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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소셜미디어와 조롱의 시대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글을 써 달라는 청탁을 최근 여러 건 받았다. 에세이나 칼럼을 써달라는 주문도 있었고, SF 소설 집필 요청도 있었다. 나는 그런 청탁을 전부 거절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세상에 대해 긴 글을 쓸 만한 신박한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짧고 강한 조롱 잘 퍼지는 매체
대중의 기분이 지배하는 사회
공동체 감각도 변하는 중일까

글쎄?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 뒤에도 아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은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다. 재택근무도 흔해지고, 화상 회의 같은 몇몇 비대면 서비스도 이참에 자리 잡을 듯하다. 소독 문화는 확실히 달라질 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풀리면 몇 달 정도는 보복성 소비가 활발하겠고, 출입국 뒤 자가 격리를 안 해도 되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리라.
 
그 외에는? 그냥, 예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인간 본성이나,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서로 관계 맺고 행동하는 방식을 불가역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증거가 있나? 이 위기의 심각성을 얕잡아 보거나 코로나 사태로 고생하는 환자와 의료인, 방역 당국의 노력을 폄하하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다만 세상에는 겪을 때에는 엄청나게 괴롭지만 그 시기를 넘기면 의외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충격도 있다. 외과 치료로 완치되는 단순 골절 사고처럼. 나는 코로나19 범유행도 큰 차원에서는 그리되는 것 아닐까 싶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 한편으로는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도 매년 한국에서 1200~1500명가량 나오는 걸로 추정되지만(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그게 사회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반면 세상에는 단기 충격은 약해도 사람의 삶을 서서히, 그러나 지나고 보면 완전히 바꾸는 질병도 있다. 신경쇠약 같은 것들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최근 10년 사이에 그런 새로운 바이러스에 걸려서 대단히 심오한 변화를 겪는 중이라고 느낀다. 병의 이름은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병을 옮기는 매개체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들이다. 미래의 역사가들이 이걸 최소한 텔레비전의 보급보다는 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할 거라 확신한다.
 
소셜 미디어 중독이나 그에 따른 피로감, 동시에 더 커진 고립 공포감, 균형 잡힌 사고를 막는 확증 편향 같은 개인 차원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진단이 나오고 있다. 나는 보다 사회적인 문제를 말하고 싶다. 나는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사회를 이루는 근본 원리들을 악용하고 착취하지 않나 의심한다.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말한다. 나는 그 유력 용의자 명단에 소셜 미디어를 올려놓는다.
 
나는 한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지금 ‘대중의 기분’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기분은 사납고 변덕스럽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며 책임지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 따위가 결코 아니다. 대중의 기분은 전체 시민을 대표하지 않으며, 극단주의자들에 휘둘리기 쉽고, 잘 조직된 소수가 왜곡하기도 쉽다.
 
소셜 미디어 자체의 구조적 특성도 있다. 우리가 앞으로 심각하게 연구해야 할 주제다. 소셜 미디어는 품질 좋은 정보가 널리 확산되는 공간이 아니다. 그보다는 고양이 사진, 자극적인 루머, 그리고 짧고 파괴적인 조롱이 빠르게 잘 퍼지는 것 같다(과학 저널리스트 애비게일 터커는 소셜 미디어에서 고양이 사진이 그토록 많이 올라오고 공유되는 이유를 꽤 진지하게 고찰하기도 했다).
 
그래서 짧고 강하게 조롱을 잘하는 이들이 몇 년 전부터 여론을 이끌고 있다. 짧고 강하게 조롱을 잘하는 사람이 지식인 대접을 받는다. 짧고 강하게 조롱을 잘하면 팔로워가 많아지고 그러면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협상과 정책 능력이여, 잘 가라. 우리는 조롱 문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요즘 젊은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는 행태가 일반적”이라는 푸념을 들었다. 나는 그게 혹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한 특성 아닐까 우려한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이전에 사람들은 보기 싫어도 봐야만 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그러면서 싫은 인간과 어쩔 수 없이 대화하고 타협해야 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그냥 상대를 차단하면 된다. 멀리서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이 젊은 세대의 공동체 감각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소셜 미디어 등장 이후’에 대한 상상들을 그렇게 두서없이 해본다. 대개 두려운 상상들이다.
 
장강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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