

김익진(사진)은 7년 간 판사를 하다 1927년 “조선 사람으로 이민족 통치 밑에서 오랫동안 판사 노릇 한 것이 부끄럽다”며 사표를 던졌다. 해방 후 소련 특무대에 남조선 간첩 혐의로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북한을 탈출한 김익진은 48년 11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6개월 뒤에는 검찰총장이 됐다. 이승만 대통령은 ‘공산 치하에서 고생해본 김익진이 최적임자’라고 생각했다.
 
50년 4월 대한정치공작대 사건이 터졌다. 공산 게릴라가 경무대를 습격하고, 요인을 암살하려 한다는 날조 정보로 이 대통령의 허락을 얻어 사설수사기관을 만들었다. 무고한 사람을 체포, 고문해 공산당으로 만들었다. ‘기소하지 말라’는 대통령 지시를 외면하고 배후수사로 확대했다. 이 대통령이 격노했다. 그뿐 아니다. 경찰이 송치한 좌익분자를 증거불충분이라며 풀어줬다. 반민 피의자 노덕술을 숨겨준 김태선 수도경찰청장을 범인은닉혐의로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50년 6월 22일 검찰총장이던 그를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보냈다. 검사에 대한 신분보장 때문에 파면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익진은 “정치적 압력으로 검사를 몰아낼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며 수모를 견뎠다.
 
52년 6월 미심쩍은 이 대통령 암살미수사건이 터졌다. 여기에 김익진을 엮어 넣어 구속했다. 범인들이 있는 사석에서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죄목이다. 문준영 부산대 교수는 “검찰 독립을 위해 노력하다 정권에 희생된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