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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윤건영 의혹 폭로 김하니 "盧 어떻게 죽었냐며 주변서 협박"

차명계좌 의혹 수사 이끌어낸 김하니의 격정 토로

열렬한 ‘친노’인 김하니씨는 노무현 정신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비리와 위선에 훼손되는 게 안타까워 차명계좌·허위 인턴 의혹을 폭로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년전부터 노무현 재단에서 일하다 지난 3월 퇴사했다. 김상선 기자

열렬한 ‘친노’인 김하니씨는 노무현 정신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비리와 위선에 훼손되는 게 안타까워 차명계좌·허위 인턴 의혹을 폭로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년전부터 노무현 재단에서 일하다 지난 3월 퇴사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1년 친여조직인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 기획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별도의 차명계좌를 운용하고 백원우 의원실에 허위 인턴 등록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 만에 검찰 수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의혹을 제기한 전 미래원 회계 직원 김하니(35)씨가 “나도 공범”이라며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한 결과다. 김씨가 지난 5월 의혹을 제기한 뒤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고발했지만, 석 달이 지나도 검찰이 참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자 처벌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나선 것이다. 최근 3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김씨를 만났다. “검찰에 수사 의지가 있던가” 묻자 바로 답이 돌아왔다.
  

의혹 제기 5개월만에 수사 가시화
윤건영 작성 회의록, 검찰에 제출
미래연 간부 “차명계좌, 윤 인건비”
녹취록도 큰 증거, 수사 진전 기대
"액수 작다 뭉개면 비리 끝없을 것"”

“미래연 추진 용역 현황 기록 있다”
 
“검찰은 허위 인턴 의혹엔 수사 의지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차명계좌 의혹엔 몸을 사리는 듯했다. ‘거기 입금된 돈은 미래연 직원들의 자발적 후원금일 수도 있지 않나. 횡령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있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엄연히 미래연 법인계좌가 있다. 직원들이 후원금을 내려면 거기로 내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건영이 실장 시절 작성한 미래연 회의자료 ▶미래연 간부의 ‘윤건영 인건비’ 발언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증거 능력이 상당해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연이 추진한 용역의 내역이 기록된 미래연 회의자료. 김하니씨가 검찰에 제출했다.

미래연이 추진한 용역의 내역이 기록된 미래연 회의자료. 김하니씨가 검찰에 제출했다.

(회의록은 어떤 내용인가?) 윤건영이 2011년 하반기 작성한 미래연 수뇌부 정기회의 자료인데 미래연에서 추진하는 용역 현황이 기록돼 있다. 미래연에 들어올 돈 액수까지 명기돼있다. 나중에 이 용역들의 비용은 미래연 법인계좌에서 지출됐지만 대가는 차명계좌에 들어왔다. 횡령이 확실하게 보인다. (또 다른 증거라는 미래연 간부의 발언은 뭔가?) 내가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한 직후 미래연 간부 A국장이 내게 전화해 ‘윤건영이 미래연 들어올 때 인건비 안 받기로 했었다.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돈 안 받고 일하겠나. 그래서 만든 통장 아닐까’라고 했다. 미래연 간부가 먼저 스스로 (차명 통장의 정체를) 얘기한 것이니 증거력이 크다고 본다. 녹취록도 있다.”
  
“윤건영 ‘나 전화하면 녹취하겠지?’”
 
윤건영

윤건영

“A국장은 내게 ‘별것도 아닌데 기사 내지 말라’ ‘우리가 뭘 그리 잘못했냐’고 설득하려 하더라. 하지만 잘못한 게 맞지! (윤건영은 전화 안 오던가?) 윤건영은 절대 직접 전화 안 한다. A국장을 시켜 뜻을 전한 듯하다. 그래서 내가 ‘윤건영이 내게 직접 전화해야지’라고 하니 A국장은 ‘네 태도가 이런데(나쁜데) 누가 전화하겠니? 건영이 형(A국장의 윤건영 호칭)이 ‘내가 하니에게 전화하면 녹음하겠지?’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 밖에 내 전임 회계 담당 언니도 내가 제보한 직후 전화를 걸어오더라. 노무현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언니다. 일부러 전화 안 받았다. ‘우리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배신하냐’며 인신공격할 게 뻔해서였다. 그러자 ‘하니야, 뭐 숨기는 게 있어 안 받니’란 문자를 보내더라. 답을 하지 않자 본색을 드러내더라.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윤건영 실장님 그런 분 아니다’고 하더라. 그래서 ‘윤 실장이 내게 잘 해주고 못 해주고를 떠나 원칙을 어겼으니 제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하니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라!’고 하더라. 협박 아닌가.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죽은 거지’란 말이 목 끝까지 치밀었지만 참았다.”
  
