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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타 죽어도" 버티는 정정순…與 5년전 박기춘처럼 보내나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끝내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검찰의 도덕 없는 행동은 이미 정치에 들어와 있다"며 검찰의 정치적 공격이란 점을 부각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동조는 얻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모습. 오종택 기자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끝내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검찰의 도덕 없는 행동은 이미 정치에 들어와 있다"며 검찰의 정치적 공격이란 점을 부각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동조는 얻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모습. 오종택 기자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겠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접수된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면으로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입장문에서 “검찰은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실시간으로 언론에 흘려 피의자의 방어권을 무력화시켰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하지 않았는데도 제가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있는 것처럼 비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체포동의안 접수 이후 충북도당위원장과 당 사무총장 등을 통해 “검찰 조사에 응하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정 의원은 이날도 검찰 수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보호를 위해 방탄국회를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26일 김태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장은 이날 더 분명해졌다. 정 의원의 신상 발언이 있었던 온라인 의원총회 이후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30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28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나면 72시간 내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 30일이 그 시한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투표 방식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자유 투표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표결에 앞서 제명 등 당 차원의 징계 조치가 선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핵심당직자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데다 조사 불응만으로는 제명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본회의 투표 결과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선 정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당당히 따르겠다”고 반응했다.
 

5년 전 박기춘 보낸 민주당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2015년 8월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의원 이후 5년 2개월 만에 현역 의원이 체포되는 사례가 된다.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던 박 의원에 대해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방탄국회는 안된다”며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 사무총장을 지낸 그를 검찰에 선뜻 넘기는 일에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자유투표에 나섰고 여야 재적의원 236명 중 찬성 137표, 반대 89표로 가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9명 중 106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18대 국회 이후 가결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8대 국회 이후 가결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당시 박 의원이 신상 발언에서 “30년 정치 여정을 접는다”며 눈물을 흘리자 동정론이 일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 의원도 당 지도부에 서운한 마음이 있었고, 의원들도 동료의원을 보내는데 난감했었다”고 말했다.
 

“불에 타 죽을지언정...”

“정 의원을 대하는 의원단의 분위기는 박 전 의원 때와는 많이 다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에게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을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이날 의총 뒤에도 “정 의원의 의총 발언에 전혀 공감이 안 됐다”(호남 초선 의원), “호미로 막을 일을 이제 불도저로도 안 되게 만들었다”(수도권 중진 의원)는 말들이 나왔다. 지도부에 속하는 인사는 “온갖 명분을 들어 검찰 출두하지 않는 건, 혐의가 너무 분명하다는 방증 아니겠냐”라고 했다. 동정론이 나오지 않는 건 정 의원이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입당한 데다 중앙당 활동경력이 없어 동료 의원들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던 탓이란 분석도 있다.
 
분양대행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은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표결 당시는 탈당해 무소속)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중앙DB]

분양대행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은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표결 당시는 탈당해 무소속)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중앙DB]

정 의원과 가까운 한 지역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이 검찰 조사 불응을 주장하며 ‘불에 타 죽을지언정 그을리진 않겠다’고 주변에 말했다”며 “검찰 조사에 응하라고 압박하는 당에도 섭섭함이 있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영향을 미칠 마지막 변수는 ‘제 식구 감싸기’ 정서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선 표결에 부쳐진 2건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됐다. 2018년 5월 염동열·홍문종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으로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국회가 법 정의가 미치지 못하는 ‘사법 오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찬성 표결을 독려했지만 이탈표가 나왔다. 경기권 중진 의원은 “당시 두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사정해 들어줬었다”며 “팔은 안으로 굽듯, 마냥 찬성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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