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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차라리 광장을 내버려두라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도대체 누가 원하나, 무엇 때문인가. 수년간 여론 수렴 과정이 의미 없어졌다. 서울시가 지난달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착수를 밝히고 사업자 입찰에 들어갔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지금 굳이 광화문 땅을 다시 파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800억원짜리 사업이다. 일종의 ‘대선 프로젝트’라는 의혹 속에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마저 유명을 달리한 상황. 지난해 초 국제 공모 당선작 발표 후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박 전 시장 스스로 전면 재검토를 발표하고 지난 5월에는 사업 중단을 언급하기도 했던 사안이다. 광장은 내년 준공되며, 본공사를 앞두고 일부 차도 폭 줄이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민 동의 못 얻고 공사 강행 서울시
10년 만에 800억 혈세 낭비 불 보듯
진의 의심스러운 불통의 문화 정책

이번 최종 계획안은 광장 서쪽(세종문화회관 쪽) 편도 6차로 도로를 광장으로 편입하고, 동쪽(교보문고 쪽) 차도만을 남기는 것이다. 넓어진 광장에는 꽃과 나무를 심어 공원처럼 조성한다. 현행 왕복 12차로 도로가 왕복 7차로(주행차로 기준)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전방위로 소통해 시민의 바람을 담은 광장의 밑그림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시연대 등 9개 단체는 “시민 소통 과정이 서울시의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며 “선출직 시장도 없는 상황에서 재구조화 사업을 도둑질처럼 추진해선 안 된다. 공사 일정을 당장 취소하고 내년 4월 취임할 새 시장에게 넘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계획안에는 그간 논란이 뜨거웠던 광화문 앞 월대 복원과 역사광장 조성, 사직로 선형 변경, 지하 공간 개발은 취소되거나 보류됐다. 국가 상징 공간인 광화문의 역사성에 관련된 부분이자 2005년 일명 ‘승효상 안’이 나온 이후 줄곧 유지돼 온 재구조화의 핵심적 부분이 빠진 셈이다. 일제에 의해 강제로 옮겨진 서울의 중심축 바로잡기 말이다. 광장 옆 정부서울청사 진·출입을 우려한 행정안전부의 반대, 21세기에 조선왕조 월대 복원에 왜 그렇게 집착하느냐 등의 비판 여론을 수용한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럴 거면 왜 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있다.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아냥을 듣는 지금의 광화문 광장은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0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이제 10여 년 만에 1000억원 가까이 들여 차로 몇 개를 없애고 꽃과 나무를 심는 ‘표피적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다. 보행자 중심의 공간 확대라면 종로와 연결되고 보행자 숫자가 2배 많은 교보문고 쪽이 더 적합하다는 지적도 많다. 배정한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필요할 때마다 동쪽이든 서쪽이든 차도를 막아 광장으로 쓰면 될 일”이기도 하다. 혈세 낭비에, 교통체증 대책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책 『세종로의 비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조성 아이디어는 서울 정도 600년을 맞이한 94년, 이원종 시장 때 처음 나왔다. 이듬해인 95년 첫 민선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조순 시장이 ‘불요불급한 탁상행정’이라며 아이디어에 제동을 건 일도 있다. 장지연 대전대 교수는 한 세미나에서 “30년여째 광화문 앞 공간 논의가 이어지는데, 이는 식민지배와 독재의 과거사를 청산하겠다는 목표 속에 그것을 공간적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라며 “광화문광장의 중요성은 알지만 이제는 광장의 중요성을 해체할 시기다. 광장에 대한 의제 제시는 후속 세대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일각에선 내년 상반기까지는 진행될 광장 재구조화 공사로, 반정부 집회가 원천 봉쇄되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의혹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이미 ‘촛불’의 광장은 ‘차벽’의 광장으로 변질했다. 일방적 밀어붙이기, 소통 부재, 전시행정의 표본을 다른 무엇도 아니고 ‘열린’ 광장에서 확인하게 되는 씁쓸한 상황이다. 이렇게 추진되는 ‘닫힌’ 광장이 무슨 의미가 있나. 불통의 광장, 그것도 시장이 바뀔 때마다 뒤집어엎는 광화문광장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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