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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나르치스’ 신진서냐…‘골드문트’ 커제냐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지난해까지 4승 15패였는데 올해는 10승 1패. 놀라운 반전이다. 한국바둑의 투톱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의 행로가 2020년 크게 갈렸다. 한국 1위 신진서는 박정환이란 천적에게 크게 밀렸으나 20세가 되는 올해 쭉 치고 나가 현재 10승 1패로 압도하고 있다. 올해 총전적은 52승 5패로 승률이 무려 91.23%. 이창호 9단이 세운 역대 최고기록 88.24%를 크게 앞서고 있다. 중국바둑의 위세에 눌려 가슴앓이하던 팬들은 조용히 열광하고 있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지는 절대 강자의 맥을 신진서가 이어받을 수 있을까. 신진서가 한국바둑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2020 삼성화재배 본선 개막
박정환·탕웨이싱 32강서 탈락

27일 개막된 2020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가 중요한 무대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신진서가 처음 맞이하는 세계대회라 팬들의 이목은 이 대회에 집중되고 있다. 신진서의 최대 적수는 천재적 감각의 소유자인 중국 1위 커제 9단이다.
 
커제의 업적은 화려하다. 세계대회서 9번 우승했고 그중엔 3번의 삼성화재배 우승도 있다. 18세 때 이미 세계 1위에 올랐고 알파고 마스터와의 대결에서 지고 펑펑 눈물을 쏟은 것도 벌써 3년 전이다. 커제는 1997년생으로 이제 겨우 23세다.
 
신진서는 커제에게 통산 3승 7패로 밀리고 있다. 지난해 백령배 결승에서 커제와 맞붙어 분루를 삼킨 일도 있다. 하나 AI 등장 이후 신진서는 누구보다 눈부신 진전을 보이고 있다. 박정환과의 천적 관계를 단숨에 뒤집은 것도 AI를 끼고 산 올해의 일이라서 앞으로 필연적으로 격돌하게 될 커제와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바둑계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신진서와 커제를 보면 헤르만 헤세의 소설 『나르치스와골드문트』가 떠오른다. 커제가 예술가적이고 자유분방한 골드문트라면 신진서는 보다 경건하게 구도의 길을 걷는 나르치스에 가깝다. 커제는 TV 예능 프로에 고정출연 중이고 자동차광고도 하고 엉뚱하게 카드게임 대회에 나가 우승한 일도 있다. 칭화대학에 입학했고 베이징 중심가에 호화주택도 샀다. 그 바람에 은행 대출을 많이 받아 고생했다고 방송에서 털어놓았다. 언론은 “커제가 본업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월간바둑 ‘김경동의 중국통신’)
 
커제에 비하면 신진서의 일상은 바둑 한 가지하고만 연결되어 있어 고요하기까지 하다. 이 점은 잠들어서도 바둑을 생각한다는 이창호 9단과 닮았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했을 때 커제는 “나는 그보다 잘 둘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언어도 감성적이고 직선적이다. 신진서는 바둑은 전투적이지만 언행은 매우 신중해서 가끔은 속에 영감이 들어있는 느낌마저 준다.
 
승부 세계의 흐름으로 볼 때 신진서의 시간이 무르익었다는 느낌이 짙게 다가온다. 겨우 세 살 차이니까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단계는 아니라 하더라도 치고 나오는 신진서의 파워가 돋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제 32강전에서 신진서는 중국 23위 라오위안허를 차근차근 밀어붙여 일찌감치 승세를 결정지었고 커제도 한국 5위 이동훈과의 대결에서 유연한 수읽기와 사석전법으로 승리하며 16강에 합류했다.
 
한편 한국 2위 박정환은 중국 9위 셰얼하오에게 반집을 져 아쉽게 탈락했다. 그러나 3위 신민준(21)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우승자 탕웨이싱을, 4위 변상일(23)은 난적 천야오예를 격파하여 중국에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줬다.
 
일본의 이치리키 료가 또 한 명의 우승 후보인 중국 2위 구쯔하오를 격파하며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의 무명기사 강지훈과 최재영도 16강에 합류하는 기염을 토했다. 28일 16강전엔 한국 7명, 중국 7명, 일본과 대만이 각각 1명씩 살아남았다. 16강전에서 신진서는 중국 5위 렌샤오, 커제는 조한승과 대결한다. 30일 8강전, 31일 준결승, 11월 2~4일 결승 3번기가 열린다. 우승상금 3억원.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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