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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2050 탄소 중립" 선언…30년 허리띠 졸라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 밝혔다.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해 한국도 2050년 온실가스 순(純)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0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억제하고 일부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다른 방법으로 흡수한다는, 이른바 넷 제로(Net Zero)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김법정 사무처장은 "반기문 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정부 측에 계속 촉구한 내용"이라며 "산업계 등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국제적인 흐름에서 피할 수 없는 대세여서 정부가 오랜 검토 끝에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황석태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일부 부처에서는 실무적인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지만, 그동안 부처 협의를 계속하면서 2050년 탄소 중립을 하기는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목표를 세웠다고 해서 온실가스 넷 제로 달성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향후 30년 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시밭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탄소 중립 선언 왜 나왔나

지난해 12월 말 거센 기세로 번지고 있는 호주 산불 현장.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는 기후변화로 산불 피해가 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 거센 기세로 번지고 있는 호주 산불 현장.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는 기후변화로 산불 피해가 늘고 있다. AP=연합뉴스

탄소 중립은 국제적인 흐름으로 이미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70여개 국가가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30여 개 국가가 이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고, 일본도 지난 26일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달 24일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을 수립한다는 내용의 기후 위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처럼 탄소 중립 얘기가 나오는 것은 기후 위기 때문이다.
폭염과 산불, 태풍·허리케인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 빙하가 떨어져나가는 모습. 중앙포토

그린란드 빙하 빙하가 떨어져나가는 모습. 중앙포토

이 같은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1.5도 아래로 묶어야 하는데, 이미 1도가 상승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이미 410ppm에 이르렀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 달성을 촉구했다.
 
이날 대통령의 넷 제로 선언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즉각 환영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대통령의 탄소 중립 선언은 수많은 시민의 행동이 이뤄낸 성과로서 의미가 있다"며 "선언이 말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행동을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유엔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에 매우 고무됐다. 지난 7월에 발표된 모범적인 그린뉴딜 이후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있어 매우 긍정적인 조치"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안하고, 실행할 구체적 정책 조치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얼마나 줄여야 하나

충남 보령시 주교면 보령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있다.중앙포토

충남 보령시 주교면 보령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있다.중앙포토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의 배출 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인 7억7610 톤에서 30%를 줄여 5억4300만톤을 배출하는 게 목표였다.
2009년 이명박 정부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교. 붉은색으로 표시한 수치는 2018년 실제 배출량

2009년 이명박 정부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교. 붉은색으로 표시한 수치는 2018년 실제 배출량

하지만, 2018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7억2760만 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 상승, 거의 배출전망치 그대로였다.

10여 년 동안 실질적으로 아무런 감축 노력이 없었다.
 
다만 2019년에는 발전량이 줄면서 잠정 집계된 배출량이 7억280만톤으로 다시 3.4% 줄어들었다.
여기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강화한다면, 한국도 2018년을 고비로 온실가스 감소 추세에 접어드는 셈이다.
 
그렇다고 2050년까지 30년 동안 이 7억톤을 줄여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2030년 감축 목표는 배출전망치 8억5080억톤에서 37% 줄이는 것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과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수정한 감축안 비교. 해외에서 줄이기로 한 양을 크게 줄였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과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수정한 감축안 비교. 해외에서 줄이기로 한 양을 크게 줄였다.

이 목표대로 2030년까지 5억3600만톤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을 때, 2019년보다 23.7%를 줄여야 한다.

또, 2050년까지는 최대 5억3600만톤을 더 줄이든지, 아니면 나무를 심어 흡수해야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세계기후행동의날을 맞아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그린피스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10년 후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기후행동의날을 맞아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그린피스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10년 후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술적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30년 동안 계속 전(前)년도 대비 10%씩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 배출량이 100이라고 하면, 2021년에는 91로, 2022년에는 82, 2023년 73, 2024년 66 등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1년에 10%씩 줄이기는 쉽지 않다.
매년 서울시나 포스코에서 배출하는 만큼을 줄어야 하는 식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 19로 세계 경제가 침체해 많은 사람이 큰 고통을 겪었는데, 온실가스 감축은 8% 수준에 그칠 전망인 것과 비교해보면 짐작할 수 있다.
 
향후 30년 동안 코로나 19를 겪는 것처럼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되고, 커다란 각오 없이는 탄소 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기도 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는 "이제는 더는 좌고우면할 시기가 아니라 탄소 중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우선 2030년 목표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단 2030년 배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하고, 이후 그 성과를 바탕으로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전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큰 틀을 흔들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도 깔려있어 보인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앞에서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들이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베트남에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위기를 앞당긴다고 주장, 발전소 건설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앞에서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들이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베트남에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위기를 앞당긴다고 주장, 발전소 건설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유승직(기후환경융합 전공) 교수는 "2025년까지 유엔에 2030년 감축 계획을 수정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2035~2040년 감축 목표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들도 2030년 이후는 아직 비전·목표 수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경우도 많다.
독일 같은 경우도 2030년 중기 목표를 이정표로 삼아 2050년 목표를 추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오진규 박사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따로 놓고 볼 것이 아니라 영국처럼 산업발전 전략의 틀 속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치보다 이행 틀 갖추는 게 시급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과 울산자전거연합회 구성원들이 14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국토교통부 시행 광역알뜰교통카드 홍보와 생활온실가스 및 탄소줄이기 자전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녹색자전거봉사단연합과 울산자전거연합회 구성원들이 14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정문 앞에서 국토교통부 시행 광역알뜰교통카드 홍보와 생활온실가스 및 탄소줄이기 자전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현재 정부는 2050년까지 장기 감축 목표와 관련해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둔 상태다.
현재 2050년까지 75% 감축하는 안에 추가해 넷 제로 시나리오를 완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목표 수치보다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틀을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책상 앞에서 만들어낸 숫자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기업들이 움직이고, 시민들도 달라질 것이란 것이다.
 
오 박사는 "2030년 목표는 설정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정책 로드맵(road map)이나 기술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아 감축 효과가 작았다"며 "행정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보다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30년 후에는 예측 못 한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감축 비용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지만, 로드맵을 제시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새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에너지 수요 중 신재생에너지가 감당할 수 있는 상한선을 60%로 보고 있지만, 해상풍력이나 도시 내 태양광 설치 등을 통해 더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탈 석탄·탈원전에 비용이 들어가고, 수소도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green)' 수소 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며 "시민들도 이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황 실장은 "일단 12월까지 넷 제로 시나리오를 완성해 연말까지 일단 유엔에 제출하고, 단계별, 시기별 구체적인 감축안은 그 이후에 차차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 기자, 김정연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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