“차명통장 철통 보안 … 파일명은 ‘무’”
 
백원우

백원우

“윤건영은 차명 통장을 ‘무자료 통장’이라고 부르며 내게 ‘보안 철저히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안 된다. 파일도 이메일로는 주고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파일명이 검색되지 않도록 ‘무자료’ 대신 ‘무자’ 나 ‘무’로 이름 붙여 저장했다. (‘유령 인턴’도 윤건영이 직접 지시해 된 건가?) 그렇다. 2011년 7월 초, 미래연 직원들 다 출장 가고 윤건영과 나만 사무실에 있던 날이었다. 윤건영이 날 부르더니 ‘백원우 의원실에 인턴 자리가 났다. 미래연 재정이 안 좋은 걸 알고 고마운 제안을 해준 듯하다. 하니씨 스펙에도 도움될 것’이라며 ‘일은 미래연에서 하고 봉급만 국회에서 받는다’고 하더라. 이런 경우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보통인데 윤건영은 계속 내 얼굴을 보며 답변을 기다리더라. 결국 5분 만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윤건영은 백 의원 측으로부터 받은 ‘인턴 약정서’를 다음날 내게 줘 작성케 하면서 봉급 이체 계좌 적는 난에 문제의 차명계좌를 적으라고 지시했다. 매달 인턴 월급 105만원이 거기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약정서에 서명은 내가 직접 한 것이 맞다. 2부 인쇄해 윤건영 실장에게 직접 전달했고 백원우 의원실로 전달됐다. 정당한 계약서라면 1부는 날 줘야하지만 허위 인턴이었으므로 계약서와 국회 출입증 등 아무것도 받지못했다." 
  
“여당, 폭로 예감한 듯 음모론 제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5월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식에 갔는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당시)가 추모사에서 ‘노무현 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가 여전히 어른거린다. 참말로 징하다’고 했다. 나 들으라고 한 얘기 같더라. 당시 딱 이슈가 된 게 내 제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씨가 제기한 의혹은 추모식 6일 뒤 처음 보도됐다) 내 배후는 물론 없지만, 이해찬은 마구잡이로 ‘배후가 있다’며 커다란 코끼리(음모론)를 방안에 던진 거다.” 
 
처벌 위험 무릅쓰고 ‘자수’한 까닭
 
“내가 제보한 의혹이 흐지부지되면 권력자들이 ‘이런 비리쯤은 뭉개도 된다’고 여기게 될 거다. 윤건영·백원우가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비리가 재발하지 않는다. (횡령) 액수가 작다고 뭉개버리면 (비리에) 무뎌지고, 정당화하게 되고, 그런 이들이 괴물이 되는 걸 난 너무 많이 봤다. 요즘 정권 비판하는 시민 중엔 문 대통령 지지했던 이들도 많은데, 민주당은 싸잡아 야권으로 몰아 깔아뭉갠다. ‘너희들이 아무리 민주당 욕해도 국민의힘에야 가겠냐’는 오만이 깔려있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지 않고서 이럴 수 있나? 문 대통령도 지금은 양쪽 눈 다 감은 듯하다. 피해 의식 많다 보니 정보를 차단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 같다.”
 
◆윤건영 의원의 ‘회계 부정·허위 인턴 의혹’=김하니씨는 2011년 4월~12월 미래연에서 회계 직원으로 근무했고, 당시 윤건영 의원은 미래연 기획실장을 맡고 있었다. 김씨는 같은 해 5월 윤 의원의 지시로 본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무자료 거래를 통해 미래연의 지자체 용역 대금 수천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윤 의원 지시로 백원우 당시 국회의원실에 인턴으로 등록했으며, 실제 일하지도 않으면서 국회에서 지급되는 급여를 5개월간 받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 측은 "사적으로 쓴 돈은 없다”며 "미래연과 백 의원실은 협력관계였다”고 반박해왔다. 
 
“미래연, 대선 출마 준비 조직이나 다름없었다”
김하니씨는 “문 대통령과 독대하려면 비서실장 말고 윤건영을 통해야 하는데,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돌 만큼 윤건영은 막강한 ‘문고리 권력’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근 1년간 함께 일하며 윤건영을 지켜보니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더라. 단 상대방이 얼마나 정보를 가졌는지 파악한 다음 드러내도 될 일부 사실만 얘기한다. 부하들엔 은근한 압박으로 따라오게 만든다.”
 
김하니씨는 2011년 자신이 근무했던 미래연은 “문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출마 준비 조직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는데 하반기에는 거의 매주 부산에서 서울 미래연 사무실에 올라와 윤건영 실장 등 친노 인사들과 회의를 했다. 문 이사장의 경부선 KTX 티켓을 내가 끊어드려 잘 안다. 미래연은 당시 ‘친노 사랑방’이어서 작은 참여정부 느낌마저 났다. 회의 의전이 엄격해 찻잔을 각 맞춰 놔야했다. 그러나 문 이사장은 ‘젠틀’한 편이었다. 내가 ‘커피 타드릴까요’ 하니 손수 타먹겠다고 하더라. 회의에 참석한 인사가 ‘대선 논의하기 위해 모여보자’는 얘기를 했다는 전언도 들었다. 미래연이 사실상 ‘문재인 대선 캠프’가 됐던 거다. 당시 건물 2층에 노무현재단, 6층에 미래연이 있었는데 문 이사장은 2층은 들르지도 않고 6층으로 직행하곤 했다. 노무현재단에서 일하던 언니가 ‘왜 문 이사장은 노무현재단은 프리패스하고 미래연만 가냐’고 물을 정도였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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